'체조 여제'이며 은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27)가 왼쪽에, 동메달리스트 조던 차일스(23)가 오른쪽에서 금메달리스트 헤베카 안드라지(25)를 여왕 모시듯 경배하고 있다. 안드라지도 미국 대표인가 싶은데 그녀는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이 사진은 스포츠맨십이란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고 야후! 스포츠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더욱이 바일스는 평정심을 잃을 만한 상황이었다. 여느 선수라면 화를 낼 법했다. 이날 파리의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기계체조 마지막 경기인 마루운동에서 실수하며 금메달 획득에 실패,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했던 5관왕 달성에 실패했다. 바일스는 큰 실수로 벌점 0.6점을 받으며 14.133점에 그쳐 은메달에 그쳤다. 안드라지는 14.166점으로 바일스에 0.033점 앞섰다.
바일스는 2시간 전쯤 열린 평행봉 경기 중에도 평균대에서 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해 13.100점으로 5위에 그쳐, 아예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바일스는 이번 대회에서 통산 8개까지 올림픽 금메달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대회 3관왕에 그치며 통산 7개의 금메달(전체 메달은 11개)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시상대에 오른 세 선수 모두 흑인으로 올림픽 체조에서 남녀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
바일스는 워밍업 과정에 왼쪽 허벅지 통증을 느꼈는데 이것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의료진들이 검진했지만 이제 스물일곱으로 1950년대 이후 미국 여자 체조선수로는 최고령이라 회복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3년 전 도쿄올림픽 도중 여자 체조 선수들을 유린한 의사들과 코치들 때문에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겨 출전을 포기했던 터다.
이런 상황에 바일스와 차일스는 스포츠맨십을 떠올렸다. 둘은 안드라드에게 환호하며 그녀를 껴안았다.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차일스가 바일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해?"라고 물었고, 바일스는 "절대적으로"라고 대꾸했다. 둘은 그렇게 했다. 힘든 느낌, 삐죽거림(pouting), 후회는 없었고, 존중만 있었다. 바일스는 “헤베카는 정말 대단하다. 그녀는 여왕이다. (우리는) 바른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개인 종합 결선에서 바일스에게 우승을 양보했던 안드라지는 존중을 표시한 데 감사를 표한 뒤 "그네들 아주 귀엽던데요"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