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눈사태에서 겨우 탈출해온 흐름을
왕소금과 함께 부평에서 반겨주다.
그렇게 한밤을 각자 자고서
저마다의 스케줄과 거리에 따라
잠실에 함께 모여 한 차로 남도의 아침으로 간다
벌써 남도에서의 시간이 추억으로
별 점점 은하수 총총 하늘하늘 달리는데
그 기억을 따르며 사진을 붙잡고
우리는 다시 남도의 아침으로 달려간다
지구본 우리나라는 작다는데도
입춘이란 문턱을 지나가던
겨울의 무거운 미련이
눈동자 하얗게 강릉을 짙누룰 때
고립무원이던 벗의 흐름 이어서
남도의아침을 향하는 길은
벌써 눈 아련하고
봄내음에 옷흠뻑 벗어놓았다
잎진뒤 아직 헐벗고 있을 나무가
무슨 매력 있을까 하였지만
담양하면 죽세공품 죽록원보다
죽향막걸리 한 잔 쉬어갔던
관방제림 국수거리가 떠오르는 건
내 고유의 편력만은 아니리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여 보니
아무리 몇백년 세월 담겼어도
잎진 나뭇길은 걸어지지않았고
국수도 막걸리도 파전도
그 예전 첫만남만 못하였는데
늘 푸르름 생생한 대숲은
그 전보다 줄기도 굵어지고
음이온 신선 물씬 쭉쭉뻗은 대 속
일보일보 걷는 맛이 참 좋다
대나무 촘촘히 덧대어지은
대숲초입 竹軒의 멋은 또 어떤가?
이토록 계절과 절기
그 시간 속에 매력 또한
반전되기도 함을 확인하면서
다 둘러보지는 않고 늦지않게
광주댐 전통식당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전통식당 주차장에
무지몽매님의 기다림과 안내를 받아
따라가는데
길은 꼬불꼬불 산 골골 깊어지고
마을보다는 비닐하우스 띄엄띄엄
시간은 5시를 넘겨 해는 지는데
무지몽매님의 체격은 어깨들처럼
무지막지하지...
저 앞에 덤바구님이 안 보였으면
우리는 몰래 돌아나와야 할까보다고
웃음을 나누기도
그저 빈 손으로 오기는 무엇하니
어떤게 좋을까? 사전에 전화를 드렸다.
남도의아침엔 차전문가들이 은인자중 곳곳에 긷들어 계시니
차를 가지가는 것보다는 와인을 가져가 보는 것으로...
" 덤바구님, 내려갈 때 와인 몇 병 들고 가려는데
괜찮은가요?"
"예. 좋습니다! 가져오세요."
고기를 굽고 계시다하니 당연히 술도 있겠지 하였건만.
와인을 가져와도 된다고 했으니
차곡차곡 분위기가 이루어지고 있겠지...
닿기도 전에 다회의 풍경을 그려보았는데
술은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숯불구이 고기와 찰밥 김 등등
온갖 푸짐한 상 위에 고로쇠물이 술을 대신하였고
한쪽 평상마루 다판에는 우려드신 찻자리가...
덤바구님 왈
오늘 이자리엔 밑으로
14살에서부터 위로는 72살까지의
다우들이 한자리하고 있는데
모두가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역시 고로쇠나 茶 이외엔 없으니
남도의 아침에서는 이리 술없이
차차 차차 차차 그윽하고 그윽하게
서로를 배려하며 익혀가고 있었다고.
다만, 서경다우들과 카페지기 산울림들께선
그 또래들의 만남이 통하여 차곡차곡하시는 줄 알기에
기꺼이 멀리 오신 벗네들의 입맛도 고려하여
특별히 오늘은 남도의아침에서도
차곡차곡을 허용하고 있다시는...
그런 깊은 뜻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아는 님만 알고 모르는 님을 몰라
조금은 멈칫 서먹 어색할 수 있었던 순간도
함께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가운데
차차 와와 서로를 낯익혀가고 있었다.
한 6~7시부터 시작하실 줄 알았는데
4시부터 저녁회식을 하실 줄은 미처 예상을 못하였습니다.
하니, 남도의 아침은 연령을 고려하여
좀 일찍 시작하여 일찍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 모두를 아울러
사이버란 공간에서의 인연을
이렇게 초인목 밭두렁에 실체로 형상화시켜낸
덤바구님의 추진력과 내공을 느끼고 배우는 순간이었습니다.
여기는 바로
차맛어때 그 남도의 아침 인연들의 텃밭
진정 초인목
草풀과 人사람과 木나무
하늘과 사람과 땅이 맞닿는 공간
남도의 아침 인연의 그루터기
茶緣이 형상된 밭田 공간이었습니다.
그 위에 숯불로 고기를 굽고 있었고
고로쇠물을 대접에 나누고 있었고
찰밥과 김치 김 나물
대보름 하루 지난 날
세시풍속을 사르며 서로를 내어 들고 있었습니다.
대전에서 출발해야 하기에
먼저 혼자 보낸 현곡님도
말 수는 없어도 있는듯 없는듯
그린듯이 그 풍경에 녹아
전혀 어색함없이 늦게 도착한 서울팀보다 더
그윽히 깃들어있어서 더 반가왔습니다.
아이사랑님 다연님
생목님 다리미님 까만건반님이 솔선하여
준비하고 치우는 데
손을 나눌 겨를 없이
손 하나 꿈쩍않고 대접만 받는 것 같아
좀 겸연쩍기도 하였지만
살림살이 면모를 모른다하는 한 핑계로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먹고 마시기만 하였습니다.
한쪽에서는 무지몽매님이 무지막지하게
앵글을 들이대시며 동영상으로다
인터뷰를 하시는데
괜시리 낯간지럽고 어색하여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게
열심히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소리를 내었습니다.
정승대감님의 붕어빵이 참으로 멋지더군요.
정월대보름 전날은 쥐불이놀이라 하여
불놀이로 액땜과 한해의 소원을 다지기도 하는데
하우스 밖에서 펼쳐지는 숯들의 불빛이
우리를 하나로 녹이는 불꽃인 양
멋스럽습니다.
검은 밤하늘 달이 올라오고 별 총총일제
그 아래 달보드레 별들으레 이어지는 은하수 강가에서
서로의 가슴을 이어주는 빛줄 한줄기 온기 한자락
모닥불처럼 피어오르는 불꽃
이것이 있고 없슴에
추억의 달아오름과 온도는 느낌이 다르기도 하건데...
생목님과 늘 동행하면서 세계 곳곳을 누비셧다는 동암님,
여행에서의 시간과 일상 안에서의 시간을 말씀하시며
여행의 묘미 그 모험담을 들려주신다.
화롯불을 뒤집으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듣듯
그렇게 난로가에 옹기종기 앉아
동암님의 여행기를 듣노라니
그제야 가슴과 가슴이 하나로 이어붙어 사르나는듯
동화 속에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기념 단체 사진을 하고
아직 뒷산그림자에 보이지 않던 달이
그사이 산마루로 올라와 우리의 발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2차 갈 사람은
광주 과학기술원 국제관에서 이렇게 모여앉았다
그리 조용조용 조곤조곤 이야기해야 된다고 하였지만
술이란 원래 술술 하늘 하늘 피어나는 것.
덤바구님, 저희의 밤소리에 원성을 들었을 것이언만
부담 한자락 건네주시지 않으셨던 당신이시군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밤이 새벽이 닿을 때 눈을 붙이고 일어나
덤바구님이 미리 건네주신 식권으로 아침을 먹고 나서니
다음 볼 곳이 바로 생목님과 동암님의 뜨락
차와 도자기 대문 간판이 인상적이다
함박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동암님과 생목님
당신들의 놀라운 공간과 여백 그 솜씨의 미학을 견학하다
카페지기라고 전카페지기 아란도님과 더불어
찻잔받침과 찻잔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영광까지.
둘러볼 곳도 많은 남도의 아침이었건만
우리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
짬짬이 움직인다 하여도 다 둘러볼 수 없었고.
일단은 곡성 영웅님의 다선정으로
간밤에 마셨던 복분자주의 후휴증이
다선정에서 그여 풀어지다.
각양각색의 차들이 즐비하여 맛보는 즐거움이 컸지만
점심을 먹고 들렀는지라 다 맛볼 수 없었슴이
참으로 아쉬웠다.
다음에 한 번 더 작정하고 마시러 올 것을 기약하고
일어났다.
다선정 다실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참으로 탁 트여
가슴 시원하였고 절로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만남은 우연히 이루어진 듯 하여도
차 한 잔 마주하다 보니
우연이 필연인 듯 차곡차곡 탑을 쌓는다
맛은 저마다의 기호라 체질이라
혀와몸 제각각 고유함으로 다르면서
또한 공유되는 그 무엇에 우리는 미소짓는다
이심전심 그 배어나오는 운치와 여운을
우리는 차 한 잔의 멋이라 건네는데
이는 시선에 깃드어 우러나는 서로의 따듯한 배려로다
같으면 같은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같음과 다름을 그대로 공유하며
우리는 차 한 잔 가슴에 차곡히 스며든다
그 물들고 젖여드는 서로의 동화가
찻잔 위에 아롱아롱 인연은 징검다리
서로서로 비우고 채우며 시간을 모자이크
조각조각 함께 달아 우리는 情香이여
여울여울 호흡 리듬에 소로시 열리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여...
스쳐 지나가는 작은 바람에도
소홀치 않게 맑게 내어 울리는
어느 다실 지붕 처마끝 풍경 소리처럼...
오, 늘~
그윽하고 그윽하게 맛보옵니다
참 감사한 인연을......!
함께하고 못하고 모든 남도의아침 다우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 2014. 2. 20. 목요일 산울림 dream -
첫댓글 우와 내사진 많다....ㅋㅋ...내 기억속의 풍경은 이곳에 다 있는거 같다는...
산울림님 후기와 사진들 보니...다시 새록새록 해지네요.
놀러 갔다온거 확실하게 인증!!!! ^^
이른 봄나들이 같았지요.^^
함께 떠날 수 있는 동무가 있음이 부러울 뿐이고...
남도에선 선약이 있어
곡성에는 동행할 수 없음이 많이 아쉬웠네요~
그리 마중 나와주시고 배웅해주시는 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