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부터 도피》, ~에리히 프롬(2)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 메커니즘으로 파괴성, 자동 인형적 순응, 권위주의 등을 꼽았다. 파괴성은 외부 세계와의 단절, 고립으로 인한 무력감을 공격으로 표출시켜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외부 세계의 압도로부터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극단적인 도피 메커니즘이다.
프롬이 특히 주목한 것은 자동 인형적 순응이다. 자유를 포기하고 절대적 권력에 자신의 자유를 의탁하면서 안정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이 무력감과 불안을 피하기위해 자신의 자아를 다른 권위에 종속시키는 행위다. 남으로부터 지배받고자 하는 도피 메커니즘이다. 개인은 자기 주위에 있는 자동순응성 인간형과 동일하다고 느낄 때라야 고독과 불안을 떨쳐내게 된다. 대세에 순응하는 것으로, 자아 상실을 뜻한다. 비판적인 사고가 마비되면서 사람들은 수동적인 삶 속에서 무력함과 불행의 구렁텅이로 내몰린다.
이런 도피 메커니즘이 나치를 탄생시킨 원인이었다는 게 프롬의 견해다. 프롬 이전까지는 나치 등장 원인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정치·경제 혼란에서 찾는 게 일반적이었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곤경에 처했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독일 국민이 히틀러라는 독재자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롬은 인간 본연에 전체주의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 안주하려는 노예근성이 있다고 봤다. "인간이 자기 뜻대로 하는 자유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굴종을 택해 조직 속에서 안주하려는 심리도 동시에 있다. 권위주의는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에게는 복종하고 열등한 인간에게는 모멸과 멸시를 주는 체제이고, 이게 자동순응형 인간을 만들어낸다."
*"개인 독자성 우선의 적극적 자유 추구를“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적극적인 자유로 향하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프롬에게 진정한 자유는 무엇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향한 적극적 자유, 즉 '~로의 자유 freedom to ~'다. "복종이나 권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적극적인 자유다. 이런 자유는 개인의 독자성을 충분히 긍정한다. 독자적인 개인의 자아보다 더 높은 힘은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이 그의 삶의 중심이고 목적이다."
그러나 프롬은 적극적인 자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프롬 자신도 "이 책은 해결보다는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적극적인 자유를 향한 도전은 여전히 우리의 과제로 남아 있다.
~♤ 홍영식, 김태철, 김태완, 백광엽, 양준영, 《다시 읽는 명저》, p.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