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동현은 애써 잘못걸린 전화나 장난전화일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아까처럼 잠이 오질않았다.
마지막 아내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도대체 아내는 언제쯤이면 발견될까.. 새삼스럽게 경찰에 신고하는건
더 이상하게 보일것만같았다. 결혼사진속의 아내는 뭐가 좋은지 마냥 웃고만있는데.. 이런날이 올줄은 동현자신도
생각치못했긴하지만.. 하얀드레스의 아내의얼굴. 함박웃음을짓고 두눈엔 눈물이...?동현은 자신의 눈을 마구 비벼
보았다. 하지만 그 사진속아내의 눈에 흐르는건 눈물이 분명햇다.
자신이 피곤하고 예민해있어서 헛것을 보는지도모른다. 동현은 이불을 뒤집어쓴채 조금의 미동도 하지않고있었다.
숨이막힐지경이였다. 가만히 이불을 들어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보았을때 사진속 아내는 아무일없단듯이 웃고있었다.
"휴..."
오랫만에 편하게 자보나했는데 오늘도 틀린듯하다. 책이라도 좀읽어봐야겟다는 생각에 동현은 책꽂이를 뒤지기
시작했다. 다본것들 뿐이거나 아니면 장식용으로 가져다놓은 어려운 책들이였다. 이것저것을 들척이던 동현의
앞으로 뭔가가 책장에서 빠져나와 떨어졌다. 바닥에 놓인 그것을 집어들은 동현이 그 작은 책자를 확인했을때
그는 머릿속이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송 산부인과]
그 작은 책자의 앞에는 분명 이렇게 적혀있었다. 불길한 예감을 뒤로하고 떨리는 손으로 동현이 겉장을 넘겼을때
안에서 확인할수있는것은 아내의 임신사실이였다. 뒷통수를 맞은기분이였다.
자신의 손으로 아내와 아이를 죽인것이다. 동현은 멍하게 자리에 주저앉고말았다. 눈물이 흘렀다. 무엇에 대한
눈물일까.아내? 아이? 한방울씩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동현도 놀랄만치 줄줄 흐르고있었다.목이 메여왔다.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동현은 소스라치게 놀라고말았다. 스탠드불빛아래 화장대거울에 비치는
누군가가 있었다.급하게 고갤 돌린 동현은 아무것도 발견할수없었지만 미친듯 뛰는 심장은 멈출줄을 몰랐다.
거울속에 비췄던 아내의 모습이 각인처럼 동현의 머릿속에 남겨져있었다.
밤새 한숨도 자지못한 동현은 회사일도 손에 잡히질않았다. 지난밤 그 모든일들이 자신이 헛것을 봤다 생각하기엔
너무도 생생했다. 어서 지수를 만나고싶었지만 지수는 내일이나 되어야 올라올것이다.전화로 자신의 말을 들은
지수는 동현이 민망할정도로 웃어댔다.때문에 잠깐 화가나기도했었지만 어쩌면 지수의 말이 맞는지도몰랐다.
"동현씨. 죄를 지은사람들이 자수를 할때는 죄책감이 대부분이야.자기도 지금 그런 죄책감때문에 스스로 환영을
만들어낼수있다고. 좀 편히 생각해봐. 내일 가면 많이많이 사랑해줄께. 후훗"
대충 일을 정리해놓은 동현은 한동안 찾지않았던 헬스클럽을 찾았다. 뭔가 열중하지않으면 이런 환영이 계속될지도
몰랐다. 런닝머신과 여러가지 근육운동을 하는동안 동현은 생각했던대로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것을 느꼈다.
오랫만에 땀을 빼서인지 온몸의 근육들이 뻐근해질무렵 동현은 운동을 멈추었다.
정말로 오랫만에 느끼는 개운한 감이였다. 동현은 몇번 보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알아봐주던 트레이너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쏟아지는 물줄기속에서 자신이 약해졌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래 귀신같은건 심적으로 약해빠진놈들이나 보는거지. 내가 기가많이 허해져서 그랬나보군.'
동현은 차가운물로 적신 수건을 들고 한증막안으로 향했다. 문을열기가 무섭게 후끈한 기운이 동현을 덮쳤다.
안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과 젊은 청년하나가 앉아있었는데 노인은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과 얼굴색으로보아
꽤나 오래있었던듯했다.
동현이 들어서자 젊은 청년이 일어서 가뿐숨을 쉬며 한증막밖으로 튀어나갔고 동현은 청년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노인을 살펴보았다. 꽤 나이가 많은듯해서 조금은 걱정도들었지만 노인의 몸에나온 근육들은 그가 얼마나 오랜시간
운동으로 자신을 다져왔는지를 알수있게해주었다.
동현은 의자에 길게누우며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주었다. 이렇게 더운 한증막안에서 잠이온다는게 신기했다.
그만큼 그가 피로에 찌들어있었는지도 몰랐다.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들었다. 물론 대부분은 아내와 지수에 관한것이였고 또 알지못했던 아이의 존재도 떠올랐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동현이 수건을 들어 앞을봤을때 노인은 이미 나가고없어 한증막안엔 자신밖에 없었다.
동현은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은후 한증막을 나서려했다. 그러나 문은 무언가에 걸린듯 움직이질않았다.
왠지 다급한 마음이들어 문고리를 사방으로 돌리고 밀어보았지만 문은 누군가가 잡고있기라도 한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봐요. 여기 사람이있거든요. 밖에 아무도없나요!"
급기야 동현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지만 밖에선 아무런 대답도없었다.
문이 닫혀있다는것을 몰랐다면 사우나안에 더있을수도있었지만 심리적인 불안감은 동현을 더욱 초조하게만들었고
때문에 체감온도는 2배이상 상승하는듯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고있었고 타는듯한 갈증이 동현을 미치게만들었다
침착함을 잃었기때문인지 동현은 눈앞이 캄캄해지는것을 느꼈다.
"김선생님. 환자가 깨어났어요"
동현이 가까스로 눈을 떳을때 보이는것은 하얀 천장과 하얀 형광등이였다. 주변을 얼핏둘러보니 이곳이 병원이란
것을 알수있었다. 동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시계를 보았다. 저녁식사때를 한참 넘긴시간이였다. 동현은 마침 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자신이 어떻게 된건지를 물어보았다.
"큰일날뻔하셨어요. 한증막안에서 잠이들면 어떻해요?"
"예?"
"사우나직원이 쓰러져계신걸 발견했어요. 심한 탈수증상을 보이셨는데 지금은 좀 나아지셨을거에요."
"저기. 문이 열리질않던데 그 직원이 연건가요?"
"예? 그런건 잘 모르겠는데.. 문이 닫혔다는 소리는 없던데요? 그냥 한증막 청소를 하려고 들어갔더니 선생님께서
쓰러져계셨다던걸요?"
말을 마친 간호사는 뭐가그리 바쁜지 종종걸음으로 동현에게서 멀어져갔다.잠시 누워있던 동현은 이 모든일이
우연처럼 느껴지질않았다. 분명 문은 닫혀있었다. 자신이 꿈을 꾼걸까? 동현은 급한마음으로 자신의 팔에 꽂혀있는
링겔의 주사바늘을 빼버리고 일어섰다. 안된다는 간호사의 말이 들려왔지만 그대로 일어선 동현은 캐비넷안에서
자신의 옷가지를 찾아 입고 병원을 나섰다.
지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동현은 택시를 탔다.처음엔 사우나로 가서 자신의 차를 가지고 갈
생각이였지만 한시가 급했기에 지수의 오피스텔로 방향을 돌렸다.
오피스텔앞 주차장에서 동현은 지수의 차를 발견할수있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자 지수의 지친목소리가들려왔다.
"응.동현씨 왠일이야?
"어.지금 집앞인데 왔나확인하려고 지금 올라간다"
"동현씨 지금안되는데 손님이와있어"
"얼마나 걸리는데"
"글쎄 오늘은 안될것같아. 시골에서 언니가 올라왔거든. 아마 자고갈것같은데"
"제기랄. 근데 별일은없는거야?"
"그럼.무슨일이있겠어. 내일 내가 전화할께"
전화를 끊은 동현은 시동을 걸고 돌아가려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지수는 아무일도없는듯하다.역시 직접적인가해자인
자신에게만 아내가 원한을 품은것일까? 담배한개피를 다피었던가. 슬슬 출발을하려하는데 앞에 보이는 지수의방
창가에 누군가가 아른거리는것이보였다. 지수의언니인가 라는생각을 하며 핸들을 잡는 동현의눈앞에 왠 낯선남자가
들어오기시작했다.남자는 반나체차림으로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피고있었고 곧이어 그뒤로 지수의모습이보였다.
둘은 뭐가 그리좋은지 연신 웃어대며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기도하고 간간히 입맞춤도 나누었다.
동현은 자신도모르게 핸들을 잡은 두손에 힘이들어갔다.
동현이 핸들을 틀고 집으로 달리던중 핸드폰이 울리기시작했다.번호를 확인하니 그의 장인이였다.잠깐 망설여졌지만
동현은 전화를 받앗다.
"미연이가 발견됐네. 근데..여튼 좀 와야겟네 여기 D병원일세"
아내의 시체가 생각보다 너무 일찍 발견되었다. 혹여 약물반응이라도 나온다면 자신의 인생은 끝장날수있엇다.
동현이 이런저런생각을 하는사이 어느새 병원앞에 도착할수있었다. 병원안엔 벌써 미연의 분향소가 마련되있엇다.
뛰어들어오는 동현을 보며 모두가 눈시울을 붉히고있었다.
"무..슨일입니까?"
"흑흑.. 미연이가 .. 흑흑"
언제나 끄떡없어 보이던 회장이 얼마나 울었던지 얼굴이 퉁퉁부어있을정도였다. 동현은 그녀의 사진앞으로 다가가
주저않았다. 눈물이 나오질않았지만 울지않는다면 의심을 받을것만같았다.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는 동현에게 회장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래도 미연이가 자네하고 살다가서 행복했을걸세.."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죠?"
"심장마비라고하더만..워낙 약한애였으니.. 흑흑"
회장은 다시 눈물을 보이기시작했고 동현은 자신이 의심받을상황은 아니란것에 안도했다.이 사실을 지수에게 알려야
할것같은데 지수의 생각을 하니 다시금 화가 치밀어오르기시작했다.
담배를 입에물고 밖으로 나와 지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않앗다. 내일 말해줘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은 이렇게 고생고생하고있는데 사내새끼품에서 웃고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참을수가없었다.
"누구야?"
"응. 동현씨가집앞에 왔길래. 지금 언니가 와있다고 보냈지"
"너말이야. 정말 괜찮겠어?"
지수는 테이블위에 놓인 술잔을 집어들며 그를 한번 쳐다보고 그의 질문에 반문하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사람이 우리 사이를 아는날엔.."
지수는 웃음을 보이며 그에게 다가왔다.
"민태씨.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동현씨가 알리가없자나? 또 설령 안다해도 난 아직 동현씨랑 어떤사이도 아니라고"
지수는 묘한 웃음을 흘리며 무언가 더 말하려하는 민태의 입을 입술로 가로막았다.
"일년이야. 길어야 일년안에 모든게 다 끝날거야. 민태씨.. 나만 믿어"
민태는 그녀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생각했다. 모든게 지수의 생각대로 되어준다면.. 1년이 지났을때 우린 한국에
없을것이다. 지수는 늘 영악한 여자였다. 또 조금은 악독했다. 하지만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그녀가
내가 다니는 제약회사의 약을 빼달라고 부탁했을때 . 그것이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일이란걸 알면서도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수밖에 없었다. 지고지순한 천사보다는 약간은 잔혹한 악녀가 나의 이상이였던가.
민태는 지수의 몸을 끌어안은채 의자에서 일어나 침실로향했다. 침대에 그녀를 살포시 뉘였다.
"민태씨. 불좀 꺼줘"
늘 처음처럼 부끄러워하는 지수를 위해 민태는 한손으로 불을 끈후 한손으로 옷가지를 벗었다.
고개를 돌리고 누운 지수를 감싸안고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녀의 고개가 민태쪽을 향하기시작했다.
그 순간 민태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지수의 얼굴위로 전혀 처음 보는 낯선 여자의 얼굴이겹쳐져있었다.
"으헉"
"왜그래? 민태씨?"
지수가 침대옆 스탠드를 급하게 키며 물었지만 민태는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리고있었다.자신이 헛것을 본것인가.
그렇다고하기엔 너무나도 선명했다.
"무슨일이야..?"
"아..아무것도아니야. 내가 잠깐 딴생각을 했나봐"
"내가 물이라도 갖고올께 . 기다려"
물을 가지러간사이 민태는 잠시 숨을 돌렸다. 잠깐이였지만 그 여자의 표정이 눈앞에서 사라지질않았다.
민태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머릿속의 기억을 털어내려했다. 자신이 헛것을 봤다고 생각하는게 속이 편할듯싶었다.
"무슨생각을 하길래 그래?"
어느새 물을 갖고온 지수가 물잔을 건네주며 물었다. 그제서야 민태는 도리질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금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껴야만했다.눈앞엔 왠여자가 하얀 원피스를 입고 물잔을 들고 서있었다.
민태는 아까의 얼굴이 이여자임을 알아챘지만 왠지모를 공포로 꼼짝도 할수가없었다. 그녀에게서 뿜어져나오는
한기로 방안의 모든것이 얼어붙을것만같았다. 그녀의 손이 서서히 올려졌다.
지수는 갑작스런 민태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었다. 서둘러 물을 갖고온 지수를 바라보는 민태의 시선은 지수가 알던
그것이 아니였다. 왜그러냐고물어봤자 민태에겐 들리지 않는듯했다.혹시 어디가 아픈건아닌지 민태의 이마를
짚어보려 손을 뻗었을때 바들바들 떨고만 있던 민태가 지수에게 덮치듯 달려들었다.
민태는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이 정체불명의여인이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있지않은것만은 알수 있었다.
분명 그녀에게 뿜어나오는 한기는 한기뿐만 아닌 살기를 머금고있었다. 사람도 동물이기에 민태는 직감적으로
이성이 아닌 온몸이 느끼고있었다.당하지 않기 위해선 먼저 공격해야만 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는 벌떡
일어나며 그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자신의 아래에 깔린 여자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모든것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밑에서 목을 졸리우는 여자는 아무렇지않은듯이
민태를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웃음을 보며 흠칫하던 순간 그녀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치
민태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혀를 낼름 내밀기시작했다. 푸르스름한 혀가 그녀의 입에서 멈추지않고 기어나와 민태의
얼굴앞까지 다가와 그의 볼가를 핥기 시작했다. 그 소름끼치는 감촉이 볼에 닿는 순간 민태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양손에 모든 힘을 주었다.
잠깐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미친듯이 목을 조르던 그가 정신을 차린것은 어디선가 컥컥..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후였다. 민태는 자신이 목을 조르던것의 정체를 아는 순간 혼비백산하여 뒤로 물러설수밖에 없었다.
창백한 얼굴의 지수가 혀를 내빼고 자신의 앞에 쓰러져있었다. 분명 자신의 것이 분명한 손자욱이 그녀의 목덜미에
멍자욱처럼 새겨져있었다.
"아..아니야.. 이건 아니야.."
민태는 이미 제정신이아니였다. 자신앞의 지수의 시체보다 정작 민태를 미치게 하는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저 방구석에 거꾸로 매달린채 자신을 노려보는 아까 그 여인의 모습이였다..
첫댓글 하핫..잼나네여....길게 쓰시느라 수고가 많네요^^
순서가 왜 뒤죽박죽으로 나오져...?? 이상하다..쩝...
으악~~~~~햇길려여~~~~~~~ㅠ.ㅠ
게시판에 공지해드렸는데.. 이 글은 프롤로그부터 시작해서 본인이 내용을 연결시켜가는글이랍니다.자신이 선택한 대로 이어서 읽으시면되죠.완결이되면 보기편하게 다시 이어서 올릴거랍니다.
선택때문에 왔다갔다 하기는 하지만 재밌어요.그전의 선택을 머릿속에 꽉꽉 채우고 있어야 되는 수고는 해야되지만요^^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