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문화재청은 지난 9월 6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800년 만에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공개했는데
그 크기는 폭 33.0 x 18.5cm, 높이 19.4cm입니다.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가 전 세계 20건에도 못 미치고,
그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무늬와 보존상태가
고려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매우 큽니다.
▲ 800년 만에 일본서 귀국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나전칠기는 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이지요.
목재, 옻칠, 자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무늬를 장식하는 등
고도의 정교함과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공예 기술의 집약체’라고도 일컬어집니다.
특히,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으뜸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습니다.
《고려사(高麗史)》에는 이미 11세기에 고려 조정이 송(宋), 요(遼) 등
외국에 보내는 선물 품목에 나전칠기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볼 때 당시 주변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음을 알 수 있지요.
이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무늬를 살펴보면,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무늬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하여 만든
연주(連珠)무늬가 고루 사용되었습니다.
전체 면에 자개로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로 꾸미고,
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가 있으며,
외곽에는 약 1,670개의 연주무늬가 촘촘히 둘려 있는 등
사용된 자개의 수가 약 4만 5,000개에 달합니다.
특히, 나전 본래의 무지갯빛과 광택이 살아있어
오색의 영롱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전과 금속선 등 장식 재료의 보존상태도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나전 가운데서도 매우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에 놓인 국화넝쿨무늬는
꽃잎 하나하나에 오목새김 선으로 세부를 정교하게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