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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요리]] -下-
요리가 나오자 스빌로는 벌떡 일어나 손수 시중을 들었다.
불타는 듯한 눈초리로 그는 쟁반 위에서 뚜껑이 덮여 있는 남비를 들더니 그 속에서 새어나오는 향기를 느긋하게 맡았다.
그리고 단 한 방울의 소스도 남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소스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어리를 두 개의 접시에 나누어 담았다.
마치 아까부터 이 일을 하여 지친 것처럼 헐떡이면서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서 드십시오. "
코스틴은 신경을 집중하여 한 입 깨물어 삼켰다.
그는 포크 끝을 멍한 눈초리로 바라 보며 숨을 죽여 말했다.
"아니, 이건! "
"맛있지요 ― 생각했던 것보다? "
코스틴은 황홀함을 참으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처음으로 아밀스턴 양고기의 맛을 본 자는, 사람이 자기 영혼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틀림없이 이럴 거라고 생각하겠지요. "
"그럴지도 모르지요. "
스빌로는 냄새가 나는 뜨뜻한 숨결이 그의 콧구멍을 간지럽힐 정도로 얼굴을 바싹 갖다댔다.
"정말 자신의 영혼을 슬쩍 들여다본 건지도 모릅니다 ― "
코스틴은 상대방이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슬쩍 몸을 빼려고 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 하고 그는 소리내어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이렇게 되고 보니 ― 엄니와 손톱을 드러낸 야만인과 다름없군요. 욕설이라고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만, 아밀스턴 양이 이 세상에 있는 한 사람들은 교회를 짓고 하느님을 모시겠다는 기특한 마음을 갖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스빌로는 일어나서 코스틴의 어깨에 손을 살짝 얹었다.
"좋은 생각을 해내셨군요. 언젠가 전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 잠시 어두운 방에 우두커니 앉아 이렇게 이 세상 일을, 현재의 일이나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 것인가 하는 일을 생각해 보면 ― 조금은 종교에 나타난 양의 의미에 마음이 쏠리는 수도 있겠지요. (그리스도교에서 <양>이란 희생물, 사람의 자식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되어 있다.) 꽤 의미심장 ― 하지요? 아니, 이거 ― "
그는 두 사람에게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였다.
"오랫동안 모처럼의 식사를 방해했군요. 하지만 아주 유쾌했읍니다. "
그는 코스틴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럼, 꼭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
이가 빛나고 눈이 빛나는 스빌로는 케이블 사이를 누비며 가버렸다.
코스틴은 몸을 돌려 스빌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저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요? "
래플러는 접시에서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기분을 상하게 했느냐고? 천만의 말씀! 저 사람은 그런 말을 주고받는 일을 굉장히 즐기지. 아밀스턴 양고기를 내놓는 것은 그에게 있어 축제 의식 같은 거라네. 그렇게 정색하도록 만들어놓으면 앞으로 누군가를 개종시키려고 마음먹은 목사보다도 끈질기게 이야기하러 올걸세. "
코스틴은 아직도 눈 앞에 스빌로의 얼굴이 가물거리는 것을 느끼며 접시 앞으로 돌아 앉았다.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굉장히. "
그 얼굴에서 받은 인상의 근원을 생각해 내려고 애쓰다 가까스로 기억해 낸 것은 그로부터 한 달이나 지나서였다.
그때 그는 갑자기 침대 속에서 큰 소리로 웃어댔다.
아아, 그랬었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사람을 잡아먹고 싱글싱글 웃는 그 체셔 고양이와 스빌로의 얼굴이 똑같았던 것이다!
다음날 저녁 차갑게 불어치는 바람을 안고 레스토랑을 향해 거리를 걸어가며 코스틴은 그 사실을 래플러에게 털어놓았다.
래플러는 그런 시시한 생각은 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말이 옳을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에게는 판정자의 자격이 없네. 아뭏든 내가 그 이야기를 읽은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니까. 정말이지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가물가물 생각날 뿐이네. "
래플러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길 저쪽에서 째지는 듯이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려와 두 사람은 발길을 멈추었다.
"누가 무슨 일을 당하고 있군 " 하고 래플러가 말했다.
"저 걸 보게! "
스빌로즈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앞뒤로 비틀거리다가 한덩어리가 되어 몸부림치더니 보도 위로 쓰러졌다.
다시 또 외쳐대는 가련한 소리가 들리자 래플러는 뚱뚱한 몸집치고는 재빠르게 그쪽으로 달려갔고, 코스틴은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라 달려갔다.
거리에 길게 뻗어 있는 것은 검은 피부빛과 흰 머리카락으로 보아 스빌로즈의 급사인 듯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기 목을 죄려드는 두 개의 큰 사나이의 손을 밀어내기위해 힘없이 무릎을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래플러는 숨을 헐떡이며 다가갔다.
그는 소리쳤다.
"그만두시오! 대체 왜들 이러시오! "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눈이 애원하듯 래플러 쪽으로 향했다.
"살려주십시오 …… 이 사람이 …… 취해서 …… "
"취했다고? ― "
상대방이 몹시 더러운 선원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코스틴은 알아보았다. 그의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가 지독했다.
"남의 주머니에 손을 처넣으면서, 뭐 취했다고, 이 자식! "
사나이가 손가락에 한층 더 힘을 주어 목을 죄었으므로 스빌로즈의 급사는 신음 소리를 내었다.
래플러는 선원의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놓아! 놓아주라니까! "
그러나 다음 순간 래플러는 떠밀려서 코스틴에게 부딪혔으며, 그 여세로 두 사람이 한꺼번에 뒤로 비틀거렸다.
선원이 자기 몸에 손은 대자 래플러는 곧 맹렬하게 반격했다.
아무 말도 않고 그는 선원에게 덤벼들어 무방비상태인 얼굴이며 옆구리를 마구 때리고 걷어찼다.
상대방은 조금 어이없어하는 것 같더니 후다닥 일어나 래플러 쪽으로 마구 덤벼들었다.
한순간 두 사람은 서로 힘껏 휘어잡고 있었는데, 거기에 코스틴이 합세하여 세 사람이 함께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윽고 래플러와 코스틴은 서서히 몸을 일으켜 두 사람 앞에 쓰러져 있는 사나이를 내려다보았다.
"너무 취해서 정신을 잃었나? ― " 하고 코스틴이 말했다.
"쓰러질 때 머리를 찧었나? 어쨌든 경찰을 불러야겠군. "
"아니, 안됩니다! "
급사는 불안정한 다리를 짚고 일어서더니 비틀거렸다.
"경찰이라니요, 그러면 스빌로 씨에게 폐를 끼치게 됩니다. 제발 부탁이니 …… "
그가 코스틴을 붙잡고 애원하였으므로 코스틴은 래플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아, 부르지 않겠네 " 하고 래플러는 말했다.
"경찰의 손이 닿지 않을 걸세. 내버려둬도 머지않아 이 돼지 같은 살인자 녀석을 잡아갈 테지. 그런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
"아주 고주망태가 되도록 취해 있었지요.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며 걸어오기에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받쳐주며 피하려고 손을 내밀었더니 느닷없이 도둑놈이라고 소리치면서 덤벼들었습니다. "
"그럴 줄 알았네. "
래플러는 부드럽게 급사의 등을 밀며 걷기 시작했다.
"자아, 어서 가서 일을 하게. "
검은 사나이는 너무 감격해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목숨을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엇이든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 "
래플러는 스빌로즈의 문으로 통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이런 일쯤은. 가서 스빌로 씨가 야단치거든 우리에게로 보내게, 변명해 줄 테니까. "
"목숨을 바쳐서라도 ― "
이것이 안쪽 문을 닫을 대 뒤에서 두 사람의 귀에 들린 마지막 말이었다.
"그런 법이 어디 있나, 코스틴! " 하고 2, 3분 뒤 테이블을 향해 의자를 끌어 당기며 래플러는 말했다.
"소위 문명인이라는 사람이. 알콜 냄새를 물씬 풍기며, 가까이 다가왔다고 해서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죽을 정도로 두들겨패다니 …… "
코스틴은 어떻게든 그럴 듯한 말을 하여 이 사건으로 흥분한 기분을 달래려고 했다.
"알콜 종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노이로제에 걸려 있지요. 그 선원이 그렇게 된것도 틀림없이 뭔가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
"이유? 물론 있겠지. 인간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온 잔인성! "
래플러는 크게 무엇을 끌어안는 듯한 몸짓을 해보였다.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앉아서 정신없이 고기를 먹어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다만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만은 아닐세. 우리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본능이 해방시켜 달라고 외치기 때문이지. 생각 좀 해보게, 코스틴. 내가 언젠가 스빌로씨는 문명의 정점에 이른 사나이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나? 이젠 그 뜻을 알겠지. 멋진 사나이야, 그는.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을 잘 알고 있네. 흔히 볼 수 있는 하찮은 사람들과는 달라. 그는 우리 인간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야성을 죄없는 제삼자에게 해를 미치지 않고 만족시켜 주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는 걸세. "
"아밀스턴 양고기를 처음으로 먹었을 때의 일을 생각하면 ― " 하고-코스틴은 말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그럭저럭 그 맛을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벌써 한 달이 넘었으니까요. "
급사가 물을 따르며 망설이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밤에는 특별요리가 없습니다. "
"들었나? " 하고 래플러는 신음하듯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이번의 특별요리는 내 입에 들어올 것 같지 않군. "
"설마,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그건! "
코스틴은 놀라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에이, 가버릴까 …… "
래플러는 단숨에 물을 반쯤 마셨다. 급사가 곧 물잔을 가득 채웠다.
"나는 회사의 남미 출장소에 예고없이 시찰여행을 떠나게 되었네. 1월이나 2월에 말이야. 일정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지만. "
"반드시 가봐야 할 정도로 출장소의 성적이 떨어졌습니까? "
"아니 실적이 떨어졌다기보다 좀더 성적을 올리고 싶어서 그러네. "
래플러는 갑자기 싱긋 웃었다.
“그리고 스빌로 씨에게 지불할 많은 식사 대금을 잊어서는 안되겠지. "
"사무실에선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는데요. "
"자네가 알고 있을 정도라면 갑작스러운 출장이라고 할 수 없겠지. 나 말고는 ― 아니, 나하고 자네 말고는 아무도 모를 걸세. 출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있을 때 느닷없이 찾아가고 싶은 거야. 어떻게들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말일세. 이쪽 사무실에는 어디 휴양하러 가는 것으로 해두겠네. 피로를 풀기 위해 어딘가 요양소에라도 간 줄 알게 해두는거야. 아뭏든 주요인물들이 든든하니까 이쪽 일은 걱정없네. 이를테면 자네 같은 실력가가 있으니까. "
"내가요? "하고 코스틴은 놀라서 말했다.
"내일 출근하면 승진 사령을 받을 걸세. 유감스럽게도 내 손으로 줄 수는 없지만. 알겠나? 그것은 이번 일과는 아무 관련도 없네. 자네의 일솜씨가 훌륭하기 때문에 나는 아주 크게 감사하고 있네. "
코스틴은 칭찬을 받고 얼굴을 붉혔다.
"내일 사무실에 나오시지 않는다면 ― 오늘 밤에 떠나신다는 말씀입니까? "
래플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좌석 예약으로 좀 복잡한데, 그것이 잘되면 ― 뭐랄까 ― 이 식사가 한동안 헤어지는 송별회 자리가 되겠군. "
"뭐라고 할까요 …… " 하고 코스틴은 천천히 말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 자리의 예약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뜻을 지니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급사의 목소리가 말을 중단시켰다.
"요리를 가져올까요. 손님? "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라 두 사람 다 그쪽을 쳐다보았다.
"부탁하네 " 하고 래플러가 엄숙하게 말했다.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나? 난 몰랐네. "
"내가 염려하는 것은 ― " 하고 그는 급사가 저쪽을 보자 코스틴을 향해 말했다.
"이 번의 아밀스턴 양고기를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인데, 솔직히 말해 오늘 밤에는 그 요리를 먹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벌써 1주일이나 출발을 미뤄왔으므로 더 이상은 도저히 연기할 수가 없네. 자네가 여기서 그 요리를 먹게 되거든 내가 없는 것을 딱하게 생각해 주게."
코스틴은 소리내어 웃었다.
그는 가져온 요리 앞으로 다가앉으며 말했다.
"네, 그야 물론이지요. "
그가 접시 안에 있는 음식을 다 먹어갈 때 급사가 소리도 없이 다가왔다.
그것은 언제나 그 테이블을 담당한 급사가 아니라 아까 격투를 벌인 피해자였다.
"여어! " 하고 코스틴이 말했다.
"어떤가, 기분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나? "
급사는 코스틴에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다지 서두르지도 않았으며, 아주 긴장된 것 같은 태도로 그는 래플러 쪽을 보고 있었다.
"손님 " 하고 그는 속삭였다.
"당신은 내 목숨을 살려주셨습니다. 손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은혜를 갚아드리겠습니다! "
래플러는 깜짝 놀라며 세게 머리를 저었다.
"아니, 은혜를 갚겠다니, 그럴 필요 없네, 알겠나? 그처럼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해. 자아, 일이나 열심히 하고, 그런 말을 이제 그만하게. "
급사는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손님이 받드는 하느님 앞에 맹세하고 말씀드립니다. 비록 손님이 원하시지 않더라도 나는 손님을 살려드려야 합니다! 요리장에 오시면 안됩니다. 이것은 손님이 살려주신 내 목숨과 손님의 목숨을 바꾸는 거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오늘 밤이든, 이 세상에 살아 계실 동안의 어느 날 밤이든 스빌로즈의 요리장에는 결코 들어가지 마십시오! "
래플러는 너무 기가 먹혀 의자 속에서 몸을 뒤로 젖혔다.
"요리장에 가지 말라고? 왜 가면 안되지? 물론 스빌로가 허락해 줘야 되겠지만, 대체 그게 어떻다는 건가? "
억센 손 하나가 코스틴의 등에 놓이고 또 하나가 급사의 팔을 잡았다.
급사는 입을 굳게 다물고 눈을 내리깐 채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손님? " 하고 가릉거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마침 잘 왔군요. 이 가게의 일이라면 나는 무엇이든지 다 대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 "
래플러는 후유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아, 스빌로 씨, 마침 잘 와주었소. 이 사람이 나보고 절대로 요리장에 가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지요? "
여유있게 웃는 흰 이가 보였다.
"그거야 뭐 …… 이 사람은 진심으로 친절한 마음에서 한 말입니다. 성질이 과격한 요리사 우두머리가 소중한 요리장으로 내가 누구를 안내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답니다. 말할 수 없이 화가 났다는군요! 그 자리에서 그만두겠다고 위협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스빌로즈는 어떻게 되는지 아시겠지요? 나는 잘 달래어, 훌륭한 신분의 손님 앞에서 솜씨를 발휘해 보이는 것이 얼마나 명예로운 일인가를 납득시켜서 이제 완전히 기분이 풀렸습니다. "
스빌로는 급사의 팔을 놓았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담당은 여기가 아니야. 다시는 틀리지 않도록 하게, 알겠나? "
급사는 눈을 제대로 쳐들지도 못하고 슬금슬금 가버렸다.
스빌로는 테이블 앞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더니 손으로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깜짝상자에서 벌써 고양이가 튀어나갔군요. 오늘 밤에 요리장을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불쑥 해서 깜짝 놀라게 해드릴 작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깜짝 놀랄 일은 이제 끝났고, 남은 것은 안내하는 일뿐입니다. "
래플러는 이마의 땀방울을 닦으며 신나는 듯 물었다.
"진심이오?" 우리에게 정말 오늘 밤 당신 가게의 요리 만드는 현장을 보여주겠소? "
스빌로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테이블보에 선을 그어서 그 위에 흐릿한 직선의 손톱자국을 남겼다.
"아아, 그것은 좀 어려운 문제인데요. "
그는 테이블보에 난 선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래플러 씨, 당신은 10년의 오랜 단골입니다. 그러나 여기 계신 이 친구분은 ― "
코스틴은 손을 들어 다음말을 막았다.
"네, 오늘 밤에는 당연히 래플러 씨만을 초대하는 것이므로 내가 있으면 거치적거린다는 것을 잘 압니다. 실은 오늘 밤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었지요. 따지고 보면 벌써 나갔어야 하는 건데 …… 걱정할 것 없습니다. 조금도. "
"아니 " 하고 래플러가 말했다.
"그건 안되네. 그렇다면 불공평해. 지금까지 죽 즐거움을 함께 나누어왔는데! 코스틴, 그렇게 기다리던 소원을 모처럼 풀어준다 해도 혼자서야 기쁨이 반으로 줄어들겠지. 이번만은 아마 스빌로 씨도 특별히 허락해 줄 걸세. "
두 사람은 동시에 스빌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스빌로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코스틴은 벌떡 일어났다.
"아닙니다, 여기에 더 이상 오래 있다가는 모처럼의 당신 즐거움을 망쳐버리게 되겠군요. 더우기 ― " 하고 그는 농담삼아 말했다.
"화를 잘 내는 요리사 우두머리가 당신에게 식칼을 들이댈 장면을 상상하니 나는 아무래도 그 자리에 없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그는 래플러가 미안한 듯이 잠자코 있자 기운을 북돋아 주듯이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당신은 스빌로 씨에게 맡기겠습니다. 틀림없이 멋진 구경거리를 보여주시겠지요. "
그가 손을 내밀자 래플러는 아플 정도로 꼭 쥐었다.
"정말 미안하이, 코스틴. 다시 만날 때까지 저녁은 언제나 여기서 먹으며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주게. 그렇게 오래 비우지는 않을 걸세. "
스빌로는 코스틴이 나가도록 길을 비켜주었다.
"또 오십시오, 손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
코스틴은 잠시 현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목도리를 두른 다음 홈버그 모자를 알맞은 각도로 비스듬히 썼다.
그는 만족한 듯 거울에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이미 요리장으로 통하는 문 앞에 가 서 있는 래플러와 스빌로에게 마지막으로 눈길을 던졌다.
스빌로의 한쪽 손은 어서 들어가라는 듯 문을 활짝 열고 있었고, 또 한쪽 손은 아주 부드럽게 래플러의 살집좋은 어깨 위에 얹혀 있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