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미향 윤리특위 제소… 尹대통령 “반국가행위 단호 대응”
尹의원, 총련 행사 참석 파문 확산
대통령실 "국민 세금 받는 의원이 '남조선 괴뢰' 말 들을며 앉아있다니"
정부 "국보법 적용 가능할지 판단"
민주 "당 소속 아니다" 징계안 말아껴
국민의힘은 4일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개최한 간토대지진 학살 추모식에 참석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사진은 국회 의원회관 윤 의원 사무실에 의원실 관계자가 출입하는 모습. 윤 의원은 비공개 외부 일정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 박형기 기자
국가정보원이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주최한 간토대학살 100년 추모식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보기관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의 추모식 참석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이 단순히 앉아 있었는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그 내용에 따라 국가보안법까지 적용 가능할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반국가단체에 동조했다”며 윤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안까지 제출했다. 다만 민주당은 윤 의원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국정원 “일본 정보기관과 팩트 체크 중”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오후 정보위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의 행사 참석 경위 등에 대해 “김규현 국정원장이 ‘실제 상황에 대해 파악 중이고 일본 정보기관과 협력을 통해 팩트 체크 중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실제 윤 의원이 그 안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떤 발언을 했는지 판단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며 “총련 간부가 ‘남조선 괴뢰도당’ 발언을 한 상태에서 윤 의원이 그냥 듣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윤 의원이 어떤 발언을 총련 간부들 앞에서 했는지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 발언에 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도 논의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고 국정원도 일본 정보기관과 협력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윤 의원의 행사 참석을 현행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보고, 행사 참석 명단 등 정확한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윤 의원을 상대로 조만간 경위서를 보내 행사 참석 경위를 파악한 뒤 과태료 처분 등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윤 의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색깔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법에는 색깔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 대통령실 “총련, 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 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총련은 대법원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고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국회의원이 반국가단체 행사에 참석해 ‘남조선 괴뢰도당’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끝까지 앉아 있는 행태를 우리 국민이 어떻게 이해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기본 가치를 지킨다는 전제에서 보수든 진보든 우파든 좌파든 성립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헌법 가치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징계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밝혔다. 여당이 윤 의원을 상대로 징계안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국민의힘은 2020년 9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윤 의원이 기소되자 징계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월 국회 윤리특위에 윤 의원 제명을 건의했으나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당의 징계안 제출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 징계안에 대해 “당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며 “당 소속 의원이 아니라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다”고만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의원이 민주당 소속도 아닐뿐더러 현재 산적한 현안이 많은 상태에서 굳이 불필요한 ‘색깔론’ 논쟁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윤 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지금 총련을 간첩단체라고 정부 여당은 주장하는 것이냐”면서 “약간 다소 친북 성향이 있다 이 정도(의 단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 논리대로라면) 한국 민주당 의원은 미국 공화당 행사에 가면 안 되는 것이냐”고도 했다.
조권형 기자, 전주영 기자, 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