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선의 올림픽 돋보기] 저변 축소가 부추긴 복싱 젠더 논란, 푸틴 배후설?

[알자지라]

타이완 복서 린위팅(왼쪽)과 알제리 복서 이마네 켈리프는 파리올림픽 여자부 준결승에 진출,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게티 이미지스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경기가 알제리 복서 이마네 켈리프(25)와 타이완 복서 린위팅(28)의 젠더 적격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올림픽 출전 자체가 영광이어야 할 두 선수에겐 온라인 공격이 가해져 힘들어하고 있다. 국제복싱연맹(IB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도중에 생겨난 갈등을 이제껏 방치해 혼란과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수가 없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

그런데 정녕 문제는 복싱, 그것도 여자 복싱의 근간을 위협하는 선수 저변 부족이 근저에 있다는 점을 아프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대회는 선수 부족 때문에 출전하기만 하면 입상권에 근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몇 년 전 얼굴 예쁜 연예인을 앞세워 복싱이란 종목에 대한 여성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노력까지 기울이게 됐다.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본다.

따라서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치르는 중에 갑자기 두 선수를 출전 금지시킨 IBA는 IOC와의 갈등을 어쩌면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일' 쯤으로 여기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두 선수에 대한 관심과 논란을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IOC는 지난해 6월 IBA의 올림픽 복싱 경기 운영권을 박탈한 뒤 여태껏 두 기구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방치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는 IBA를 주도하고 있는 쪽이 러시아이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번 대회 출전이 가로 막힌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발목을 잡는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도 지난 1년여 이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왔던 것이다.

IBA는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두 선수를 "실격 조치한 이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날 밝혔는데 되레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뒷말이 나온다.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며 무려 예정 시간을 100분 이상 넘겨 시작했고, 회장과 사무총장이 딴소리를 했다.영국 BBC는 답을 들으려 했는데 오히려 많은 의문을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IBA는 어떤 기구인가?

AIBA의 후신인 IBA는 1946년 아마추어 복싱을 관장하는 세계 기구로 출범했다. IOC는 2019년 IBA의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으며 비리 혐의도 적지 않다며 복싱 기구로 인정하는 일을 중단했다. 2018년 IBA는 전직 회장 CK 우와 전 사무총장 김호를 "총체적 방치와 재정적 관리 부실"을 이유로 영구 제명했다. 우 전 회장은 2017년 10월 정직될 때까지 무려 11년을 회장으로 있었다. 그는 나중에 가푸르 라키모브로 교체됐는데 미국 재무부는 "우즈베키스탄의 범죄 거물"이라고 표현했다. 2020년 러시아인 우마르 크레믈레프가 회장으로 선출됐다.

2년 뒤 리처드 맥클라렌 교수가 이끄는 독립적인 조사팀은 올림픽의 미래를 위해 복싱은 윤리적 문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행동을 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맥클라렌은 수십년 동안 부실 재정과 미숙한 관리, 링에서의 규칙 파괴, 부적절한 훈련과 심판 및 간부 교육 프로그램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크레믈레프 회장은 누구인가?

2022년 9월 러시아에 새로 문을 연 국제복싱센터 개관식에서 크레믈레프 회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챔피언 벨트를 선물하고 있다. 게티 이미지스

크레믈레프는 크렘린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주도하면서 IBA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가즈프롬을 굵직한 후원사들 가운데 하나로 모실 수 있었다. 2022년 5월 네덜란드복싱협회의 보리스 판데르 보르스트가 출마 의사를 접은 데 따라 크레믈레프는 회장에 만장일치로 재선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나중에 판데르 보르스트가 부당하게 출마하지 못했다고 손을 들어줬지만 IBA 대의원단은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는 제안을 부결했다. IOC는 이런 결과에 "심히 우려된다"고 표명했다. 판데르 보르스트는 이러다 2028년 올림픽에서 퇴출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젠더 적격성 검사 결과에 대해 무얼 알고 있나?

BBC는 여전히 적격성 검사가 어떤 항목들로 이뤄져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검사를 감독했는지도 모른다. 크리스 로버츠 IBA 사무국장은 지난주 BBC의 댄 론 편집인에게 "두 선수 사례 모두" 남성의 XY 염색체가 검출됐다고만 말했다. 그는 "다른 가닥도 얽혀 있어" 기구 차원에서 두 복서가 "생물학적 남성"이라고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선수들, 코치들, IBA의 의료위원회가 제기한 "진행형 의문들" 때문에 특정하지 못하는 적격성 검사를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버츠는 두 선수가 2022년 이스탄불 세계선수권대회 중에 처음 검사를 받았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으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중에는 "염색체 검사 결과 둘 다 자격 없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염색체 검사라고 분명히 얘기한 반면, 크레믈레프는 그 검사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따진 것이라고 다르게 얘기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과 강도를 높이는 호르몬이며, 염색체는 성별 등을 구분하는 유전체 정보를 나르는 것이다. 

IBA는 검사 결과를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공인한 두 군데 실험실에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WADA는 검사를 감독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은 도핑과 관련된 문제만 다룬다고 반박했다.

IOC는 앞서 검사의 정확성을 의심했다. 마크 애덤스 대변인은 "우리는 프로토콜이 무엇인지, 검사는 정확한지, 우리가 이 검사를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켈리프는 6일 잔젬 수완나펭(태국)과의 준결승을 전원 일치 판정승을 장식, 9일 결승에 진출해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3년 전 2020 도쿄올림픽 8강에서 탈락했던 그는 첫 올림픽 결승에 나선다. 결승 상대는 첸니엔친(타이완)-뤼양(중국)의 대결 승자다. 만약 금메달을 따면 알제리 복싱 사상 처음이다.

린은 7일 에스라 일디즈 카흐라만(튀르키예)과 준결승을 치른다. 지더라도 최소 동메달은 목에 건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결승 진출에 실패한 두 선수에게 동메달을 나눠 준다. 물론 이기면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