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몇 주 전부터 예고되었던 보결 수업 들어가는 날. 3학년 아이들과 하루 종일 교실에서 복작복작거리면서 보내야 하는 날이다. 집 책꽂이에 있었던 책들 중에 한 권을 뽑아 출근할 때 가지고 왔다. 내용은 훑어보지 않고 그냥 챙겨가지고 왔는데 3학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책장을 펴는 순간 놀랬다. 책 속 주인공 누나가 바로 3학년이다!
도서관에 3학년 아이들이 모두 모였다.
"얘들아, 안녕!"
"오늘 담임 선생님 대신에 교감 선생님과 수업을 할 거야"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기도 하지만 책과 함께 노는 곳이기도 해"
아이들 표정이 긴장되어 있다. 아마도 교감인 내가 담임 선생님과 달라서 그렇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과 얼굴을 매칭시킨 뒤 책장을 펴고 한쪽 한쪽 읽어주었다. 마침 내용이 봄에 관한 내용인지라 순간 책 놀이를 하면 좋겠다 싶었다. 3학년 아이들에게 책이라는 것이 재미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고 낯선 교감 선생님과 수업하는 첫 시간에 마음의 벽을 깨고 싶었다.
"우리 오늘 도서관에 있는 책 중에서 봄과 관련된 책 세 권을 골라볼까? 세 권을 찾아서 자리에 앉아보자"
주섬주섬 아이들이 일어났고 도서관 구석구석으로 흩어져서 봄과 관련된 내용일 것 같은 책들을 찾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친구들은 벌써 그림책 코너에 가서 큼직 막한 글자에 봄이라는 단어가 쓰인 책을 가지고 온다. 어떤 친구들은 고도의 지능을 발휘하여 식물도감을 찾아내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해 준다. 약간 눈치가 느린 친구들은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표지 그림 중에 벚꽃이거나 봄에 피는 꽃 그림이 있는 책을 가지고 온다.
"이번에는 자신이 고른 책이 왜 봄과 관련된 것인지 친구들에게 소개해 보자"
똘똘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지만 뻐끔뻐끔 눈만 움직이는 아이도 있다. 3학년 아이들과 책 놀이 겸 도서관에서 친숙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책으로 집에서 가지고 온 책이 큰 힘을 발휘했다. 책 제목처럼 누나가 있어서 좋은 친구 손들어 보라고 하니 많지 않다. 외동이라고 하는 아이, 누나는 있지만 자기 혼자 있는 것이 더 좋다고 하는 아이가 있다.
그래도 누나가 있는 것이 좋을걸!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한 공간에서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아이들 이름을 줄줄 외우게 됐다. 아이들 얼굴 익히려면 보결 수업만큼 좋은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