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일) ... 설악산 대청봉(1,708m)
등산코스 : 오색탐방지원센터 -> 설악폭포 -> 대청봉 (1.708m) -> 중청대피소 -> 끝청 -> 갈림길 -> 한계령 주차장 (14km, 10h)
< 늘 그립고, 새롭고, 아름다운 설악을 찾다 >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큰 산은 몇번을 가더라도 깊고 큰 산의 어떤 마력 같은 기운에 빨려 온 몸에 전율이 오고, 가면 갈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산이다.
어제 밤부터 계속 내린 빗속을 뚫고 서울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서 가평 휴게소에 6시 30분 도착해서 김밥과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설악 부근에 오니까 비는 내리지 않았고, 한계령을 넘어 산행 시작점인 남설악 탐방지원센터 앞에는 9시에 도착했다. 배낭을 점검하고 스틱을 조립한 후 들머리에 들어섰다.
오색~대청봉 코스는 가파른 계단길로 대청봉 정상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이다. 숨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올라가다보면 허벅지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경사가 급해 힘들다는 표현이다. 아무리 자주 산을 가는 사람이더라도 가파른 산을 오를 때마다 힘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힘들지 않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얼마정도 올라왔을까. 우거진 숲 사이로 맑고 푸른 하늘이 보이고, 건너편 산 능선이 한편의 수채화 처럼 아름답게 보이며, 아침을 반기는 산새들의 청아한 노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설악폭포에 이르자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계곡에는 거센 물줄기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계곡을 따라 힘차게 흐른다. 크고 작은 폭포가 여럿 생겨서 살아 꿈틀대며 움직이는 작은 용처럼 보인다.
8부능선 쯤 올랐을까. 날씨가 흐린 관계로 산봉우리들은 구름 속에 잠겨 있어 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구름 속의 설악산 모습은 검은 먹물로 그린 수묵화 처럼 펼쳐진다. 이쯤이면 먼산 가까운 산의 능선이 겹겹이 포개지며 아름다운 장면이 보여야하나 그렇지않아서 아쉬울 뿐이다.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진뜩하게 엉겨 붙은 땀을 말끔이 씻겨준다. 오히려 온몸을 추위에 오그라들게 하였다.
오색에서 출발한지 쉬며 걸으며 거의 5시간여만에 드디어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에 도착했다. 거센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이다. 대충 블랙야크 100대명산 인증샷만 찍고 바람을 피해 봉우리 뒤에서 쉬면서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대청봉을 중심으로 그 북서쪽인 인제 방면을 내설악, 속초시와 양양군 일부, 고성군으로 이루어진 북동쪽을 외설악, 남쪽 장수대와 오색지역을 남설악이라 불러 설악을 크게 3개 지구로 구분한다.
대청봉에 서면 운무 사이로 하얀 뼈를 드러난 공룡능선의 용트림이 옹골차게 보여야 하며, 그 너머로 울산바위와 속초 앞바다의 풍경까지 깨끗하게 보여야 그렇지 못함에,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끼지 못해 아쉽게 발길을 돌려 중청대피소로 내려섰다.
중청대피소를 거쳐 바로 서북능선을 타기 위해 소청 갈림길에서 끝청과 한계령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걸었다.
길을 가는 중 설악산의 전망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가 몇군데 있는데 운무에 가려 그 모습을 못보다가 끝청을 지나는 즈음에 구름이 걷히며 용아장성, 공룡능선의 아름다운 기암 모습에 눈이 황홀했으며, 외설악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걷는 짜릿함에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서북능선 구간은 완만하기는 했으나 뽀족한 바윗길과 미끄러운 자갈길로 걷는데는 어려움이 많았으나, 길을 걷는 중 그윽한 향기의 야생화들이 지천에 피어있어 지루하다거나 힘든 줄 모르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설악산 산행을 무사하게 마침을 감사했다.
< 대청봉에 올라 >
가쁘게 숨을 내뿜어본다
스틱에 몸을 기대어
오랜시간 능선을 오르내리며
설악폭포를 지나서
대청봉 정상에 오른다
누가 야생화의 꽃이름을 아는가
활짝 핀 꽃들이
벌과 나비들을 부르니
가만히 바라보던 등산객 입가에
얇은 미소가 흐른다
하늘과 맞닿은 여러겹 능선이
발아래 아득하다
오래된 전설을
기억속에서 끄집어내어
설악산 정기로 마음을 다스리며
동해바다를 품고 기지개를 펴보자
설악에만 있다는
'덧없는 사랑' 꽃말의 바람꽃들이
중청 내려가는 길 무리지어 피어있고
산바람이 불어와 시원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청정한 마음이다
첫댓글 아름다운 설악에 여름.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