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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동구 밖 야산에 핀 아까시나무(아카시아)의 향이 바람에 실려 내가 사는 아파트 마당까지 향기롭게 하고 있다. 지금도 열어 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향이 쾌 유혹적이다.
5월 숲에서는 팥배나무, 노린재나무, 때죽나무, 찔레와 산딸기 그리고 아까시나무 등 흰 꽃들이 줄줄이 피어나며 꽃과 향기를 자랑한다. 아까시나무는 주렁주렁 포도송이처럼 달린 하얀 꽃송이들마다 향기로 또는 그 부드럽게 하얀 꽃 빛으로 그리고 신록의 싱그러움으로 5월의 주인공이 된다.
아까시나무 하면 한 번쯤 꽃을 훑어서 먹고,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이기면 잎을 따며 놀았던 경험이 모두들 있을 것이다. 아마 어린 시절 추억 속에 등장하는 가장 친근한 나무가 아닐까.
아까시나무는 낮은 산에 심어 기르는 잎지는 큰키나무이다.
사실 우리와 친근한 이 나무를 두고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 이유는 아카시아라는 나무는 열대 지방에 자라는 다른 나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만나는 이 나무의 학명은 로비니아 수도아카시아(Robinia pseudoacacia)로 로비니아속에 속하는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이다. 이 나무가 우리나라로 들어와 진짜 아카시아로 되어 버렸는데, 이 나무는 ‘아까시나무’로 불리는 것이 정확한 것이다.
이렇게 나무이름이 잘못 불리게 된 것은 고무풀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아까시나무의 일종인 아라비아고무나무(Acacia senegal)를 수입한다는 것이 담당 공무원의 무지로 로비니아 수도아카시아(Robinia pseudoacacia)를 들여온 것이다.
둘 다 학명에 ‘아카시아’란 영문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로비니아의 한글 이름(국명)을 호주 및 아프리카 원산의 아카시아와 구별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아까시나무’로 명명했다.
학술명인 국명과 통칭 또는 속칭이 다른 식물은 아까시나무 외에도 가로수로 많이 볼 수 있는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나 포플러(양버들 / 미루나무와 양버들은 비슷하지만 다름)가 대표적이다. 이를 양버즘나무나 양버들로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모 제과업체의 CM송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아름다운 아가씨 그 향기는 무언가요
아~~ 아~~ (가슴에 남는 향기가 있다)
아~ xx ~ 아카시아껌
아까시나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890년 중국을 거쳐 일본인들의 손을 통해 인천으로 들어왔으며, 특히 일제 강점기 때 황폐한 산을 긴급히 녹화하기 위해 전국에 심어졌는데,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한 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이기도 하다.
아까시나무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다. 개항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고 일제 강점기 때 공출로 베어진 헐벗은 산을 녹화하려고 심어지기 시작해서, 해방 이후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을 푸르게 하려고 또 널리 심어졌다.
아까시나무는 빠르게 자랄 뿐 아니라 질소를 고정시키는 뿌리혹이 있어서 헐벗은 땅에서도 잘 자란다. 불과 반세기 전 나무 한 그루 없던 민둥산을 푸르게 만드는 데 아까시나무는 톡톡히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아까시나무를 대하는 사람들 마다 너무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산을 망쳐 버리는 아주 몹쓸 나무로 보는 사람, 꿀이 많고 꽃이 아름다우며 향기가 좋고 용도가 많은 추억 속의 아름다운 나무로 보는 사람 ...
숲이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자 아까시나무는 어느덧 쓸모없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버렸다.
산업 역군이라 불리며 밤낮 없이 일하다 이젠 필요 없게 되었다고 퇴출당하는 이 시대 노동자 처지처럼 말이다.
아까시나무가 좋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은 이 나무가 자라는 숲은 으레 나쁜 숲이며, 도저히 보아 넘길 수 없는 나쁜 점은 조상의 묏자리에까지 뿌리를 뻗어가기 때문에 없애려고 무진 애를 써도 도저히 어떻게 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아까시나무가 우거진 숲은 대개 잡풀이 적다. 워낙 생장이 왕성하여 스스로 자라는 데 많은 양분이 필요하므로 다른 식물이 나누어 쓰지 못하도록 일종의 독성을 내보낸다는 것이다.
생태계의 다양성 측면에서 본다면 나쁜 점수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나쁜 선입견을 주는 요인에는 일제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일제 강점기 때 황폐한 산을 긴급히 녹화하기 위해 전국에 심어,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 망치려고 좋은 나무 다 베어 내고 산에 몹쓸 나무만 잔뜩 심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아까시나무는 빨리 자라고 또 땔감을 공급해야 하는 목적 때문에 전쟁 후에도 많이 심었으며, 한창 치산 녹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산림 보호에 힘을 쓸 때도 이 나무의 가시가 입산을 통제하는데 효과가 있어 권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듯 필요에 의해 식재되었던 나무들도 지금에는 그 효용가치가 떨어져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데, 그 결과가 짧은 시간에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산림녹화 사업은 어려운 것이고, 신중해야 한다.
교육도 이와같음을 모르는 이 없으나 조림사업 잘못하여 매년 강원도 비 피해 보듯, 교육제도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아타까운 실정. 오호 통재 )
우리가 알아야 할 아까시나무에 대한 진실 두 가지를 적어 본다.
첫째,
아까시나무 꽃과 잎, 열매, 뿌리는 그 약효만 제대로 알아도 명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좋은 약이기도 하다. 꽃에서는 꿀을 딸 수 있고 잎은 사료로 쓰이며 목재 또한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다워서 고급 목재로 쓰이며,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쓰임새 많은 나무다.
봄철에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 먹으며, 샐러드를 해먹어도 풋풋하니 그 맛이 좋다고 한다. 말린 잎과 꽃은 차로도 마신다.
아까시나무는 꿀의 생산량을 따져 보더라도 가장 높은 수익을 주는 나무 중 하나이다.
잘 자란 나무 한 그루에서 딸 수 있는 아까시나무 꿀의 양과 그 가격을 생각해 보면, 한 나무에서 그것도 매년 그만큼의 수익을 주는 나무가 또 어디에 있을까?
(우리나라는 꿀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실제로 헝가리 같은 나라에서는 수없이 많은 아까시나무 품종을 만들어 개화기를 늘리고 아름다운 가로수를 조성하여 크게 덕을 보고 있다.
둘째,
최근에는 아까시나무 목재의 가치가 높아졌다. 강도가 높고 비중이 커서 내구성이 강하고 무늬와 색상이 독특하여 비싼 고급 수입 목재 대체 효과로 각광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조림중인 아까시나무 생장이 빠르고 펄프용재로 우수하다’라는 논문도 발표되었다.
잘 자란 우리의 숲에 굳이 아까시나무를 들여놓을 필요는 없다. 그 왕성한 생명력은 분명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땅, 버려진 땅에 아까시나무를 제대로 심어 가꾼다면 스스로 아무도 이용하지 못하는 땅 속의 질소를 고정하여 양분으로 삼아서 잘 자라 우리에게 갑절의 보은을 할 것이다.
% 아까시나무에 대한 기사들.
1. 아까시나무 황화 현상 전국 확산 (2006년 7월)
아까시나뭇잎이 노랗게 변하는 황화 현상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지난 2001년 울산과 구미 등 경북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던 아까시나무 황화현상이 서울과 경기 등 전국적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6일(2006. 6. 26) 실태 조사단을 꾸린 산림청은 아까시혹파리와 노쇠화로 인한 수분 부족 등이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까시나무 황화 현상이 확산되면서 벌꿀 생산량의 대부분을 아까시 꿀에 의지하는 양봉업자들은 평년보다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원인을 찾는 대로 양봉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밤나무와 백합나무 등으로 수종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ps. 2006년 아까시나무 개화기 때 잦은 비와 황화현상으로 꿀 값이 많이 비쌌었다.
조사 연구 결과 황화현상은 병·해충과는 무관하며, 장기적인 가뭄에 의한 수분스트레스로 밝혀진 바 있다.
울산 공업탑 주변 가로수 중 일부에 백합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2. 경북 칠곡군 ‘아카시아 벌꿀축제’ (2008년 5월 기사 일부)
'아까시 꽃’
올해 초 출시된 스티브 히크너와 사이먼 J 스미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꿀벌 대소동’은 사고뭉치 꿀벌 배리의 일탈로 시작된다.
벌집을 가출한 그는 꽃집 아가씨 배닛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지내던 중 인간들이 벌꿀을 뺏어간 사실을 알고는 소송을 통해 되찾아온다.
하지만 먹을 것이 넘쳐난 벌들이 채밀(採蜜) 활동을 하지 않자 식물들은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벌들의 식량도 바닥을 드러낸다. 결국 꿀벌들은 마지막 남은 꽃을 찾아 나선다….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아카시아 벌꿀축제’가 경북 칠곡군에서 한창이다.
5월 5일 개막된 제8회 축제는 8일까지 지천면 신동재 일원에서 계속된다. 벌꿀 시식과 꿀 따기 체험, 벌수염붙이기, 가요제, 봉침 시술, 사진 찍기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이 행사의 주연은 벌과 벌꿀이지만 빛나는 조연은 당연히 ‘아카시아’ 꽃이다.
[황성규 / 문화일보 논설위원]
ps. 벌꿀 축제에 대한 다른 기사 일부
경북 칠곡군이 매년 봄에 열고 있는 '아카시아 벌꿀축제'의 명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카시아 벌꿀축제'를 '아까시 벌꿀축제'라고 해야 맞다는 의견 때문이다.
...
칠곡군이 운영하는 '아카시아 벌꿀축제' 홈페이지에도 아카시아와 아까시란 이름이 혼용되고 있어 많은 주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칠곡군은 보편적으로 아카시아로 부르고 있기 때문에 '아카시아 벌꿀축제'란 명칭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칠곡군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아카시아라고 부르고 있어 당장 이름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