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의 작은 희망
유기섭
희망 찾아서 떠난 코카서스의 작은 이름. 아제르바이잔 국경을 넘어 조지아의 시그나기로 이동하여 수도 트빌리시로 향했다. 맑고 푸른 하늘과 하얀 설산의 아늑함은 코카서스의 여유와 기품을 그대로 품고있는듯하다. 작지만 강한 나라 조지아는 기독교가 아주오래전 전래된 곳으로 성녀 ‘니노’ 상이 인자하게 처음 이곳을 찾는 이방인에게 자비와 따스함으로 맞이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풍스러운 정경이 조용한 가운데서도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주변 환경으로 마음이 따스해온다.
카즈베기로 이동하는 중에는 옛 소련이 군사목적으로 건설한 도로를 따라 달린다. 산중인데도 시원하게 뚫어진 도로가 시야를 확트이게한다. 수많은 인력이 고되고 힘든 도로의 건설 사업에 투입되었다한다. 인적이 드문 산간도로 곳곳에는 아직도 어렵게 진행되었던 그때의 흔적이 아물지 않고 남아있다. 특히 대부분의 공정에 독일인죄수들을 동원하여 건설되었다하니 아직도 그 상흔이 다가시지 않은 역사의 아픈 흔적을 느끼게 한다. 오랜 기간 강대국의 간섭과 지배를 받아온 지정학적 요인과 힘이 부족하고 작은 나라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하는 운명과 불가피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멀리 우뚝서있는 여인상은 한손에 칼을 또한 손에 포도주를 들고서 서 도시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받아서 햇볕과 바람 건조한 날씨의 생육조건으로 세계적인 포도생산과 포도주를 빚어내고 있다. 고유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기위하여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들의 흔들리지 않는 꿋꿋함을 느껴볼수있다. 그것이 오랜 시간 쌓여서 그들의 역사가 되고 전통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리라. 전통과 역사의 계승자는 위대한 명망가의 업적이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의 삶속에서 쌓여진 세월의 나이가 말해주고 있음을 깨우치게 해준다.
러시아의 정치가 스탈린의 고향인 고리를 찾아갈 때는 우리의 지리적 조건과 처한 상황에 대하여 생각해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식민지배하에 놓여있던 우리한반도의 운명에 대하여 논의하고 회담했던 장본인중의 한사람. 그가 쓰던 집무실을 겸한 기차내부를 둘러보며 작은 기차 안이지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감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세계사적으로 역사적인 회담이었고 우리에게는 생존과 미래 한반도의 운명에 대하여 협상하였던 세계지도자가 쓰던 기차라는데 서 묘한 감정이 인다. 영국의 처칠과 미국의 루즈벨트 소련의 스탈린이 참석한 얄타회담 때 스탈린이 회담장까지 오고갈 때 이용한 기차라는데 서 더욱 호기심과 이상야릇한 감정이 뒤섞인다.
당사자들은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그때의 녹슨 기차는 오늘도 달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어찌할 수 없는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본다. 코카서스의 3국으로 이웃하고 있지만 아직도 화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웃나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난민촌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코카서스의 3국이 머리를 맞대고 웃을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하며 시그나기 성벽을 걷는다. 중세건물의 낭만과 코카서스산맥의 비경을 눈과 가슴에 담으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은 나라가 겪어야하는 불가항력적인 힘의 논리와 그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야하는 민족의 운명을 생각해본다.
수년전에는 소련연방에서 탈퇴한 조지아 내에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 공화국과의 분쟁으로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작은 나라 조지아가 무엇으로 보나 강대국 러시아를 상대하기엔 힘이 부족했던지 전쟁개시 몇 시간 만에 손을 들고 말았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느니 하며 전쟁의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도하였다. 실제로 전쟁은 싱겁게 끝나고 러시아의 입김에 머리를 조아려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금도 흑해의 건너편 우크라이나 땅에서는 침략자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가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자유민주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이웃국가의 성장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 강대국 러시아. 국력이나 전투력 면에서나 힘겨운 상대를 맞아 전 국민의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강자의 포용이 어느 때보다 아쉬워지는 때이다.
나라의 운명과 민족의 자주를 위하여 할 말하고 독자적인 결정권한을 누리려하는 작은 나라 조지아. 코카서스의 정기를 이어받아 언젠가는 그들만의 나라운명을 개척하는 작은 희망과 고유의 민족정신을 오랫동안 당당히 이어나가기를 빌어본다.
-수필문학추천작가회 2023년 연간사화집31호 게재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