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색깔의 롹킹함
_ 타바코쥬스, 미내리, 아미, 이십세기소년 @ 빵
*비오는 날, 운치있던 클럽 빵의 간판
‘칠월에 하고 싶은 일’을 주제로 5일간 진행되는 공연이 클럽 빵에서 열리고 있다. 16일 금요일에 열린 세 번째 공연은 당일, 장맛비가 하루종일 쏟아지던 탓에 시작 시간이 30분 가량 미뤄지고 말았다. 예상보다 관객이 적게 올거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옷자락이 잔뜩 젖을 만큼의 빗속에서도 우산을 손에 쥔 사람들이 꿋꿋이 빵으로 모여들었다. 비 때문에 조금은 눅눅한분위기 속에서 빈 의자들이 채워졌다. 작은 공연장 안을 채운 기대 가득한 눈빛들은 무대 위를 향했다.
이번 라인업엔 흥겹고 신나는 밴드들이 자리했다. 지난 5월 정규 2집을 발매한 타바코쥬스, 밴드명이 농촌 마을 이름인 미내리, 역시 6월 첫 EP를 발매한 아미, 그리고 발랄한 포크듀오 20세기 소년. 파워풀하고 개성 넘치는 밴드들의 에너지로 가득했던 공연장을 인디 속 밴드이야기에서 찾아가 보았다.
경쾌한 스카리듬 _ 타바코쥬스
*뜨거운 공연의 첫 문을 연 신나는 리듬의 타바코쥬스
8시가 넘어, 첫 번째 순서로 타바코쥬스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드럼 백승화가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으로 다시 한번 이름을 알렸던 밴드이다. 이들은 팬들에 의해 제목이 정해졌다는 ‘Morning call’로 발랄한 시작을 열었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묻어나는 신나는 연주곡. 문득 눈에 들어온, 맨발로 연주하는 베이스 송학훈의 모습이 보였다. 타이틀 곡 겸 후크송인 ‘I Am A Boy, You Are A Girl’에서는 보컬이 반복되는 구절인 “아이엠어보이, 유얼어걸”을 부르자, 중간중간 따라부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비가 와서 공연을 하기 싫다는 말을 던진 보컬이었지만, 그저 단순한 농담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었는지, 노래엔 부족함이 없었다. 흥겨운 스카 리듬 덕에 사람들의 고개가 까딱여지기 시작했다. 경쾌함이 돋보이는 ‘원샷!’과 랭랭거리는 귀여운 보컬이 돋보이는 ‘Oh! Babe’ 등이 이어졌다. 왠지 날 것의 느낌이 나는 그들의 곡이 이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박자에 맞추어 몸을 흔들거렸다.
넘치는 에너지로 똘똘 뭉친 그들 _ 미내리
*종이에 써온 가사를 보며 '미인'을 열창했던 드러머 리플리
약간의 준비시간을 가진 뒤, 미내리의 순서가 이어졌다. 남성 3인조 밴드의 이미지는 그들의 농촌(?)스러운 이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파워풀한 연주가 펼쳐졌다. 강한 기타 멜로디와 거칠게 노래를 부르는 보컬이 인상적인 ‘Rock'n Roll Time’으로 시작을 열었다. 첫 곡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3인조 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사운드가 비지 않았고 다이내믹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특히나 보컬은 연주 내내 헤드벵잉을 해가며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고 클럽 빵은 미내리의 에너지로 가득 차올랐다. 다만 중간중간 사운드가 너무 컸던 탓인지 보컬의 목소리가 묻혀 이 점은 좀 아쉬웠다. 후반부에는 외국인 드러머 리플리가 힘들지만 열심히 불러보겠다며 신중현의 곡 ‘미인’을 불렀는데, 그의 귀여운 행동도 한몫을 했는지 조금 서툴기는 했어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환상의 록큰롤로 무장하다 _ 아미
*이미지부터 남다른 이들은 강렬한 로큰롤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9시 반쯤, 지미 핸드릭스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의 보컬이 조금은 끈적하고 몽환적인 목소리로 부른 ‘Minefield’를 선두로 세 번째 공연이 시작되었다. 2009년, 데뷔한지 얼마 안 되어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숨은고수로 발탁되어 일약 유명해졌던 팀이다. 이들은 드럼, 베이스, 하모니카가 섞인, 다채로운 연주를 보여주었다. 게임 음악 같은 느낌의 단순하고 경쾌한 멜로디의 기타 인트로가 인상적인 ‘Bang Bang’이 후반부로 접어든 공연장의 흥겨움을 한층 업(up) 시켰다. 로큰롤 밴드여서인지, 아미의 곡들에서는 아주 화려하진 않으면서도 복고스러운 부분들이 강하게 묻어 있었다. EP앨범의 모든 곡이 영어가사로 이루어진 이들 3인조는 매우 강렬하고, 신나는 리듬과 멜로디로 관객들의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카우보이 분위기의 'Wild Horse'를 마지막으로 그들의 연주가 끝이 났다.
21세기에 사는 즐거운 음악듀오 _ 20세기 소년
*노래할 때와 다른 차분한 멘트의 그들, "안녕하세요. 20세기소년입니다."
이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밴드는 바로 20세기 소년이었다. 동명밴드가 국내에 2팀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아직 앨범이 나오지 않은 쪽이다. Fun한 음악을 한다는 남성 2인조 ‘소년들’은 무서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공연을 시작했다. 첫 곡은 아예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의 코앞에서 기타를 치며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공연장 안에 울려퍼졌다.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전의 밴드들 중 멘트를 하는 팀이 거의 없었는데, 이들은 매번 곡이 끝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20세기 소년입니다.”라고 조용히 덧붙여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조상영은 드럼 이외에도 실로폰, 기타 등 여러 가지 악기를 번갈아 사용해가며 다재다능함을 자랑했다. 잔잔한 듯 노래로 관객들의 숨을 죽이게 하다가도 갑자기 파워풀한 드럼과 기타로 돌변하는 그들의 음악은 장난끼 가득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폴짝폴짝 뛸 것 만 같은 마지막 곡 ‘I'm with you’를 끝으로 두시간 반 가량의 공연이 막을 내렸다.
차가운 장마 속 뜨거웠던 공연
공연이 모두 끝나고 조명이 꺼지자, 끝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거리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대략 20명 정도가 자리를 지키고 남아있었다. 비가 쏟아지고 꽤 쌀쌀한 날씨였건만, 이들 4팀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 덕에 울적한 날씨도 소용없었다. 공연 주제처럼 그야말로 롹킹한 밴드 4팀이 모였지만, 제각기 서로 다른 색깔의 흥을 가진 팀들이었다. 빵에서 기획한 ‘칠월에 하고 싶은 일’이란 주제로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하는 공연 중 이 공연이 아마 가장 경쾌하고 신나는 공연이 아닐까 싶다. 밴드들 거의 대부분이 맥주를 마시며 여유롭게 공연했고, 사람들 역시 공연장 한쪽에서 맥주를 사 마시며 즐겼다. 뮤지션과의, 무대와의 거리가 워낙 가까워서인지 어떤 얇은 벽조차 자리하지 않은 듯 서로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16일의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칠월에 하고 싶은 일’은 특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또다른 밴드들의 편안하고 신나는 공연들을 기대해본다.
글/안지연
사진/박재윤
2010.07.16
idea in
4가지 색깔의 롹킹함_ 타바코쥬스, 미내리, 아미, 이십세기소년 @ 생생포토 보러가기 ☞ 클릭
첫댓글 20세기 소년.... ㅜㅜ 나를 가져요
20세기소년 음악 좋죠 :)
ㅠㅠ...대박공연들 이였네요..분위기..사진으로만 봐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