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문성고, 강원축구 '엔돌핀'...창단 9년만에 고교축구 강호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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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문성고, 강원축구 '엔돌핀'...창단 9년만에 고교축구 강호로 자리매김

기사입력 2015-01-29 오후 8:15:00 | 최종수정 2015-01-29 오후 8:15:58

▲강릉문성고 선수단이 '삼다도' 제주 서귀포에 전지 동계훈련 캠프를 치면서 내달 2월 경남 합천에서 열릴 예정인 '제51회 춘계한국고등축구연맹전'에 대비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K스포츠티비

대한민국에서 축구 열기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강원도다. 강릉제일고(前 강릉상고)와 강릉중앙고(前 강릉농공고)의 치열한 라이벌 구도는 물론, 설기현(인천 유나이티드)과 이을용(청주대 코치)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플레이어들도 배출한 축구 도시다. 강원도 축구의 후발주자 격인 강릉문성고의 괄목할만한 성장세는 한국축구의 큰 '엔돌핀'이다.

2007년 창단한 강릉문성고는 10년이 채 안된 시간에도 2008년 대구 문체부장관배와 2009년 백록기, 2011년 경기도 전국체전 등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고교축구의 대표 강호로 성장했다. 창단 첫 전국대회였던 2008년 대구 문체부장관배 대회에서는 전통의 강호 경신고(서울)를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고교축구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초창기 때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강릉문성고는 강도 높은 동계훈련으로 시즌 첫 대회인 춘계연맹전을 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아쉬움 씻고 과거 명성 되찾겠다! 춘계연맹전 4강 목표로 '구슬땀'

지난 시즌 강릉문성고는 리그와 토너먼트 대회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강원 리그에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2% 부족했다. 춘계연맹전 16강, 금강대기 8강, 왕중왕전 16강 등 번번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특히 금강대기와 왕중왕전에서는 육민관고(강원)와 부평고(인천)에 각각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하는 등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두 번 실패는 없다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고교 및 대학팀들강릉문성고과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강릉문성고는 전술과 팀 운영의 유연성을 보완해 시즌 첫 대회인 춘계연맹전에서 상위 입상을 꿈꾸고 있다. 특유의 탄탄한 조직력과 함께 선수 개개인이 고른 기량을 지니고 있어 기대가 크다. 단기전에서 위기관리능력도 나쁘지 않다. 여전히 상대 팀들이 강릉문성고를 경계하는 이유다.

"지난해보다 선수들의 테크닉과 경기운영능력은 좋다. 그러나 체격 조건과 피지컬에서는 많이 부족하다. 동계훈련 기간 팀 디펜스와 맨마킹, 커버플레이 등을 정교하게 다듬는데 주력했다. 공격은 2선과 전방의 연계 플레이와 문전 앞에서 마무리 향상을 중점으로 뒀다. 시즌 첫 대회인 춘계연맹전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했다. 선수들이 제 역할을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부터 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거미손' 김태훈과 박정재-민재(이상 3학년) 쌍둥이 형제는 강릉문성고의 든든한 기둥이다. 김태훈은 안정된 수비 리드와 함께 순발력과 공중볼 처리능력이 탁월하다. 박정재-민재 쌍둥이 형제는 '더블 볼란테'로서 안정된 공-수 조율과 패싱력 등을 앞세워 빌드업 전개에 앞장선다. 특히 박정재-민재 쌍둥이 형제의 경우 상황에 따라 측면 미드필더로도 활약할 수 있어 전술 활용도가 높다.

"(김)태훈이는 신장이 좋고 공중볼 처리능력과 상황 판단력이 빼어나다. 우리 팀 수비라인의 핵이나 다름없는 선수다. (박)정재-민재 쌍둥이 형제는 축구 지능이 높고 센스가 탁월하다. 멀티플레이 능력도 갖추고 있어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피지컬만 보완하면 크게 대성할만한 자질을 충분히 겸비했다."

전국대회 성적 위주의 입시 제도로 인해 고교 감독들의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하다.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라도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학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는 만큼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현 제도가 한국 학원스포츠의 고질적인 병폐인 성적 지상주의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대목이다.

"대학 입시 제도가 성적 위주로 바뀌면서 힘든 부분이 많다. 리그전을 하면서 전국대회 성적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선수들의 진학이 좋은 쪽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성적만이 살 길이다. 제도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다. 선수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창단 9년만에 고교축구 대표 강호로 '우뚝'. '흙 속의 진주' 발굴은 여전히 ~ing

    ▲팀 창단 9년 만에 고교축구 전국 강호로 발돋움 시킨 강릉문성고 유재형 감독의 모습 ⓒ K스포츠티비

프로 산하 유스팀들이 득실거리는 고교축구에서 강릉문성고의 발자취는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각 종 대회에서의 호성적과 함께 많은 유망주들을 키워내며 인재 양성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축구의 차세대 '진공청소기'로 우뚝 선 한국영(카타르 SC)을 비롯, U-17, 20 대표 출신인 이민수(도치기 SC)와 김대경(인천 유나이티드), 조우진(서울 이랜드FC) 등이 강릉문성고 진학 후 기량이 일취월장한 케이스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에서도 강릉문성고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박동진(한남대)과 이우혁(강원FC), 한의권(경남FC) 등이 오는 2월 태국 킹스컵 대회 엔트리에 발탁되며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이들 모두 고교시절까지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 대표급 선수로 우뚝 섰다.

학원축구에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유재영 감독은 강릉문성고 축구부의 '산증인'이다. 팀 창단과 함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한 유 감독은 강릉문성고를 빠른 시일에 강팀 반열에 올려놓으며 베테랑의 관록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신갈고(경기) 감독 시절 김보경(카디프 시티)과 이승렬(전북 현대), 오재석(감바 오사카) 등을 스타 선수로 키워내는 등 선수를 보는 안목도 남다르다.

유 감독의 지도 방식은 강릉문성고에서도 빛난다. 이미 U-17 대표 시절부터 '될 성 부른 떡잎'으로 각광받은 한국영과 이민수는 물론, 조우진과 박동진, 이우혁, 한의권 등을 프로 및 대표급 선수로 키워내며 유망주 조련사로서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흙 속의 진주'를 캐내 화려한 '보석'으로 만들어내는 유 감독의 유망주 육성은 한국축구의 든든한 '자양분'이다. 오랜 경험으로 쌓인 내공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나 마찬가지다.

"프로 산하 유스팀이 중학교 시절 우수선수들을 대거 받아들이며 일반 학원팀들이 위축됐다. 그에 반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키워서 좋은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당장은 부족해도 그 안에 숨어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제자들이 대표 선수가 되고 프로팀에 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제자들의 성장에 많은 희열을 느끼고 있다."

흔히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치열한 서바이벌 경쟁이 불가피한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성실함과 열정을 강조한다. 성실함과 축구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영이 2007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및 2012런던올림픽 최종엔트리 직전 부상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A대표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배고픔이 있기에 가능했다.

"선수들에게 항상 성실함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 기량에 노력이 더해져야 기량 발전 속도가 빠르다. (한)국영이도 이와 같은 케이스다. 축구 밖에 모를 정도로 지독한 열정을 갖췄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이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다. 성실함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인성이다. 인성적인 부분이 잘 갖춰져야 축구선수로서 롱런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우승과 A대표 선수 배출 등 많은 것을 이룬 유 감독이지만, 숨은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는 새로운 동기부여를 일깨워준다. 한국영과 김보경, 이승렬 등 못지 않은 선수를 육성해서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열망이 끓어오른다. 유망주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유 감독의 지휘 아래 어떤 인재가 탄생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키우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성적보다는 좋은 선수를 만들어서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늘 코치진들과 얘기할 때 제자들이 뜻대로 잘 안 풀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앞으로 많은 선수들을 육성해서 축구 도시 강원도 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의 이미지 제고에도 앞장서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이상 강릉문성고 유재영 감독


[K스포츠티비ㅣ허 지 훈 기자] hih4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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