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 요가문화원에서 옮겨 옴

누군가 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번호:1 글쓴이: 소영엄마 조회:42 날짜:2003/08/28 16:39 .. 요가를 시작한지 이제 막 두 달을 넘긴 신출내기(?)인 내게 요가 체험기를 써보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제안은 적잖이 당황스럽고 쑥스러운 일이었다. 선생님은 왜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제안을 하셨을까…? 나 라는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니 한 때 연애편지 꽤나 써봤을 법 하여 적어도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겠구나 싶으셨을까….? 후후… 그건 분명 아닐 것 이다. 수련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도 짧은 시간이지만 요가에 대해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었던 나 같은 사람의 눈에 비친 요가의 첫 인상을 솔직하게 피력함으로써 요가에 이제 막 접근하기 시작한 분들이나 이런 저런 이유로 아예 접근자체를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어보라는….. 그야말로 ‘착한 일’ 한 번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시고자 함이었으리라. 내가 요가를 하고자 결심하고 요가원 을 방문 했던 건 나도 한 번 ‘잘 살아 보자’ 는 단 하나의 목적뿐이었다. 잘 살아 보세~~라고 누군가 노래한다면 돈이나 명예 등을 염두에 두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가를 한다고 돈이나 명예가 생길 리 만무하고…. 나의 ‘잘 살아보세’ 는 지속적인 통증으로 인해 최소한의 기본생활 조차 영위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들과의 결별을 원함이었다. 그건 단순하나 절실한 바람이었다. 건강한 사람들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기본적인 행위들에 제약을 받아야만 했던 나의 작년 10개월은 다시 떠올리기에도 두렵고 고독한 투쟁 같은 시간이었다. 만성적인 요통을 10년 넘게 지니고 살면서도 내가 서른 여섯 이란 나이에 심각한 퇴행성 디스크 환자가 되어 인공디스크를 몸 안에 넣는 수술이외에는 통증 없이 살아갈 방법이 전혀 없다는 최후통첩과도 같은 진단을 받게 되리라곤 단 한 순간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앉고 서고 눕고 하는 단순한 동작조차 이를 악물어야 가능한 날들 이었지만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난 결국 병원의 수술제의를 용감하게도(?) 거부하고 가족들의 걱정 속에 한 한방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시작했고, 그 때부터 내 삶의 목표는 단 하나 ‘안 아프고 살 수 없다면 덜 아프게라도 살자’ 가 되었다. 치료기간 동안 몸의 고통과 함께 따라온 마음의 어두운 그늘은 점 점 나를 더 힘겹게 했고 혼자 서럽게 운 날도 많았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드디어 병원치료가 종료되었다. 그 후엔 정상인들에 비해 현저히 약한 허리근력과 체력회복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고 몇 개월 뒤 같은 건물에 요가원이 들어오면서 요가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때 이미 물리치료사 선생님 에게서 기회가 되면 나중에 요가를 하면 상당한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을 들었던 터라 큰 망설임은 없었지만 요가를 너무 몰랐었고 무엇보다 내 몸에 대한 자신이 너무 없던 상황이라 내심 걱정은 많았었다. 사실 ‘요가’ 하면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히말라야 설산에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 수행을 하는 도인들의 수련법이거나 어쩌다 TV에서 봤던- 온 몸을 철사처럼 이리 저리 휘고 꼬며 나중엔 그것도 모자라 조그마한 유리통 속에 몸을 구겨넣고서 여유만만 웃는- 기인들의 신기한 묘기쯤으로 생각했으니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내가 과연 따라 할수나 있을까….? 다들 건강한데 나만 아픈 사람이라 방해가 되면 어쩌나 등등…. 걱정이 꼬리를 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나는 용감하게 문을 두드렸다. 물론 처음엔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호흡을 안정시키는 일 조차 쉽지 않았다. 마음속의 많은 일들에 연연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라는 선생님의 말씀과는 아랑곳없이 온 마음속,머리속은 와글와글 시끄러운 날이 더 많았다. 그러면서 하루 이틀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내 마음은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가슴을 들썩이며 내뱉던 호흡을 조금씩 아랫배에 까지 끌어내릴 줄도 알게 되었다. 뻣뻣하던 허리와 등줄기가 조금씩 풀려가기 시작하면서 각 자세를 취하는 것이 서서히 나아져갔다.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에서 시작해서 내 몸 구석구석을 다시 자각하고 굳어져 있는 곳을 조금씩 자극하면서 깨워나가는 동작과 호흡법들을 통해 요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솔직하고도 적나라한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모든 동작을 다 따라할 수 없어도 따라할 수 없는 그 모습조차 내게서 일어나고 있는 나의 모습임을 받아들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늘 마음속에 되새기곤 한다. 그 ‘받아들임’ 이 요가의 기본이 아닐까 한다. 지금도 허리에 남아있는 통증이 나를 위축시키고 또 새롭게 나타나는 통증에 놀라고 겁을 먹기도 하지만 요가를 통해 내 몸을 알아가면서 극복해 낼 수 있으리라 믿고있다. 무엇보다 요가는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함께 다스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남편이 더 확실한 경험자다. 지난 휴가기간 동안 나를 따라 요가원에 와 짧은 시간이나마 요가를 접해 본 남편은 그 느낌과 여운에 감동받아 갑자기 요가예찬론자(?)라도 된 듯 했었다. 그 후론 어쩌다 운전을 하면서 얌체운전자들 때문에 내가 짜증이라도 낼라치면 내 무릎을 툭 툭 치면서 ‘어허~~요가 하는 사람이 그러면 쓰나…! 그저 바라만 봅니다…몰라?’ 라고 농담을 해서 나를 웃기기도 하고 저녁시간엔 가끔 물구나무서기를 한다든지 좌우로 넓게 다리 스트레칭을 한 상태로 TV시청을 하며 자신의 몸을 체크한다. 딸 아이 역시 우연히 몇 번 따라와서 요가도 하고 한 번은 선생님께 걸음걸이 교정을 받기도 했다. (이런 대단한 개인지도가 공짜로…하하하) 가끔씩 아치자세를 멋지게 해보이며 뼈마디 쑤시는(?) 엄마 아빠의 기를 죽이곤 하지만 시간만 맞으면 늘 엄마를 따라다니고 싶어하는 딸이 기특하다. 이처럼 요가를 통해 내가 얻은 큰 수확 중 하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시간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훨씬 풍요로와 졌다는 것이다. 그전 같으면 TV 프로그램을 화제거리로 삼거나, 시간이 남으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사였지만 요가를 알게된 후로는 내가 요가원에서 있었던 일이나 새로운 자세, 호흡법 등을 알려주며 다 같이 해보는 날이 많아졌다. 되도록이면 가족간의 공통의 즐길거리를 찾으려 노력해오던 우리 가족에겐 아주 좋은 소재가 생긴 셈이다. 만약 요가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면 불가능 했겠지만 나이와 연령을 떠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오락을 즐기듯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겐 임정진 선생님을 만나게 된것 부터가 큰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몸이 아픈 사람에 대해 근본적인 애정을 갖고 계신 선생님은 첫 상담시간에 의구심과 긴장으로 잔뜩 굳어진 마음으로 방문한 내게 부드러운 미소와 나즈막한 음성으로 요가에 대해 설명해 주시며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셨다. 게다가 지난 달 부터는 나 처럼 오랜 요통환자들 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뜸 요법을 가르쳐주셔서 몸 안팎을 두루 다스리도록 해주셨고 남편에게도 모르고 있던 몸의 이상을 짚어주시며 함께 뜸을 뜨도록 권유하셔서, 우리 부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뜸을 뜨고 있다. 게다가 아빠의 욕심에 딸아이 까지 밤마다 정수리를 내맡기며 의젓하게 뜸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우리가족은 요가와 뜸에 관한 한 한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있는 것이다. 그것뿐인가! 요가원에 오기전 수영을 하면서 생긴 알러지성 비염때문에 가끔씩 호흡이 불 편하고 동작을 취함에 어려움을 겪다가 선생님께 상의를 드렸더니 요가수련자들이 해오던방법이라며 코씻기 를 해보라고 하셔서 이것 또한 우리 가족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이렇듯 내가 두 달 여의 시간동안 체험하고 느낀 요가는 대단히 어려운 테크닉을 요하는 신체수련법도 아니요, 하루아침에 갑자기 면벽참선 하는 강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우선은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움직이고 또 움직여서 굳은 곳에 지속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서서히 풀릴 수 있도록 하고 그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달라져가는 몸과 마음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거기에다 덤으로 가족간의 공통의 관심거리가 생겨 대화가 풍성해지고 사랑이 더욱 돈독해지고 있으니 이보다 더 대단한 수확이 또 있을까? 나의 요가 체험엔 무슨 대단한 것이 있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런것은 바라지 않겠다는것이 나의 요가 체험 2개월의 결론이다. 누군가 나에게 직접 해보니 요가가 무엇이더냐…라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하겠다. ‘전 요가가 뭔지 아직 잘 모릅니다….. 그냥 나 조차도 잘 알지 못했던 나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으로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보는 매일 매일의 짧지만 깊은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가족과 친구와 아니면 혼자서라도 지금 당장 시작 하실수 있습니다. 시원하게 맨발로 오십시오~~~(하하하)! ’ 라고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지송 ㅡ.ㅡ;;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