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먼저 가봐야 할 순례섬, 신안 기점도·소악도

장기간 코로나19로 피폐한 마음을 위로 받고 싶다면 남도의 외딴 섬으로 떠나라. 세 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예배당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갈해지며 성서를 완독한 기분이 든다.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고, 두 발로 페이지를 넘기면 묘한 감동이 솟는다.
작은 예배당은 어머니의 품안처럼 푸근하다. 창문을 열면 햇살이 쏟아지며 파노라마 같은 바다 풍경이 눈을 호강시켜준다. 모든 예배당의 특징이 쪽빛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예배당이라 기독교인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천주교인에게는 공소, 불교도에게는 암자,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작은 공간에서 온전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에 그 울림이 크다.

순례길은 4개의 섬 12개의 교회를 둘러보는 코스다. 신안의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등 이름도 생소한 4개의 섬에 베드로, 요한, 안드레아 등 12사도의 이름을 딴 12사도 예배당이 자리 잡고 있다. 예배당은 건물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모티브를 찾았다. 40여일을 걸어야 하는 산티아고와는 달리 한나절 속성코스로 산티아고를 만날 수 있으며 섬이라는 매력이 더해져 ‘섬티아고’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 외딴 섬에 예배당이 들어선 이유가 뭘까? 한국 최초의 여성 순교자 문순경 전도사는 한 해 고무신이 9켤레나 닮을 정도로 선교에 앞장서 신안 일대 섬 100여 곳에 교회를 개척했다. 이 섬들 역시 노둣길을 오가며 전도에 열정을 쏟은 문순경 전도사의 땀과 기도의 현장이다. 그 노력 덕에 증도 일대 섬사람들의 90%가 기독교인이다. 2017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어 섬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해 작은 예배당이 들어서게 되었고 총 12km 순례길이 조성되었다. 4개의 섬은 노두로 연결되어 있는데 병풍도에서 시작해 진섬까지 국내최장 14km가 하나의 길로 이어졌다.

갯벌위 머릿돌을 밟고 가라고해 한자어로는 길로(路)와 머리두(頭)를 쓴다. 물이 빠지면 신나게 내달리지만 밀물 때는 길이 물에 잠겨 두어 시간 쯤 기다려야 한다.
자연의 허락이 있어야 비로소 건너편 섬에 닿을 수 있는데 기도처인 예배당은 기다림의 공간이며, 갯벌에서 낙지를 잡고 잠시 땀을 식히는 쉼터 역할도 한다. 육지로 나가가 위한 섬사람들에게는 대합실 공간으로 내주고 있다. 숭고한 노동의 쉼터이자 생활의 공간이며 주민들이 기꺼이 땅을 기부해 만든 예배당이기에 더욱 의미 있겠다.




제 1호 베드로의 집
대기점도에서 배가 닿으면 1호 예배당인 베드로의 집이 맞이한다 긴 제방 끝에 하얀 건물을 하고 있어 쪽빛바다와 대비를 이룬다. 파랑지붕은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한다. 돔형 천장에서 햇살이 쏟아지며 내부 벽면에는 섬에 자라고 있은 패랭이꽃과 양귀비꽃을 그려 놓았고 세로창으로 보인 바다와 섬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순백색의 화장실도 멋을 더한다. 사람을 낚는 어부인 베드로를 상징하듯 예배당은 바다를 향하고 있다. 예배당 옆은 앙증맞은 종탑이 있다. 종을 울리면서 기적의 순례는 시작이 된다. 동쪽으로 향하고 있어 일출을 찍을 수 있다.




제 2호 안드레아의 집
안드레아 집 입구에는 고양이가 집을 지키고 있다. 30년 전 들쥐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받자 고양이를 들여왔는데 오늘날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사는 섬이 되엇다. 네모난 건물과 둥근 건물이 합쳐진 형태로 러시아 정교회 건축양식을 따랐다고 한다. 내부 가운데는 둥근 돌 의자가 서 있다. 벽돌 자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에 십자가를 넣은 것이 이채롭다. 벽을 통째로 뚫어 놓은 창문 밖으로 병풍도로 이어지는 노둣길이 보인다. 천정에는 돌절구로 만든 종을 매달고 있다. 맞은편에 마을이 있으며 이곳에서 전기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제 3호 야고보의 집
숲속의 작은 예배당. 목재의 단면으로 인테리어를 한 것이 특징. 그리스 신전처럼 배흘림기둥을 가지고 있고 나무문을 열면 정면에 6개의 핑크빛 구멍을 뚫어 놓았고 그 아래 국립경주박물관의 에밀레종의 비천상 문양을 새겨놓았다 두 손을 합장하며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 이곳이 천상임을 말해준다. 뒤를 돌아 문 밖으로 섬사람들의 노동의 현장인 들녘과 바다가 보인다.


제 4호 요한의 집
요한의 집은 대기점도 안쪽의 마을을 지나야 한다. 폐교도 보이고 돌담길을 따라 가면 원통형의 요한의 집이 반긴다. 물결 모양의 계단이 부드러운 곡선을 일구고 보석이 박힌 양 한 마리가 집을 수호하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타일아트가 눈에 들어오며 천정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꾸며놓아 형형색색의 빛이 내부를 비추고 있다. 벽면에 홈을 내어 기도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타일아트 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다. 문을 열면 바다 건너 매화도가 품에 안긴다.



제 5호 필립의 집
나무판자를 오려 지붕을 얹고 있고 건물은 유려한 곡선이 자랑인데 프랑스 남부지방의 건축양식을 띄고 있다. 프랑스 장 미셀 후비호의 작품이다. 벽면은 적벽돌은 직선으로 갯돌은 사선으로 쌓아 물고기 모양의 건물을 완성했다. 내부로 들어서면 투박한 섬돌을 깔아 편안한 느낌이다. 천정을 보면 뱃머리 바닥모양을 하고 있다. 필립의 집은 대기점도에서 소기점도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필립의 집에서 기도하다가 홍해처럼 물길이 열리면 건너가면 된다.

제 6호 바로톨로메오의 집
노둣길을 건너면 오른쪽 저수지 위 그럼처럼 떠 있는 예배당을 볼 수 있다. 컬러 유리로 만든 것이 특징으로 반사된 빛이 성스럽다. 호수 한 가운데 있어 내부로 들어갈 수 없으며 먼발치에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밤에 보면 컬러풀 조명을 볼 수 있다. 장 미셀의 작품



제 7호 토마스의 집
산길을 따라 숲속으로 휘감아 돌며 언덕 위에 토마스의 집이 나온다. 바닥은 별들이 쏟아져 구슬이 박혀 있다. 순백의 집은 코발트색으로 장식한 파랑 대문이 인상적이다.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예배당 내부에서 바라본 바다풍경이 감동적이다.



제 8호 마태오의 집
토마스의 집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마을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숙박(2만원)과 식사(1만원)가 가능한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곳에서 소악도 가는 노둣길이 놓여 있는데 중간쯤에 마태오의 집을 만날 수 있다.
12개 예배당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을 뽑으라면 마태오의 집. 갯벌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독특한다. 시아 정교회처럼 양파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 황금색으로 치장해 이슬람사원처럼 보인다. 물에 잠기면 바다위에 예배당이 떠 있어 마치 프랑스 몽생미쉘 수도원을 연상케 한다. 섬에 갇혀도 이런 풍경을 한없이 만날 수 있어 또다른 즐거움이겠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십자가 형태를 하고 있다. 사방에 놓인 창문을 열고 가운데 둥근 타일 의자에 앉아 있으면 사방으로 바다풍경이 펼쳐진다. 창문이 프레임이 되어 색다른 느낌이다.


제 9호 작은 야고보의 집
12개의 예배당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작은 야고보의 집. 어부의 집답게 물고기 형태의 지붕을 하고 있는데 청동재질이다. 독특한 모양의 나무문을 열면 기도실은 대청마루처럼 꾸며 있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장 미셀이 설계한 서양식 건물이지만 한국식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반대편 벽면에 등을 기대면 물고기 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바다를 유영하고 있으며 문이 액자가 되어 갯벌과 진섬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제 10호 유다 타대오의 집
야고보의 집을 나와 도둣길을 건너면 진섬이 나오며 유다 타대오의 집이 섬 입구를 지키고 있다. 스머프의 집처럼 작고 귀여운데 내부로 들어가면 바닥은 오리엔탈 타일로 꾸몄고 벽면은 순백색. 창문마다 천사인형을 놓은 것이 특징이다.


제 11호 시몬의 집
언덕에 자리 잡은 시몬의 집은 문이 없고 뻥 뚫린 것이 특징. 하얀 벽면에 붉은색 문으로 치장했고 산티아고처럼 조개껍질을 문양을 양각해놓았다. 내부 촛대도 조개문양이다. 정면이 뻥 뚫려 있어 건물은 바다와 한 몸이 된다. 김양식장이 보이며 바다 건너편은 자은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송림아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나무 벤치를 조성해 놓았다.



제 12호 가롯 유다의 집
가롯유다의 집은 12제자의 집 중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며 노둣길이 아닌 갯벌을 건너 딴섬까지 가야 만날 수 있다 조금만 물이 차도 건널 수 없다. 가롯유다가 예수를 은화 30냥에 팔아 넘겼기에 그 죄를 묻고자 빠삐용의 섬수용소 같은 곳에 유배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시몬의 집에서 대숲을 지나 뻘을 건너야 하는데 길 자체가 매력적이다. 예배당은 고딕 양식으로 지붕이 뾰족하며 지붕은 붉은 기와를 얹혔다. 종탑은 벽돌을 꽈배기처럼 돌려쌓은 것이 특징이다. 벽면에 나비조형물을 붙여 놓은 이유는 뭘까.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한 천사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행 팁
신안 압해도 송공항에 무료로 주차하고 몸만 탑승하는 것이 좋다. 압해도 송공항 출발(06:50, 09:40, 13:10, 16:00 70분 소요)해 대기점 선착장에 하선하면 1번 작품부터 순서대로 볼 수 있다. 대기점-소기점-소악섬-진섬-딴섬까지 총 12km, 천천히 걸으면 4시간이면 족하다. 나갈 때는 10번 작품 근처 소악 선착장(07:53, 10:43, 13:53, 16:33)을 이용해 빠져나가며 일정을 잡기 편하다.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대기점마을에서 전기자전거를 빌려 타면 수월하게 섬을 다닐 수 있다.
만약 차를 섬으로 가져간다면 지도송도선착장(07:00, 09:00, 10:00, 14:00)을 이용해 병풍도까지 가는 것이 좋다. 승선료(3천원)와 차량운임(9천원)이 저렴하다.

섬 내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1인 2만원)가 있다. 방 2개 2층 침대가 4개가 있어 총 16명이 잘 수 있다. 섬 밥상 1만원에 판매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첫댓글 한국의 산티아고 108교회 순례길이라 이름짓고파요...단 제가 원작자가 아니라 저작권 위반 걸리고 싶지 않구요...ㅎㅎ
꼭 가보고 싶으며 그 다음 스페인 산티아고 갈래요.
일본 시코쿠 108절 순례길은 산길이라 쾌 힘들어요..108절중 2-3절 답사함....
지도-압해도 서쪽끝 송공항에서 11시 방향 대기점도 배편 이용
https://map.kakao.com/?from=total&nil_suggest=btn&tab=place&q=%ED%8E%98%EC%9D%B4%EC%8A%A4%EB%B6%81
코로나 요거 끝나면 정말 가보고 싶네요!!
교회들이 다 조그맣고 이쁘고 귀엽네요!! 감사합니다
티브에서 봤던곳이네요
요즘 같으면 무조건 떠나고 싶은맘 굴뚝같으나 근신중 입니다
저도 찜 해놨어요^^
하루빨리 코로나바이러스 끝나고 모놀여행 가고 싶네요
생활방역 시대...5.06.2020 이제 가까이 다가 오려 합니다~~
지난해(2021년) 사월에 2박3일 여정으로 섬티아고 순례길 다녀왔어요,
보라색 섬 박지도도 엄청 예뻐요, (보라색 옷을 입고 가면 섬 입장료 일금 천원 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