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일기(1)
-천안 <이지 스테이>에 6개월 입주 계약하다-
2020년 진천 단기거주에 이은 두 번째 단기거주 프로젝트를 천안에서 시작한다. 이번에는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첫째는 <역탐사>로 천안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국 철도의 흐름을 따라 역을 집중 답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천안은 가장 많은 노선이 지나는 철도의 중심지역이다. 서울에서 전철이 연결되어있을 뿐아니라, 경부선(부산), 전라선(여수), 호남선(목포), 장항선(익산), 충북선(대전-제천), 경북선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연결이 준비되어 있다. 각각의 노선을 따라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역들의 정취와 실체를 귀환에 대한 부담감없이 여유롭게 탐사할 예정이다. 천안에서의 답사는 하루는 역탐사에 올인하고 다른 하루는 천안을 중심으로 서해랑길과 충남, 전북 지역의 둘레길을 걸으려 한다. 수도권에서 이동할 때 교통체증이 가져온 시간낭비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주제는 천안의 <도서관 탐방>이다. 천안에는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현재 9군데이다. 지난 번 사전답사를 통해 전체적으로 편리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열람실과 도서시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안의 단기거주는 1주일에 3일을 잡고 있다. 이틀간 답사를 하고 남은 하루는 천안의 도서관을 이용할 예정이다. 도서관 답사를 통한 결론은 중심지역의 도서관은 시설이 좋은 반면에 복잡하고 주차에 부담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중심 지역과는 떨어진 <성거도서관>이나 <아우내도서관>을 주로 이용하려 한다. 가끔은 도심 도서관도 방문하겠지만 말이다. 한국의 도서관도 각 지자체의 노력으로 이제 점점 높은 수준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적인 시설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문화적 교양과 생활의 여유를 제공하는 일은 선진국의 중요한 특징일 것이다. 도서관 시설의 고급화와 활성화는 우리 사회의 진보를 상징하는 하나의 표본이다.
단기거주의 본부는 천안역 바로 앞에 있는 <이지 스테이 704호>이다. 혼자 살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은 공간이고 생활에 필요한 기본 시설이 모두 갖춰져있다. 창문 너머 바로 천안역이 보인다는 점도 이 곳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이다. 거주기간은 9월 22일, 6개월이고 보증금 3백만원에 월세 40만원, 관리비 6만원(전기세 별도)의 비용이 든다. 단점은 주차시설이 엉망이어서 바로 앞에 있는 문성동 동사무소 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비용은 월 3만원으로 비싸지는 않다. 숙소는 ‘역답사’의 편의성 때문에 선택했지만 숙소 바로 옆에 시장이 있고, 시장 앞에는 밤바다 포장마차촌이 열리는 것도 나름 낭만적인 모습이다. 모든 것은 직접 체험하고 생활해야만 알 수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활력적이고 도심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것같다.
단기거주는 다양한 이유로 시작했다. 가장 큰 것은 새로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고싶은 것이지만, 오히려 더 중요한 이유는 불안과 혼돈과의 직접적인 대면의 경험일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곳을 방문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분명 기쁨을 주는 일지만, 실제로는 더 큰 두려움과 불안을 동반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이동을 포기하고 익숙한 사람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하는 것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안정의 선택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적인 위협이 도처에서 급박하게 일어나는 혼돈의 시간은 안정의 추구가 오히려 내면의 저항력을 떨어뜨려 위협에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혼란과 외부의 위협은 계속될 것이고 그러한 혼돈의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기꺼이 혼돈과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단기거주’의 핵심은 불안정을 찾아 떠도는 ‘자유의 여정’일 것이다.
첫댓글 - 새로운 탐험의 여정에 발견의 기쁨이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