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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역량·전공 적합성 드러낼 최적 도구
자율 동아리 실전 가이드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자율 동아리가 우후죽순 증가하면서 입시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한 활동은 대학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자율 동아리, 활동 자체보다 내실이 중요합니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전호성
도움말 강재희 교사(서울 배명고등학교)·민태일 장학사(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엄민용 교사(경기 양곡고등학교)·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경희대학교)·정제원 교사(서울 숭의여자고등학교)
편집부가 독자에게 ... 자율 동아리를 제대로 들여다보길! “자율 동아리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학생들이 정규 동아리 활동을 소홀히 합니다. 자율 동아리에서도 전공 적합성이나 학업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요. 동아리는 이런 역량만 의미하진 않아요.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이 공동체 역량, 배려, 나눔이죠.”“사실 자율 동아리의 영향력은 생각만큼 크지 않아요. 학생들은 하나라도 더 많은 활동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싶겠지만 대학에서 과연 활동 나열을 원할까요?” “너무 거창한 주제를 잡지 마세요. 자율 동아리 활동이 전문적이거나 체계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이번 취재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말씀이었습니다. 자율 동아리 실전 가이드를 활용해서 형식적인 자율 동아리가 아닌 내실 있는 자율 동아리 개설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_민경순 리포터 |
자율 동아리 급증, 학교마다 기준 다양해
“전교생이 1천85명인 A고교의 자율 동아리 수는 140개로 1천165명이 참가하는 한편, 전교생이 782명인 B고교는 110개로 참여 학생 수가 665명이다. C고교는 2인 이상 5인 이하만 자율 동아리 신청이 가능한 반면 D고교는 3인 이상이면 된다. E고교는 자율 동아리 활동 시간이 17시간을 충족해야 하지만 F고교는 별도의 이수 시간 제한이 없다. C고교는 여러 개의 자율 동아리 활동을 허용하지만 한 개의 자율 동아리 활동만 학생부에 기재 가능하다. F고교는 별도 규정이 없다.”
이렇게 고교별로 자율 동아리 운영 방침이 다양하다.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민태일 장학사는 “자율 동아리는 교육청에서 별도의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2017학년 학생부 기재 요령에서 밝혔듯 학교 교육 계획에 따라 학기 초에 구성할 수 있으며 활동 계획, 동아리 구성 인원, 지도 교사 등의 내용을 포함한 운영 계획서를 제출해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학교별로 자율 동아리 인원과 운영 방법이 다양하”고다 설명한다.
자율 동아리 자체보다 활동 과정과 내실 중요해
경희대 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은 “자율 동아리는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대학에 따라 자율 동아리 활동 평가를 전공 적합성, 자기 주도 역량, 경험 다양성 등에 반영한다. 대학은 자율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지원 학생의 관심 분야를 이해한다. 그러나 자율 동아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율 동아리 활동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특히 3개 이상의 자율 동아리가 기재돼 있는 학생은 정말 가능할까 싶은 의문이 든다. 1~2개 자율 동아리 활동을 충실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내실 있는 자율 동아리
Step By Step
꼭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의 경쟁률이 높아 탈락했거나, 원하는 분야의 동아리가 고교에 없는 경우 많은 학생이 자율 동아리를 만든다. 서울 배명고 강재희 교사는 “학기 초에는 보통 140~150개에 달하는 자율 동아리가 개설된다. 그러나 끝까지 활동하는 자율 동아리는 50여 개이며, 정말 내실 있는 자율 동아리는 20여 개 되는 것 같다”고 전한다. 내실 있게 자율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동아리를 개설하고 지도교사 섭외, 계획, 활동 등을 주도적으로 해본다면 입시적인 측면을 떠나 좋은 경험이 된다. 자율 동아리 만드는 과정을 교사와 학생들의 조언과 함께 단계별로 담았다.
STEP 01
관심 분야 찾기와 함께할 동아리원 모집
평소 궁금했던 주제 찾는 게 관건
자율 동아리 개설의 첫 단계이자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정이다. 처음 자율 동아리를 개설한다면 쉽게 접근이 가능한 독서나 봉사, 토론 동아리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교내 탐구 과제 발표 대회나 학기 초에 공지된 과목별 수행평가 요소를 토대로 자율 동아리 주제를 정할 수도 있다.
동아리원은 학교별로 인원 수 기준이 다르므로 학교 홈페이지나 담임교사를 통해 확인한다. 인원은 너무 많은 것보다 5명 정도가 의기투합하기 좋다. 보통 학기가 시작되고 2주 정도 지나 자율 동아리 관련 안내문이 나오기 때문에 자율 동아리를 개설할 생각이라면 봄방학 때부터 관심 분야를 생각해둔다.
경기 양곡고 3학년 박수연(연세대 경제학과 합격) 경제에 관심이 많은데, 학교엔 경제 수업이 없었어요. 그래서 경제에 대한 공부를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단 생각을 했죠. 그런데 3학년이라 그런지 팀 구성이 어려웠어요. 우여곡절 끝에 마케팅과 컨설팅에 관심 있는 친구 두 명을 찾아 경제경영 동아리라 이름을 붙이고 활동했어요. 서로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공통 활동보다는 자신의 진로에 맞춰 활동하고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는 형태로 운영하기로 합의한 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갔죠.
STEP 02
활동 계획서 작성
추후 변경 가능하지만 목표 명확해야
자율 동아리에서 함께 알아보고 싶은 것, 활동하고 싶은 내용을 계획서로 작성한다. 학교에 따라 구체적인 활동 계획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대략적인 주제만으로 신청이 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확인한다. 다만 자율 동아리인 만큼 시작하기 전에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내실 있는 활동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결과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수월하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과학 교과를 배우는데, 쉽게 할 수 있는 실험을 통해 과학 이론을 공부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과학 실험 동아리를 만든다면 교과서를 보며 실험 가능한 목록을 정리해 활동 계획서에 쓰는 식이다. 보통 1교시 시작 전이나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각하거나 빠지지 않도록 규칙을 정하는 것도 좋다.
정제원 교사 활동 계획서가 교과서의 목차처럼 체계적이어야 한다거나 활동 내용들이 하나로 연계돼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내면 계획서를 세우는 일이 수월할 거예요. 또한 지자체 프로그램이나 기관 활동들을 검색해보면 연계가능한 활동을 많이 발견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엄민용 교사 활동 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학교 연간 계획서를 참고해 학교 행사나 시험 기간 등 굵직한 행사들을 알아두면 수월해요. 계획서에는 자료 조사, 토론, 관계자 인터뷰나 관련 기관 탐방, 설문 조사, 캠페인, 실험 등 다양한 방법을 담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경제 토론 동아리라고 해서 꼭 토론만 할 필요는 없거든요. 사회적 기업을 찾아 방문한다거나 설문 조사를 할 수도 있죠. 참고로 활동을 하다가 더 좋은 주제나 아이디어가 생기면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해요.
STEP 03
지도교사 섭외 학생이 활동의 중심!
특정 교과 교사일 필요 없어
STEP 04
동아리 활동
하고 싶은 활동 맘껏 해보기
학업과 함께 자율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자율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모임이 늘어지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있다. 활동은 되도록 모임 시간에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학생에게 역할이 돌아가도록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캠페인을 계획했다면 캠페인 기획, 준비 등도 동아리 모임 시간에 함께 소화해 특정 학생에게 부담이 되는 일을 피하고, 시간적으로도 부담을 줄이는 게 좋다. 동아리 모임 때 활동 일지를 작성하거나 블로그나 카페, SNS를 활용해 회의록을 공유하는 것도 자율 동아리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참고로 활동이 흐지부지해진 경우 자율 동아리 승인 취소도 가능하다.
서울 배명고 2학년 이준호 영상홍보팀 부장을 맡고 있어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연말에 20분짜리 학교 홍보물 제작을 목표로 자율 동아리 활동을 촬영해요. 7월까지는 아이디어 회의와 구체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짜고, 10월까지는 콘티를 작성해 12월에 촬영을 해서 결과물을 내는 거예요. 제 꿈은 게임기획자인데, 사실 영상홍보팀 활동은 진로와 상관없이 하고 싶어서 했던 활동이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나 콘티를 구성했던 활동이 게임 기획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서경 학생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면 의견 충돌을 겪을 때가 있어요. 처음엔 자신의 의견을 설득해나가고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일이 굉장히 어색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남을 설득하기 위해 굉장히 논리적으로 변하더라고요.
STEP 05
결과 보고서 작성
동아리 결과 보고서 대회에 참가해보길
고교별로 과제 연구 발표 대회, 자율 동아리 결과 보고서 대회 등 여러 대회들을 실시한다. 내실 있게 동아리 활동을 했다면 연말에 있는 동아리 관련 대회에 참가해보길 권한다. 결과 보고서는 1년의 활동 계획서에서 수정된 부분을 반영하고, 모임 때 나왔던 결과 등을 정리하면 되기에 평소 활동 일지를 잘 기록했다면 크게 어렵지 않다.
또한 평소 활동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후기를 꼼꼼하게 적어두면 대입에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좋은 소재가 된다. 동아리 활동이 평소 생각이나 진로와 관련해 어떤 영향을 주었다면 잘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강재희 교사 자율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활동일지, 결과 보고서에 의지해 학생부에 기재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나열식의 결과 중심보다는 학생들이 활동을 하면서 고민스러웠던 부분, 활동 과정, 결과 등을 보여주면 교사가 학생부에 기재할 내용이 풍성해지죠. 특히 연말에 실시하는 자율 동아리 결과 보고서 산출물 대회나 과제 탐구 경진 대회 등에 참가하면 교내 수상 실적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죠.
성공적인 자율 동아리를 위한 꿀팁
자율 동아리 활동, 주제 거창해야 한다는 생각 버려야
영상홍보팀과 더불어 수학 자율 동아리 활동도 했어요. 영상홍보팀은 부장으로 제가 운영했지만 수학 동아리는 팀원으로 활동했죠. 수학 동아리는 수학과 관련한 이론이나 공식을 공부해서 발표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수학 문제를 접근하는 활동을 했는데 친구들이 대학 수학 내용을 주제로 정해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전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사칙연산 중 곱셉의 발전사에서 시작해 여러 곱셉법에 대해 조사했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처음엔 근사하고 멋진 주제를 잡아야 하나 부담되고 고민스러웠지만 그 마음을 버리니 편하게 주제를 선정할 수 있었죠.
처음 정한 계획서에 한정 지을 필요 없어
사회 문제 중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평상시 불편하다고 느꼈던 학교 주변 통행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사실 위안부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거라 동아리에서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게 맞나 고민이 됐죠. 선생님이 위안부 문제와 같은 큰 사회 문제도 좋지만 주변에서 느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며 활동을 구체화해보라고 팁을 주셨어요. 그렇게 동아리 활동 영역을 넓히고 나니 하고 싶은 일들이 엄청 많아지더라고요.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