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엔가 제가 아들과 뒷고기 구이를 안주로 한잔하면서 아들 친구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네친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들 모임으로 10명쯤 되는데 다들 부산에서 살 때는
매년마다 단체로 우루루 세배돈 받지않는 세배를 하러 왔었기에 누가 누군지는 대충 압니다.
다들 서민가정이었고 두세명은 중산층의 가정에서 유복하게 자랐고, 고졸이 한명인가에
4년제 또는 2년제의 대학을 졸업하였고 각자의 진로를 따라 각지로 흩어져서 지금은
단체 새배를 오지는 않고 자기들끼리 1년에 한두번 팬션에서 단합모임을 합니다.
제 아들은 대학졸업장이 없습니다. 국립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전공인데 도저히 적성에 안맞아
4년차 1학기를 끝으로 자퇴하고 방황하기에 폴리텍 대학 1년 과정(국비, 무료)을 다녀보라 했습니다.
기숙사생활 1년동안 휴일에 집에도 잘 안오면서 집중하여 물만난 고기처럼 배우고 익히더군요.
졸업시 그 해의 최우수 졸업생이었습니다만 교수가 추천해준 직장은 젊은이 죽이려는 공장인지
수습2개월차인데 밤샘 12시간 근무에다 트럭을 몰고 왕복 140킬로를 달려 배달까지 하라 입니다.
당장 그만두라 하여 다시 다른 곳에 취직하였으나 역시 직장마다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장애인을 몇명 고용하여 정부지원금을 받는 회사이었는데, 문제는 무거운 가공물을 기계에 장착하는
일은 장애인이 아닌 제 아들이 도맡아야 했었고, 그러면서도 뒷담화 험담을 들어야 했다 합니다.
결국 그만 두기에 애비 공장일이나 거들라 하였으나 월급은 종전의 절반이하로 줄었었지요.
일을 해보더니 적성에 맞다 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고 아이디어를 내고 기계를 가동하여 만듭니다.
그래서 창업을 하는 과정으로 또 1년간 교육받은 후 10개월간의 창업지원을 받아 금년 5월이면 수료합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제 아들의 친구들 아홉명은 어떤가를 알아볼까요?
몇년전에.. 하루는 아들의 친구어머니와 아들이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취직도 않되고 방황하다가 방에 틀어박혀 자폐아 비슷하게 되고 있는데 어쩌면 좋으냐 였습니다.
아들이 친구를 만나서는 " 나처럼 연봉 230만원짜리부터 시작해보는 게 어떠냐" 라고 설득한 겁니다.
연봉230만원? 한달에 겨우 20여만원? 아하! 폴리텍대학 재학생에게 나라에서 매달 주는 용돈입니다.
이렇게 해서 친구 한사람이 폴리택 대학에 들어가자 한해후에 친구 세사람이 또 입학합니다.
그러다 보니 또래친구 10명중 다섯명이 대학졸업하고서도 폴리텍 1년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이 열명의 친구들은 다들 괜찮은 직장에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2세를 낳기도 했더군요.
참고로, 제 맏아들도 4년제 대학 졸업후 실업자 신세-->폴리텍대학 수료후 직장생활하고 있습니다.
맏아들의 수능성적이 겨우 턱걸이수준이라 2년제 기술대학을 먼저 다녀 직업을 가진 후에
4년제 대학에 복학하라고 설득하는데 마누라님이 결사반대하여 4년제를 졸업한 결과였습니다.
아들의 친구들은 서로를 잘 알기에 어려우면 함께 도우면서 든든한 우군으로 어깨동무하고 있더군요.
서울의 발명사업가 0 0 0 님은 의사나 변호사가 될 실력의 아들을 공학도로 이끌었는데 얼마전에
아들의 친구들이 세배를 왔었는데 모두 SKY 출신들임에도 몽땅 실업자 신세 라는 한숨글을 올렸더군요.
정녕 한국의 대학졸업장은 그냥 사회인으로서 기초 소양을 갖추었다는 증명서에 불과한 것일까요?
사무실에서 근무할 화이트칼라들이 블루칼라(기술자)가 되는 것이 삶의 등급을 레벨다운한 것일까요?
아니면 빙산의 물밑 아랫부분을 구성하고 물위로 솟아올라 창의력을 떨치게 하는 환골탈태일까요?
그 판단은 부모인 여러분과 청춘남녀 여러분의 인식변화에 마낍니다.
덧붙히자면 성공신화를 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술력이라는 바탕을 가지고 차고나 지하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학벌과는 크게 연관이 없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을 한다라는 모험은 절대 권장할 것이 못됩니다만 [ 직원 한사람을 더 채용하느니
10억원짜리 자동화기계를 은행돈 빌려 도입하는게 싸게 먹힌다 ]는 기업경영의 냉엄한 현실앞에서는
다른 대안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진작에 장인우대정신이 이어져 내려 왔었더라면....
청춘 남녀 여러분! 두뇌로는 세계인들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배웠으니 남은 것은 손에 익힐 기능입니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두손과 그 손가락들이 즐겁게 춤추도록 자신의 잘하는 바를 최대한 키우십시오.
그러면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던 간에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다시 배움과 그 일을 하는 것이 삶의 레벨다운이 아니라 환골탈태라고 주장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글 절대 자식자랑이 아닙니다. 아들넘은 지 챙피한 시시콜콜을 다 알린다고 불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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