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초하루입니다.
잔뜩 찌푸린 날씨였지만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등에는 땀이 흐르지만 제법 바람은 차가웠습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은 줄곧 매사에 감사하다는 생각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며칠전 세상을 먼저 떠난 후배를 생각하며, 나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꽃들은 서로 화내지 않겠지
향기로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싸우지 않겠지
예쁘게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겠지
사랑만 하니까..... ” 이채 시인은 ‘5월에 꿈꾸는 사랑’에서 봄을 노래합니다.
4월의 따뜻한 봄날 초딩여자친구 계숙, 병숙, 미영이와 울주에 과자제조공장을 하고 있는 친구의 그린제과로 봄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모처럼 두현이도 함께해서 함양어탕에서 어탕 한 그릇씩을 비우고 공장 주변에서 쑥을 캤습니다.
저는 육중한 몸을 휴대용 간이의자에 의지하며 힘겹게 쑥을 캐고 주변의 머구도 채취해서 보자기에 채웠습니다.
공장 앞의 멋진 정자에 앉아 친구 부인이 마련해준 커피며 과일을 먹으며 우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한 일은 수술로 거동이 불편하셨던 친구 모친은 너무나 건강한 생활을 하고 계셨고 어깨를 주무르면서 구순을 넘긴 노모의 몸이라고 느낄 수 없는 건강한 신체에 탄복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계숙이 집에서 내어준 엉개나물, 들깨가루, 맛있는 국수 두 다발을 받아들고 와서 4월 내내 저녁마다 지평막걸리에 엉개나물을 안주 삼아 행복을 마시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나날입니다.
함양 지곡에서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고 기획재정부 부이사관을 지낸 권광호라는 친구가 지난 달 “감사하며 걸은 길 2,900리”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저자는 경남 남해에 있는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 여행이 동기가 되어 공의 백의종군로와 조선수군재건로를 순례하며 걸은 2,900리 즉, 1,140km를 걸으며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담았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개략 430km로 보면 그 먼 길을 묵묵히 걸으며 저자는 무슨 생각들을 하며 걸었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저자는 투철한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과 애국애족의 정신을 가슴에 담고 공이 흘린 피의 역사에 대해 공의 죽음이 지금의 이 나라 맥박을 뛸 수 있게 한 성스러운 희생 이였음을 각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부터 새벽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헬스장에서의 답답함도 있었고 왠지 상큼한 아침 공기와 새들의 지저귐과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인생 최대의 몸무게는 어쩜 그래도 그냥 수긍할 수 있지만 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오는 건 좀처럼 견딜 수가 없는 수치입니다.
얼굴이 금복주같다는 소리는 들어도 배나왔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서 이제는 좀 더 몸을 겸손하게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벽 산길을 걸으며 최백호의 ‘길위에서’를 듣기도 하고 폴킴의 ‘모든날 모든순간’도 즐겨 듣습니다.
때론 주옥같은 함양이 고향인 황창연 신부님의 명강연을 듣기도 합니다.
무릇 믿음을 갖고 신앙생활을 하는 모든 분들이 종파를 떠나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과 희망과 용기를 주는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동참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산행의 노력으로 이제까지 등산이 아닌 여행길을 3만보나 3만5천보를 걸어도 별무리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 달 동안 탐욕스런 몸뚱이에서 욕심과 허물을 3Kg이나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4월 후반에 1박2일의 여행을 계획한 5팀의 서울 친구부부를 위해서 여행지를 사전 답사했습니다.
1일차 부산역-차우나타운 점심-흰여울마을-태종대-자갈치저녁-숙소
2일차 조식-감천문화마을-송도케이블카-송도공원-외식1번가서부산점-부산역
1일차 태종대일정을 월요일에 갔더니 누리열차가 운행하지 않아 전 코스를 걸어서 다녔는데 몇 십 년 전에 갔었던 기억과는 다르게 전망대와 등대는 많은 곳이 새롭게 단장되어 있었고 아직 수국이 피지 않은 태종사에서는 적막과 평온을 느꼈습니다.
2일차 감천문화마을은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처음의 인상과는 다르게 그래도 아기자기한 모습을 발견했고 포토죤도 많아 보여서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도는 케이블카보다는 공원을 걷는 게 좋았고 용궁구름다리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많은 인파에 놀랐습니다.
26일과 27일의 1박2일의 여행을 함께하며 우리도 이제는 인생의 가을 초입에 진입했음을 인지했습니다.
그래도 부부끼리 서로를 챙겨주고 인도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정도 실감도 했습니다.
또다시 5월입니다.
5월 말일까지 2023년귀속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입니다.
조금은 분주하겠지만 한 달 동안은 긴장하며 차분하게 업무에 임해야합니다.
5월에는 많은 모임이 있습니다.
함양을 다녀와야 하고 신안에서 오랜만에 70까지 살아온 흔적의 모습들을 보아야 합니다.
서로 마주보고 웃을 수 있는 이 행복은 살아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5월 되십시오.
2024년 5월 1일 초하루에
세금나라 회계 ‧ 새나라 부동산
박 동 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