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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8일 살아나서 살리는 교회 주일 설교
제목 : ‘Good Bye List’ - 2. 숨겨 놓은 드라빔
본문 : 창세기 31장 19절(11~19절)
라헬은,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나간 틈을 타서, 친정집 수호신의 신상들인 드라빔을 훔쳐 냈다. <새번역>
성경에서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험악한 인생을 살았다고 고백한 사람이 있습니다. 또한 제 3자가 보아도 그런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야곱’입니다.
야곱이 바로에게 대답하였다. "이 세상을 떠돌아다닌 햇수가 백 년 하고도 삼십 년입니다. 저의 조상들이 세상을 떠돌던 햇수에 비하면, 제가 누린 햇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험악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창세기 47장 9절, 새번역>
그런 야곱의 험악한 인생 속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으로 오늘 함께 떠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리브가와 합심하여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형 에서가 받을 축복을 가로채고,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쳐 갔습니다. 그리고 벌을 받은 것인지 자신도 외삼촌에게 속임을 당해 14년을 사랑하는 라헬을 아내로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돌아보면 힘들었어도 꽤 괜찮은 시간이었습니다. 레아와 라헬이라는 두 아내도 얻었고, 자녀들도 충분한 유복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라헬에게서 요셉도 태어나게 되었으니 야곱은 충분히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기지인지, 사기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외삼촌 라반의 양 떼를 잘 쳐서 아주 큰 부자가 되기도 하였는데 가축 떼뿐만 아니라, 남종과 여종, 낙타와 나귀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라반과 라반의 아들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라반의 아들들이 하는 말이 야곱에게 들렸다. "야곱은 우리 아버지의 재산을 다 빼앗고, 우리 아버지의 재산으로 저처럼 큰 부자가 되었다." 야곱이 라반의 안색을 살펴보니, 자기를 대하는 라반의 태도가 이전과 같지 않았다. <창세기 31장 1~2절, 새번역>
그리고 동시에 하나님의 음성도 들려옵니다. 때가 온 것입니다. 야곱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은 이제 더 이상 라반의 집에 머물지 말고 떠날 때가 왔다고 야곱에게 일러 주신 것입니다.
주님께서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조상의 땅, 너의 친족에게로 돌아가거라.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창세기 31장 3절, 새번역>
외삼촌과 외삼촌의 자녀들의 태도가 변해가는 것에 따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야곱에게 하나님은 또 한 번 방패와 피난처가 되어 주십니다. 야곱은 잊고 지내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야곱을 인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행히도 야곱 역시 이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고자 합니다. 당장 사람을 보내 아내들을 가축 떼가 있는 들로 불러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장인어른께서 나를 대하시는 것이 전과 같지 않소. 그러나 내 조상의 하나님이 이제껏 나와 함께 계셨소. <창세기 31장 5절, 새번역>
그동안 하나님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셨고, 인도하셨는지를 아내들에게 잘 말해 주면서 우리가 이렇게 부자가 된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들로 불러내면서까지 이런 말을 하는 가장 중요하고 결론적인 말을 시작합니다.
나는 베델의 하나님이다. 네가 거기에서 기둥에 기름을 붓고, 거기에서 나에게 맹세하였다. 이제 너는 곧 이 땅을 떠나서, 네가 태어난 땅으로 돌아가거라' 하고 말씀하셨소. <창세기 31장 13절, 새번역>
야곱은 아주 조심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도 레아와 라헬은 외삼촌 라반의 딸들이었습니다. 레아와 라헬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자신을 배신하기라도 한다면 낭패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레아와 라헬의 마음도 준비시켜 주셨습니다. 레아와 라헬 역시 아버지 라반에 대한 좋지 않은 마음이 있었고,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분깃이나 유산이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에게서 빼앗으신 것은 다 우리와 우리 자식들의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이 당신에게 말씀하신 대로 다 하십시오. <창세기 31장 16절, 새번역>
이렇게 두 아내의 마음도 확인한 야곱은 아내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둘러서 자식들과 아내들을 낙타에 나누어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얻은 모든 짐승과 모은 모든 소유를 다 가지고서, 가나안 땅에 있는 자기 아버지 이삭에게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습니다. 아주 비밀스럽게 진행하였기에 외삼촌 라반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긴장감이 넘치는 순간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음을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헬은,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나간 틈을 타서, 친정집 수호신의 신상들인 드라빔을 훔쳐 냈다. <창세기 31장 19절, 새번역>
지금 분명히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여, 야곱의 고향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입니다. 그것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아주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라헬은 무슨 생각인지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드라빔을 훔쳤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상한 기록과 함께 야곱 일행의 도망은 시작되었습니다.
라반도 바빴는지 무관심했는지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3일이 지난 후에야 야곱과 두 딸이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야곱을 쫓아가기 시작합니다. 상대적으로 아이들과 모든 소유와 함께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야곱 일행은 금방 따라잡힐 수밖에 없었고, 라반은 야곱이 도망친 지 7일째에 야곱이 있는 곳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곧 라반은 야곱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도 하나님이 라반의 꿈에 등장하십니다. 그리고 엄중히 경고하십니다.
그 날 밤에 아람 사람 라반이 꿈을 꾸는데,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좋은 말이든지 나쁜 말이든지, 야곱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하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창세기 31장 24절, 새번역>
그리고 잠에서 깬 라반은 곧 야곱의 장막 친 곳에 도달하게 되었고, 자신도 그 곳에 장막을 치게 됩니다. 왜 갑자기 장막을 쳤을까요? 처음에는 죽이거나 해를 입히는 공격을 하러 왔지만, 꿈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는, 이제는 협상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라반은 야곱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당장에 불 같이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섭섭함과 아쉬움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이 말까지 하게 됩니다. 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는데도 말입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자네를 얼마든지 해칠 수 있네. 그러나 어젯밤 꿈에 자네 조상의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나에게 경고하시기를 '좋은 말이든지 나쁜 말이든지, 야곱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하셨다네. <창세기 31장 29절, 새번역>
갑자기 장막 안 분위기가 얼어붙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야곱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싸울 수 있는 것은 자신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뱉고 나니 더욱 긴장한 것은 사실 라반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라반은 생각을 바꿔 자신이 야곱을 쫓아온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하나님께 적어도 이 말은 해도 정당한 것 아니냐며 당당하게 물어보기 시작합니다. 아니라면 정말 이 드라빔이 사라졌기 때문에 쫓아왔을 수도 있습니다.
자네가 아버지의 집이 그리워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찌하여 나의 수호신상들을 훔쳤는가? <창세기 31장 30절, 새번역>
‘수호신상?! 드라빔?! 드라빔이 왜 갑자기 여기서 나오는 거지!?’ 갑자기 쌩뚱 맞은 단어가 등장하자 야곱은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야곱은 드라빔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야곱은 라헬이 드라빔을 훔쳤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엄한 트집을 잡아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백을 주장하게 됩니다. 자신과 일행은 결코 라반의 물건 가운데서 무엇이든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만약 있다면 그를 죽여도 좋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라헬이 죽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먼저 라반은 야곱의 장막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레아의 장막, 그리고 두 여종의 장막까지 뒤졌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라헬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 가장 마지막으로 라헬의 장막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라헬은 그 수호신상들을 낙타 안장 밑에 감추고서, 그 위에 올라타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라반은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라반은 아마도 낙타 위에 앉아 있던 라헬이 조금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당연합니다. 아버지가 왔는데도 낙타에서 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라헬은 또 다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합니다.
라헬이 자기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지금 저는 월경중이므로, 내려서 아버지를 맞이할 수 없습니다." 라반은 두루 찾아보았으나, 끝내 그 수호신상들을 찾지 못하였다. <창세기 31장 36절, 새번역>
그리고 자신의 장막에 아무 것도 없음이 드러나자 야곱은 참고 있던 분노를 터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야곱은 그동안 쌓아 두었던 서러움과 답답함을 모두 라반에게 쏟아 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분명히 장인어른을 꾸짖으셨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신을 대하는 것에 대해서 강력하게 경고하면서 명확하게 알려 주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당황하고 불안해진 라반은 그래서 야곱과 곧바로 언약을 맺게 됩니다. 돌무더기를 쌓고 이제는 서로가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기로 한 언약입니다. 그리고는 함께 만찬을 즐기고 라반은 축복의 말을 남기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정말 다행히도 일단락이 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 정말 두려운 만남이 남았습니다. 바로 형 에서와의 만남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얍복강에서 자신을 만나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잘 넘어가게 됩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너무도 쉽게 용서를 받았고, 형제 사이가 회복이 되었습니다. 순조롭게 모든 일이 풀리는 듯 보였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처음 말씀하신대로 ‘베델’, 하나님의 집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어떤 연유인지 야곱은 가야 할 베델이 아닌 세겜성에 이르러 그 성 앞에다가 장막을 치고 그 밭을 구입하게 됩니다. 이러니 험악한 인생을 보낼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생겨났는데 바로, 딸 디나에게 안타까운 일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분명히 순조로워 보였는데 왜 야곱은 베델로 곧바로 가지 않아서 이런 일을 당했을까요? 그리고 더 안타까운 일은 야곱의 아들들이 디나의 일로 자신들과 화친을 맺으러 온 세겜을 속이고 세겜 성의 남자들에게 할례를 받게 한 후 모두 죽이게 되는 엄청난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죽은 시체에 달려들어서 털고, 그 성읍을 약탈하였고, 모든 재산을 빼앗았으며, 어린 아이와 아낙네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자 야곱은 시므온과 레위를 불러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자신들이 공격당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므온과 레위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하며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야곱은 순간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무엇인가 모든 것이 붕괴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외삼촌 집을 떠나올 때의 결심도 무너졌고, 자신의 가정도 무너졌고, 자신의 미래도 무너져 내린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외삼촌 라반과도, 형 에서와도 그토록 어렵게 생각했던 난관들은 잘 헤쳐 나왔는데 오히려 잘 되어야 하고, 별 일 아닌 것 같은 일 때문에 이렇게 일이 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야곱은 너무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이유를 하나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다시 야곱에게 나타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어서 베델로 올라가, 거기에서 살아라. 네가 너의 형 에서 앞에서 피해 도망칠 때에, 너에게 나타난 그 하나님께 제단을 쌓아서 바쳐라." <창세기 35장 1절, 새번역>
야곱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붕괴된 상황이 온 것인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렇게라도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깨닫자마자 이렇게 행동합니다.
야곱은, 자기의 가족과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명령하였다. "너희가 가지고 있는 이방 신상들을 다 버려라.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어라. 이제 우리는 이 곳을 떠나서, 베델로 올라간다. 거기에다 나는, 내가 고생할 때에 나의 간구를 들어 주시고, 내가 가는 길 어디에서나 나와 함께 다니면서 보살펴 주신, 그 하나님께 제단을 쌓아서 바치고자 한다." <창세기 35장 2~3절, 새번역>
그런데 이 구절에서 또 한 가지 놀라운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는데 발견하셨습니까? 야곱은 자신의 무리들이 이방 신상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도 지금껏 말하지 않았고 허용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이방 신상들을 버리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그리고 버리고 나서,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러 가자고 명령합니다. 그러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그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이방 신상과 귀에 걸고 있는 귀고리를 야곱에게 가져 왔다. 야곱은 그것들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밑에 묻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길을 떠났다. 하나님이 사방에 있는 모든 성읍 사람을 두려워 떨게 하셨으므로, 아무도 야곱의 아들들을 추격하지 못하였다. 야곱과, 그가 거느린 모든 사람이, 가나안 땅 루스 곧 베델에 이르렀다. <창세기 35장 4~6절, 새번역>
드디어 베델에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돌아보니 참으로 험난하고 험악한 세월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오늘 본문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계십니까? 저는 오늘 설교의 제목을 ‘숨겨 놓은 드라빔’이라고 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빔은 단순히 라헬이 훔쳐서 숨기고 있던 드라빔에 대한 이야기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그 드라빔이나 이방 신상은 한낱 물건에 불과합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 드라빔이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숨겨 놓은 드라빔에 숨겨 놓은 우리의 마음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위하여, 사실 진짜 신앙생활의 시작을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숨겨 놓은 드라빔’과의 Good Bye! 작별입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숨겨 놓은 드라빔에 숨겨 두었던 마음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째, 숨겨 놓은 드라빔에 숨겨 두었던 우리의 마음은, ‘하나님’에 대한 마음입니다. 하나님이 없다는 마음, 그리고 더 나아가서 하나님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마음입니다.
라헬은 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아버지의 집을 떠나면서 아버지 집의 수호신인 드라빔을 훔쳐서 나왔습니까?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인가 의지할 것이 필요했고, 어찌 보면 그동안 자신의 집을 지켜 주는 것만 같았던 수호신이 그래서 더 믿음직스러웠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 라반이 이 드라빔을 찾아 자신들을 쫓아온 것으로도 보아 효험과 능력이 대단하다고, 소용이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분명히 야곱을 통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떠나 왔지만, 아직은 하나님으로부터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그저 도로 위의 이정표로만 생각하고, 내 삶에는 존재하지 않는 분이고, 아무 소용없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남의 하나님입니다. 나를 위한 하나님이 아니기에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는 하나님입니다. 차리라 그래서 드라빔을 더 소중하게 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라헬뿐이겠습니까? 야곱은 더 했습니다. 아니 더 심각한 것은 야곱입니다.
둘째, 숨겨 놓은 드라빔에 숨겨 놓은 우리의 마음은, ‘주권’에 대한 마음입니다. 선택적이고 부분적인 하나님을 선택함으로, ‘온전한 맡김’을 통해 통치권을 내어드릴 마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야곱이야말로 직접 음성을 들은 사람입니다. 베델에서 자신을 만나주신 하나님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역사하시고, 인도하고 계심을 충분히 믿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이 위기에서만 자신을 구해 주는 방패가 되어 주시는 것까지는 인정했지만, 온전히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실 주인으로 내어드리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델로 가지 않고 세겜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래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습니다. 분명히 자신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어 주셨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삶을 옛 야곱의 삶으로 고집한 것입니다.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이름의 이스라엘을 받아서일까요? 정말로 그는 하나님에게 이기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 승리를 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새 생명을 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야곱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을 이기고 자신이 주인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얍복강에서 자신을 축복해 주지 않으면 절대로 보내지 않겠다고 떼를 쓴 이유가 무엇입니까?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 달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여러 가지 두려운 일들이 끝나고 나니, 자신이 자신의 삶에 주인공으로 다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선택적으로, 부분적으로 하나님을 선택하니, 어떻게 하나님께 자신을 온전히 드림으로 자신의 통치권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숨겨 놓은 드라빔에 숨겨 놓은 우리의 마음은, ‘방치와 방관’입니다. 무관심이든, 미련이든, 어떤 이유든간에 진작 버렸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해둔 마음입니다.
무엇인가를 끊고자 하면 반드시 그 끊을 것을 멀리해야 합니다. 가까이 두고서는 그 유혹을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나를 무너뜨릴 것을 알면서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무엇보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 버려도 진작 버렸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방치하고 방관하는 태도가 바로 숨겨 놓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사실 방치와 방관이라고 쓰고 ‘미련’이라고 읽어야 합니다. 여전히 미련을 두고 있기에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야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곱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마다 이방 신상들을 다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베델로 가지 못하고, 올바른 예배를 드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상을 품고서, 하나님을 만나려니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있지 말아야 할 곳에 그저 멈추어 서 있는 것입니다.
야곱과 라헬과 그 모든 가족들은 반드시 이 숨겨 놓은 드라빔에 숨겨 놓은 마음에서 벗어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 상황을 아시고 오늘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야곱에게 명령하신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하시는 명령입니다.
하나님이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어서 베델로 올라가, 거기에서 살아라. 네가 너의 형 에서 앞에서 피해 도망칠 때에, 너에게 나타난 그 하나님께 제단을 쌓아서 바쳐라." <창세기 35장 1절, 새번역>
더 이상의 방치와 방관을 하나님은 두고 보실 수 없었던 것입니다. 새번역으로는 ‘어서’, 공동번역으로는 ‘이러고 있지 말고’라고 기록하시면서 결단을 요구하셨던 것입니다.
사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하시는 분이십니다. 어영부영 제자리걸음인 우리들에게 강력하게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이스라엘아, 정말로 네가 돌아오려거든, 어서 나에게로 돌아오너라. 나 주의 말이다. 내가 싫어하는 그 역겨운 우상들을 내가 보는 앞에서 버려라. 네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여라. <예레미야 4장 1절, 새번역>
그제야 제정신이 든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버지 집에는 양식이 많아서 그 많은 일꾼들이 먹고도 남는데 나는 여기서 굶어 죽게 되었구나! 어서 아버지께 돌아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으니 저를 품꾼으로라도 써주십시오 하고 사정해 보리라.' <누가복음 15장 17~19절, 공동번역>
사랑하고 존경하고 축복하는 예배자 여러분! 오늘 야곱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대한 묵상을 마치면서 여러분과 3가지 깊게 묵상해 보아야 할 질문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숨겨 놓은 드라빔에 숨겨 놓은 우리의 마음을 꺼내서 하나님 앞에서 대답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하나님을 믿으십니까? 더 나아가 하나님을 내 인생에서 가장 소용 있는 분으로 믿으십니까?
둘째, 내 삶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나입니까? 하나님입니까? 하나님께 온전히 드림으로 내 삶에 대한 통치권을 하나님께 내어드리셨습니까?
셋째, 지금 내 삶 속에서 방치하고 방관하고 있는 진작 버렸어야 할 것들이 있으십니까?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숨겨 놓은 드라빔에 숨겨 놓은 여러분의 마음들과 Good Bye, 작별하셔야 할 시간입니다. 숨겨 놓은 드라빔을 꺼내십시오. 그리고 그 드라빔을 버리십시오. 모든 우상 숭배를 버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드라빔에 숨겨 두셨던 여러분의 마음들도 이 시간 다 꺼내 놓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작별을 고하셔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고, 내 인생에서 가장 소용이 있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인정하고, 내 삶을 온전히 드림으로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방치되어있고 방관했던 모든 것들을 버리게 되기를 축복합니다. 그래서 오늘 야곱과 그의 가족들이 베델에 도착해서 드디어 온전한 예배를 드렸던 것처럼 우리의 예배가 온전한 예배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결단 찬양 - 나 이제 돌아가 + 나 무엇과도 주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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