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군침이 입안 가득’
짜다는 이유로 밥상에 잘 오르지 않았으나
최근 염도 줄인 제품 출시돼 조금씩 인기
겨우내 러시아서 작업 … 4~5월 부산서 경매
온난화로 늦봄과 여름의 경계가 모호해도 6월은 여름의 시작이다. 나물은 억세지고 식재료에서 ‘봄’이라는 접두사가 5월과 함께 사라진다. 나물이나 멸치 등 봄을 알렸던 것들 외에도 또 하나 5월로 끝이 나는 것이 있는데 명태 알 경매다. 명태 알은 겨우내 러시아 해역에서 작업 했던 것을 4월에서 5월 사이 부산 감천항에서 경매한다. 꽃이 피고 지는 사이에 일본과 국내 명란 회사들이 부산에 집결한다.
일본인들은 잘 지은 밥에 명란 하나로 밥 몇 공기를 해치울 정도로 좋아하고 매년 뽑는 가장 맛있는 반찬 순위에 항상 명란을 상위권에 뽑는다. 명란을 좋아하다 보니 명란으로 만드는 음식도 많다. 바게트에 마요네즈와 명란을 섞어 구운 명란 바케트,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에 명란을 넣어 만든 명란 파스타, 손쉽게 주먹밥에 명란을 넣은 것도 인기다. 심지어 명란과 마요네즈를 섞어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극대화한 명란마요까지 있을 정도다. 일본에서도 명란의 주산지는 부산과 가까운 후쿠오카다. 후쿠오카가 명란 주산지가 된 것에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데 바로 일제의 강제병합이다.
일본 명란의 원조업체인 ‘후쿠야’의 창업주가 광복 이전 부산에서 맛본 명란을 일본에서 1949년에 제조 판매한 것이 후쿠오카 가라시 멘타이코(매운 명란)의 시초다.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명란은 우리네 밥상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반찬이다. 이유가 몇 가지인데, 일단은 너무 짜다는 것과 가장 결정적인 것은 비싸기 때문이다. 형태가 고르고 예쁜 것들은 소고기 ‘1++’보다 100g당 가격이 비싸니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판매하는 곳이 드문 것도 한몫했다.
최근 들어 명란이 바뀌고 있다. 짠 음식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 염도를 기존에 15%에서 7~4%로 줄인 제품들이 시장에 속속 나오고 있다. 저염 명란을 만드는 부산의 ㄷ 업체는 일본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4%의 염도는 간간한 정도다. 굳이 비교하자면 염도가 6% 이하인 단무지와 비슷하거나 덜 짜다.
좋은 명란은 크고, 모양이 예쁜 것을 최고로 친다. 여기서 최고는 선물용으로 최고라는 것이지 맛까지 최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산 중에 터진 것이나 작거나 모양이 삐뚤빼뚤한 것이 맛까지 삐뚤하지 않다. 맛은 좋지만 모양이 좋지 않은 것들은 대형 마트나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서울 시내에는 명란을 고명으로 올린 우동, 고소한 명란 바게트, 명란 구이를 술안주로 판매하는 곳 등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곳들이 늘고 있다. 부산 송도해수욕장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명란 파스타는 표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맛나다. 하지만 시간 내서 굳이 음식점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명란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가장 맛있게 먹을 방법은 우동도, 바게트도 구이도 아닌 갓 지은 밥에 살짝 찌는 것이다. 갓 지은 밥을 풀 때, 밥을 조금 푸고 자른 명란을 올리고 다시 푸는 형태로 밥 한 공기를 채우면 밥 온도에 명란이 반 정도 익는다. 참기름 한 방울씩 떨어뜨리며 한 숟가락씩 먹으면 별미 중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미리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제맛이 안 난다. 아니면 김치찌개 끓일 때 불 끄기 전 명란을 올리고 불을 끄면 시원한 알탕 김치찌개가 된다.
6월, 덥다. 기온이 30도가 넘어가고 습도는 올라 전국을 무료 사우나로 만든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끼고 체온을 낮춘다 하더라도 시나브로 잊어버리는 게 있다. ‘입맛’이다. 얼음 띄운 차가운 물에 밥을 말아서 명란 올려서 먹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입맛 잃어버린 것조차 잊고 입안 가득 군침이 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