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을 잡을 때
적절하게 채워진 잔을 잡을 때는 언제나 잔의 보울부분이 아니라 스템(Stem: 보울과 잔 받침을 연결해주는 가늘고 긴 부분)을 잡도록 합니다. 손으로부터 전달되는 체온은 의도한 온도 위로 와인의 온도를 올려놓아 와인의 부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이 대목에서 어떤 분은 손을 높이 들고 항의를 합니다.
와인의 본 고장인 프랑스를 가 봐도 온천지에 다 보울을 잡고 있는 사람 뿐,
스템 잡고 폼 재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고.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별나다고 흉을 봅니다.
네, 제대로 보셨습니다. 그 분의 눈 높이에서 말이죠.
그 분이 가 보신 레스토랑은 아마 시내 노천카페같은 곳이거나
직장인들이 의무방어전처럼 매일 어쩔 수 없이 고민하다 들려 먹게 되는 그런 곳이었을 겁니다.
우리로 치면 순대국밥집이나 설렁탕집 같은 곳이지요.
그래도 그 곳에서는 양식이 나옵니다^^.
그러니 당연히 와인도 한잔 곁들이겠지요.
이 와인은 거의 우리로 치면 소주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이런 와인을 마시는 데 무슨 격식이 필요하고, 또 거기서 무슨 감성적 경험을 그리 하겠습니까.
막걸리마시는 데 사발에 따라 맛이 달라져야 얼마나 달라질까요.
이런 일상적 경험에서 미학적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노천카페에서 하우스 와인을 한 잔 마시는 노부부는
어쩌면 평생 그 비슷한 와인을 매일 점심마다 마셔 왔을 겁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익숙한것이죠.
익숙한 것은 좀처럼 경탄의 대상이 되질 않습니다.
영화배우처럼 아름다운 아내를 얻어 남들 모두 부러워해도
정작 자신은 시큰둥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노천카페의 그 노부부도 결혼 50주년에 미쉴랭 스타에 빛나는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자신들이 결혼한 해의 샤또 마고를 주문해 마신다면
아마 제대로 스템을 잡고 천천히 잔을 흔들어가며 음미하지 않을까요?
만약 우리가 마시는 와인이 하우스 와인급으로
매일 마시는 그런 정도라면 아무렇게나 해도 좋습니다.
그 경우라면 굳이 스피겔라우를 쓸 이유도 없구요.
심지어 조그마한 물 잔에 마신다고 해도 큰일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미학적으로 음미할 가치가 있는 와인이라면
제대로 된 잔에 제대로 시음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와인 값 비싼 이 나라에서 본전 이상은 뽑아야지요.
제대로 마시면 맛이 제대로 나고 대충 마시면 그저그런 맛이 나는 게 와인입니다.
온도에 관한 것은 온도 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고,
스템을 잡아야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알아보지요.
보울을 잡게 되면 와인의 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색을 본다는 것은 탐미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매우 실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와인을 평가할 때 색과 빛깔을 관찰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먼저 미생물이나 바이러스등에 의해 오염이 되지 않았는지 여부,
와인의 품종에 대한 단서, 빈티지나 그 밖의 보관조건등
많은 것들을 와인의 색과 빛깔을 관찰해서 알아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울을 감싸 쥐고 있으면 그 색과 빛깔을 온전히 비춰 볼 수가 없게 됩니다.
게다가 큰 잔의 보울을 잡고 있는 모양은 보기에도 어색하고 불안해보입니다.
여인의 허리처럼 가늘게 뻗은 스템을 우아하게 잡아주는 것이 보기에도 훨씬 멋있어 보입니다.
또 보울에 묻은 지저분한 손자국이나 지문은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잔에 누를 끼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와인 맛 급하락입니다.
* 왜, 그리고 어떻게 와인을 디켄팅하나
와인을 디켄팅하는 것은 와인을 마시기 전에 병으로부터 특정한 디켄터(Decanter), 또는 까라프(Carafe: 물이나 와인을 담는 작은 병)등에 옮겨 담는 것을 뜻합니다. 병에 담겨 있는 동안 와인은 병 밑바닥에 고형침전물이나 앙금같은 것이 생길 수 있는데 디켄팅을 통해서 쉽게 걸러낼 수 있습니다. 레드와인은 서빙하기 전에 적절히 디켄팅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켄팅 과정은 디켄터가 병보다 더 넓은 직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와인에 산소를 공급하여 와인이 보다 더 잘 숨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와인이 그 부케를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실온에서 적절한 시간동안(1시간까지) 디켄팅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켄팅은 원래 와인이 가지고 있는 침전물을 걸러내는 행위입니다.
어떤 와인은 심지어 1/4가량이 침전물인 경우도 있습니다(좀 보태서^^).
보관조건에 따라서도 침전물의 양이 달라지곤 합니다.
그러므로 이 침전물은 정상적인 것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비 정상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먹는다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인체에 무해하니까요.
그러나 입 안에 거친 입자들이 돌아다니면 아무래도 감흥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좋은 와인들은 대개 벨벳같이 부드럽고 비단처럼 매끄럽습니다.
위스키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위스키의 느낌을 말할 때 흔히 목넘김이 좋다고 합니다.
텍스춰가 그만큼 촘촘하고 부드럽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찌꺼기들이 혀 위를 긁고 다닌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런 찌꺼기들은 주로 오래된 와인에 많습니다.
찌꺼기를 가라 앉혀 걸러내려면 병을 선선한 곳에 세워 놓고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어떤 경우는 1주일 이상이 필요하지요.
아주 고운 입자는 쉽게 가라 앉지 않습니다.
이런 와인을 아무 준비 없이 그냥 마신다면 그 와인이 지닌 맛의 반 밖에 즐기지 못하게 됩니다.
즉 100만원 주고 사서 50만원 밖에 못 느끼는거지요.
어떻습니까? 디켄팅이 정말 중요하겠지요?
반면에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은 와인은 또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개 와인은 병입하여 유통이 되자마자 즉시 마시도록(보졸레 누보의 예처럼)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숙성 후 마시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와인들이 아직은 꽃단장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거지요.
그래서 일부러 와인에 많은 산소를 접촉시켜
숙성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디켄팅이라고도 하고 또는 앞 서 찌꺼기를 거르는 과정과 구별하기 위해서
에어레이션(Aeration)이라고도 합니다.
이 두 과정은 그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하는 디켄터의 형태도 달라집니다.
걸러내는 과정은 비교적 좁은 디켄터에,
산소를 공급하는 과정은 넓고 큰 디켄터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종종 이 두 과정을 한번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땐 큰 디켄터를 사용하면 됩니다.
디켄팅의 효과나 그 밖의 세세한 부분은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지요
첫댓글 공부하고 갑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