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덕과 큰 가마솥을 몹시도 기다렸었다. 푸른샘 아이들이 불지피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도 있지만 가마솥에 밥도 하고 물도 팔팔 끓이고 콩도 푹 삶아 메주도 띄우고 이런저런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었다. 생각만 많았고 생각처럼 일이 쉽게 되지 않았었는데 제천에 갔다가 시골철물점에 불지필 수 있는 것들을 보고는 다시 마음이 확 불타올랐다. 때마침 제천에 가신다는 원서현서 부모님께 부탁했다. 그리하여 무쇠가마솥과 깡통?이 학교 새식구가 되었다. 뭐든 일부터 치는 난 당장 가마솥밥을 하겠다고 덤볐다. 그러나 송순옥선생님이 "아--안돼지요. 가마솥은 길을 들여야해요." 그러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가마솥 길들이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수세미로 깨끗이 닦아서 불에 올려 기름칠을 열번정도 하고 물도 몇 번 끓여내야한다고. 그것도 볕 좋은 날. 아- 가마솥밥을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당장 가마솥 길을 들여야지 하는데 줄곧 날이 안좋다. 비가 오고 비가 오고 비가 오고 볕이 나질 않았다. 어쩌나. 가마솥 한 번 쳐다보고 하늘 한 번 보고 가마솥 한 번 보고 하늘 한 번 보고. 그러다 볕이 난 오늘 청국장을 만들거라는 깊은샘이 가마솥에 때를 벗기고 기름칠을 했다. 이야호. 파란색이던 깡통?은 불을 지피니 잿빛으로 색이 변했고 가마솥은 검고 두꺼운 선을 만들어냈고 그 위로 반짝반짝 금색 테두리를 둘렀다. 고소한 콩기름 냄새가 마당을 가득 채웠고 때를 벗고 반질반질 윤기를 품은 가마솥이 내 마음을 채웠다. 내일은 깊은샘이 콩을 삶을테니 모레는 가마솥밥을 해먹을 수 있겠다. 하하 상상만으로도 신이 난다. 낼 오후에는 땔감을 많이 주워놔야겠다.
그리고 늘 마음이 앞서는 내게 그 마음을 몸으로 함께해주는 이들이 있어 참 고맙고 든든하다.
덧. 지우가 주말에 전해준 감동의 시 편지. <함께 사는 집> 엄지우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를 믿는 마음을 갖는 것 이런 사이인 우리는 함께 산다.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함께 사는 집에.
어릴적 아궁이에 앉아 가마솥 불 때던 기억이^^ 주로 물 끓이고 소죽 쑤고 가끔 고구마도 구워먹는 재미도 있긴 했는데 날마다 해야 따듯하게 잘 수 있으니 추운 날 불 때는 게 싫은 적도 많았는데... 아 그 시절... 덕분에 옛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가마솥은 길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줄곧 쓰면 모르는데 가끔 쓰려면 관리가 참 중요하다는^^ 역시 우리 지우 시는 어른들을 반성하게 하네요. 우리는 서로 믿고 서로 마음을 인정하고 함께 살고 있는지...
첫댓글 상미샘의 불굴의 의지 덕분에^^ 아그들 가마솥밥도 먹어 보게 생겼네요. 외갓집 가면 아궁이에 불 때는 게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아이들 진짜 재미있겠는데요. 부럽당~
와~저도 가마솥 밥 먹고 싶어요. 그 밑에 누룽지는 더 기가막히는 맛일건데~^^
멋진 가마솥이네요.^^ 밥 맛 좋겠다. ^^ 지우가 쓴 시도 좋아요. ^^
어릴적 아궁이에 앉아 가마솥 불 때던 기억이^^ 주로 물 끓이고 소죽 쑤고 가끔 고구마도 구워먹는 재미도 있긴 했는데 날마다 해야 따듯하게 잘 수 있으니 추운 날 불 때는 게 싫은 적도 많았는데... 아 그 시절... 덕분에 옛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가마솥은 길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줄곧 쓰면 모르는데 가끔 쓰려면 관리가 참 중요하다는^^ 역시 우리 지우 시는 어른들을 반성하게 하네요. 우리는 서로 믿고 서로 마음을 인정하고 함께 살고 있는지...
가마솥이 참 운치있네요.. 큰 솥에 맛있고 따끈한밥, 절로 군침이 도네요..
지우의 시를 읽고 많이 부끄러워지네요.. 특히 서로 믿어주며 함께 살아나가는 부분에서요..
예전 어릴적 시골 할머니할아버지댁 갔을때, 마당에도 부엌에도 가마솥이 있었죠. 저렇게 큰데 밥짓고 국끓이면 누가 다 먹지 하던 생각이 납니다. 맑은샘 가마솥은 식구들이 많으니 걱정없네요. 근데 땔감은 충분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