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직장동료가 갑자기 퇴사를 한 단다.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하고 묻자 고시를 준비하겠 단다. 그래 sky 출신이니 도전해 봄 직도 하다고 그냥 무심하게 생각했다. 그후 그 친구의 소식이 궁금해 탐문해 보았더니 고시에 몇 번 낙방, 포기하고 주식투자에 전업하고 있다고 한다. 속으로 멀쩡한 친구가 맛이 갈 데로 갔구나.
그후 그 친구의 소식은 바람결에 풍문으로 들었으나 크게 돈을 번 것 같지는 않았다. 인생이 순탄하지 않았으리라. 주위에 많은 아니 거의 모든 주식쟁이들이 깡통을 찬 것처럼… 요즘 젊은 사람들은 깡통을 찾다는 말의 의미는 알아도 그 유래는 모르지 않을까 싶다. 옛날 5-60년대 나라가 가난했을 때 밥 굶는, 소위 거지들이 많았다. 요짐 유식한 말로 홈리스(Homeless)다. 그들이 밥을 구걸하여 담기 위해 깡통을 가지고 다녔다.
주식투자하는 인간들은 불로소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게으른 허황된 인간이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치부했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어느 주식쟁이가 격노(?)를 하며 내가 놀고먹는 줄 아냐며 구석진 방으로 나를 끌고 갔다. 조그마한 구석진 방 사방벽이 조그마한 뭔가 숫자하고 글씨가 빼곡히 씌어진 메모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매일 update되어 작성된 메모지를 이벽 저벽에 붙이고 떼어내고 하면서 주식투자를 하는데 놀고 먹는다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
II
리딩방의 전문가가 차트를 모니터에 뿌려놓고 열심히 해설한다. 이 차트는 이 지점에서 매수를 하면 주가가 반드시 올라간다고 침이 마르도록 설명한다. 그럴 듯하다. 각종 전문용어가 총 동원되고 PER가 어쩌고 가치투자가 어쩌고 챠트가 예쁘다니 어쩌고 하면서… 저리 잘 알면 벌써 준 재벌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보니 상승장에서는 살찌는 듯하다가 하락장에서는 허무하게 쪼그라드는 내 계좌… 다 그렇고 그런 거지 뭐 지라고 별 수 있겠어?
그런데, 그런데 돌파매매, 상따, 눌림매매, 종가배팅, 등등 생전 처음 들어본 생소한 용어들이 현란하다. 이게 뭐야??? 헉! 그렇다! 하수들이 바둑을 두는데 대마가 위험하다. 그러나 하수의 눈에는 아무리 생각하고 살펴보아도 수가 보이지 않는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고수의 눈에는 맥점이 훤히 보이는데… 주식고수의 눈에는 시황이 보이고 간밤의 미장상황에 따라 이 종목이 어떻게 춤을 출 건지 주린이의 눈보다는 밝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확실히 그들은 실력이 있다. 다만 삐끗하면 한방에 갈 수도 있다고 조심 조심하면서…
주린이에게는 양봉과 음봉이 이평선들과 각종 지표선들에 어지럽게 얽혀있는 종목 챠트의 파도가 무얼 말하는지 아니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캄캄할 뿐이다. 무얼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챠트와 소통할 수가 있을까?
“주식투자”가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왜? 주가는 매일 매일 끊임없이 등락을 할까? 고전경제학에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상품의 가격은 결정된다고 하는데… 주가는 무엇이 결정할까? 외국인? 기관? 세력? 개미인 거니? 인생과 함께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뻘건 막대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싣고 5년차 주린이는 오늘도 각축한다
첫댓글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