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그릇
사람을 그릇에 비유한다. 큰 인물은 보통 사람보다 늦게 대성한다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의 ‘대기’는 ‘큰 그릇’을 말한다. “내 그릇이 작아 속 좁은 사람입니다” 말하기도 하고 마음그릇이 크면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며 칭찬하기도 한다. 누구든 마음의 그릇을 담을 수 있다. 마치 빈 그릇에물을 담으면 물그릇, 반찬을 담으면 반찬그릇 그러나 금으로 만든 그릇이라도 그릇 속에 오물을 담으면 오물 그릇이 된다. 우리는 어떤 그릇을 담고 살아가고 있는가?
ET 할아버지 별명을 가진 채규철선생이 계셨다. 그는 1961년 충남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에서 교사직을 시작하면서 농촌에 사는 가난한 농사꾼의 자녀들을 위한 교육에 열정을 가졌다. 덴마크 하슬렘 대학에서 2년유학후 그룬투비가 주장한 국민운동과 협동조합을 배워 우리나라 농촌청소년에게 보급하였다. 1686년 첫 시작으로 경남김해 양계장시설을 견학하고 돌아온 길에 불의의 사고로 차안에 신나통이 불이 붙어 그의 온몸에 화상을 입었고 27회의 수술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귀와 한쪽 눈을 잃었고 입과 손은 화상으로 인하여 들러붙었고, 눈물샘마저 녹아내려 울 수도 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며 술에 빠져 방황할 때 아내는 욥기 말씀을 거듭 읽어주었고 그는 욥과 같이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신앙을 갖고자 하는 열망이 불타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절망의 자리에 다시 일어났고 1986년 경기도 가평에 ‘두밀리 자연학교’를 열어 대안 생태 학교를 시작했다. 생전에 채규철선생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몸이 말입니다. 수십 명이 달려들어 만든 걸작입니다. 아주 비싼 작품이지요.” 형태는 온전하지 않지만, 한쪽 눈이 살아 있어서 감사하고, 일그러진 손이지만 수저를 들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귀가 다 녹아버렸지만 안경은 걸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채규철선생은 2006년 하나님 품에 안겼지만 그가 남긴 두밀리 자연학교는 학교 공부와 입시에 지친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 주고 자연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누구든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지만 절망을 딛고 일어나 뜻을 펼치며 범사의 감사로 살아가는 삶이 곧 신앙의 바로 미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