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보살님 웃고 있는 문경 보현정사
▲ 보현정사로 들어가는 길. 보이는 이가 이산 김낙겸선생이다
싱그럽다 못해 온통 진초록으로 물든 5월 비오는 일요일. 문경 하늘재요 도공 이산 김낙겸 선생의 안내로 간 보현정사에는 관음보살님 현공스님이 웃고 있었다.
절집마다 나름대로의 풍광과 기품이 있겠지만 보현정사는 소박한 촌집이면서도 주흘산을 마주보고 당당히 자리잡은 것이 풍수지리를 모르는 필자의 눈에도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계곡에 걸린 다리 앞에는 싸리문이 토굴수칙을 걸고 이방인을 맞았다.
▲ 토굴수칙 - 읽다보면 어느새 가슴 속 세속의 욕심이 사라진다
토굴수칙 제1조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람을 베개하고 바위에 기대어 잠든 스님을 보거든 굳이 도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좋다'
'저문 봄날 지는 꽃잎을 보고 귀촉도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이라면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해저문 산야에서 나그네를 만나거든 어디서 온 누구인지 물을 것도 없이 굳이 오고가는 세상사를 들추지 않아도 좋다'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이가 있다면 굳이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이른 새벽에 올로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에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불경을 아니 외워도 좋다'
읽는 것만으로도 맘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혼절의 기운을 맛보고서야 다리를 건너는데, 어려운 한자가 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 다리의 이름은 '법의 다리'. 그 다리 건너면 세상의 법도와 이치를 다 깨달을 수 있단 말인가?
▲ 입구에서 바라본 보현정사 마당
이윽고 눈에 들어온 절집 마당을 보면서 다리를 건너기만 해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보현정사 마당에 부처님이 빙그레 웃으며 내방객들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돌부처님의 웃음이 하도 현실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 옆으로 바라보고 앞으로 바라보고 했는데 마치 '허허'하는 웃음소리가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 귀를 가만히 대면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다. 인자하게 웃으시는 부처님
참 신기한 것은 그 부처님의 미소가 '차 한 잔 하게 토굴로 들어가라'며 우리를 맞는 현공스님의 미소와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같은 절집에 사니 닮아가는 것이리라.
비구니이신 현공스님은 예의 스님네들이 그러하듯이 환하고 맑아서 마치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았다.
일행과 소위 토굴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토굴이 아니라 황토방 같은 곳이었다. 다원으로 사용하는 듯 다양한 다구들이 토굴의 이미지에 맞게 놓여 있었다.
"나에 대해서는 묻지 마. 아무것도 얘기 안해. 그저 차 한 잔 마시고 가."
필자의 속을 훤히 들여다 보시는 듯 현공스님은 한 마디 던지며 노련한 솜씨로 차를 끓여내셨다. 토굴 안이 향긋한 차향으로 가득했다.
아무 말씀도 안하실 것 같던 스님은 궁금증을 풀어주시는 대답 대신에 토굴 안에 박새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셨다.
▲ 토굴 안 등잔. 그 옆 선반 위에 있는 그릇에 박새가 둥지를 틀었단다
보현정사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마치 축제처럼 치른다고 한다.
1부에는 봉축법요식 등 여느 사찰과 비슷하지만 2부에서는 보현정사에 맘을 둔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해 색다른 퍼포먼스를 펼친단다.
하늘재요의 이산 김낙겸 도공이 토기 노천소성(한데구이) 퍼포먼스를, 행위예술가 김석환 선생이 손으로 찻그릇빗기와 토우만들기를 지도하고, 서각가 고천 김동수선생이 다포에 그림그리기, 서예가 노영선생이 화선지에 그림그리기, 소동 김석환 선생이 티셔츠에 그림받기 등등…. 또 서양화가 김용호 화백은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전을 열고 연날리기와 공동체놀이, 가요부르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고 현공 스님은 말했다.
먹거리도 다양해서 뻥튀기와 화전을 즉석에서 만들고 참가자들이 운영하는 '타지마할 카페'에서는 짜이 판매 행사도 열린단다. 올해는 유독 2574년 4월 8일이 기다려진다.
촉촉히 내리는 비가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두 평등한 연꽃세상'을 더욱 싱그럽게 해주었다.
보현정사는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에 있는 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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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보살님 웃고 있는 문경 보현정사에 가다
하얀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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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1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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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 소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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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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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05.12.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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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솨~~~지도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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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솨~~~지도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