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iger” 경기 내내 타이거 우즈(미국)를 연호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600만 달러) 마지막 라운드. 수많은 갤러리들이 황제의 부활을 염원했다.
‘골프 황제’는 우승컵으로 보답했다. 2009년 9월 BMW 챔피언십 우승 이후 30개월 만에 미국 PGA투어 정규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상금 108만 달러(약 12억 2000만원)도 거머쥐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 골프장(파72,7381야드)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우즈는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샷감을 보였다. 8번 홀까지 보기 1개를 범했지만 버디 4개를 잡아냈다. 1타 차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이 6번 홀 이글로 추격했지만 우즈는 흔들리지 않았다. 9번 홀에서 13번 홀까지 파로 막아내며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15번 홀을 파로 마친 뒤 4타차 선두로 나선 우즈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자신의 우승을 확신한 모습이었다.
우즈가 18번 홀에 들어설 때부터 갤러리들은 달아올라 있었다. 그를 뒤따르며 끊임없이 환호를 보냈다. 우즈는 18번 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냈고 두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렸다. 이어진 퍼팅으로 공을 홀 30cm에 붙인 그는 파 퍼트로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 했다. 우즈가 경기를 마치기 무섭게 골프 코스는 떠나 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 대회 첫날 3언더파, 공동 4위로 경기를 출발한 우즈는 둘째 날 7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 올라섰다. 3라운드에서는 1타를 더 줄이며 단독 선두가 됐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2타를 줄이며 나흘 내내 언더파를 기록했다. 우즈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치며 최종 우승했다. 우승 경쟁을 벌이던 맥도웰은 우즈에 5타 뒤진 8언더파로 기를 마쳤다.
우즈는 “기분이 정말 좋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러프도 핀 위치도 어려운 힘든 경기였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또 “우승을 믿을 수가 없다. 도와준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 오랜 친구들이 나와서 이 경기를 응원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 대회를 계기로 탄력을 붙여 계속 우승하겠다”는 포부도 잃지 않았다.
우즈의 부활은 30개월 여 만이다. 우즈는 2009년 11월 유러피안 투어 JB웨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이후 2년 넘게 정규대회에서 우승이 없었다. 불륜 스캔들이 불거지고 부상에 시달리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벤트 대회인 셰브론 월드 챌린지에서 우승하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우즈는 올 시즌 4개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일에는 혼다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황제의 재기를 예고했다. 2주 전에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는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기권하며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그는 황제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이 우즈의 이번 경기를 두고 “그의 모든 경기를 통틀어 이 이상 완벽한 경기가 없었다”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컵 랭킹을 7위까지 끌어올렸고 세계랭킹 6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 톱 10안에 든 것은 지난해 5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또 미국 PGA 투어 통산 72승을 거두며 최다 우승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미국)에 1승 차이로 다가섰다. 니클라우스는 우즈를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업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었다.
한편 한국(계) 선수 중에는 나상욱(미국)이 가장 성적이 좋았다. 최종합계로 5언더파를 쳐 공동 4위에 올랐다. 노승열(타이틀리스트)은 2언더파로 공동 20위, 최경주(SK텔레콤)는 2오버파로 공동 36위에 이름을 올렸다.
2라운드까지 1위의 자리를 지키며 기대를 모았던 위창수(테일러메이드)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종합계 이븐파를 기록해 공동 29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