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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을 기쁘게 하고 부처님을 즐겁게 하는, 그녀는 욕심쟁이 | ||||||||||||||||||
만남, 인터뷰 / 민선희 선불남성합창단 상임지휘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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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12월의 저녁, 옷깃을 여민 사람들의 퇴근길이 분주하다. 서울 강남 봉은사 가는 길, 환하게 불밝힌 빌딩숲 어딘가에서 경쾌한 캐럴송이 흘러나온다. 귀에 익숙한 리듬이 상큼하게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따라 부르기도 한다. 성탄 축하곡인 캐럴송은 이미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크리스마스를 그저 기쁘고 즐거운 날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만큼 음악의 힘은 대단하다.
뒤늦게 지휘 공부를 시작해, 이태리 로마 CSM 아카데미 합창지휘과를 수료하고 러시아 국립 하바로스크 문화예술대학 합창지휘과 석사과정을 밟았다. 공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중앙대 대학원 한국음악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국악 지휘를 별도로 공부했다.
부처님 도량을 아름답고 맑은 소리 공양으로 장엄하고자 저희들은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내가 실력이 있고 내가 공이 있고 내가 잘난 마음을 내세우는 합창단이 아니라, 모든 불자들을 기쁘게 하고 부처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그런 참다운 보리심을 지닌 합창단이 되게 하소서. (중략)
세상에 복을 짓고 일터에선 화합하고 가정은 원만하여 마음 속의 발원 성취하게 하소서.
-민선희 지휘자의 ‘합창단 발원문’ 일부
연수원이나 기업체 등에서 신입사원 교육과 팀워크 강의를 하는 강사다. 7년 전 합창을 배우던 거사님의 권유로, 합창단을 이끌어온 경험을 토대로 연수생 150명 앞에 강사로 섰던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녀는 강사로서도 철저했다. 최고의 강의를 위해 6개월의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 신경-언어 프로그래밍)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는 등 창의적 교습법을 개발하기 위해 잠을 아껴가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제 강의를 듣고 수강생들이 마음을 열며 서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불음(佛音)을 전할 때입니다. 흔히 불교합창단을 사찰의 꽃이라고 해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욱 향기롭게 마음의 울림으로 전해주어, 불자들의 마음을 환희심과 공경심으로 가득 채워주거든요. 그러한 부처님일을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선불남성합창단은 불교계 유일의 남성합창단으로, 그녀가 홍일점이다. 저녁 7시가 지나자 일터에서 곧바로 달려온 단원들이 속속 도착하여 목청을 가다듬는다. 상냥하고 자상한 누이처럼 단원들을 맞이하던 그녀가, 연습이 시작되자 섬세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흩어진 소리들을 모아 하나의 화음으로 이끌어낸다.
잠시 인터뷰를 뒤로 하고 그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 한 음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진지하고 열성적이다. 멋지다. 남성들의 중저음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중후한 화음으로 찬불가를 몇 곡 연습하더니, 가곡과 대중가요도 부른다. ‘어머나’를 부를 땐 깜찍한 율동도 곁들여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음악적인 면에서 아직 폭넓게 대중화되지 못한 점에서 어려움이 있고, 운영면에서는 연습 공간도 부족하고 참여 인원도 그리 많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번 선불남성합창단 창단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희망을 보게 됩니다. 찬불가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연주회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너무나 많은 지원군이 도움을 줬습니다. 역시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사람뿐인 것 같습니다. 준비하는 내내 없는 힘도 날 정도로 환희심이 납니다.”
듣는 이의 마음을 고요히 정화시켜주는 찬불가를 비롯해,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곡과 가요를 통해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불교남성합창단을 이끌어온 그녀의 얼굴에도 비로소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캐럴송이 그렇듯 앞으로 불교 음악이 불자들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 희망은 민선희 지휘자의 원력에서도 나타난다.
현재는 봉은사 청년혼성합창단과 어린이합창단, 금강정사 어머니합창단, 공생선원 어머니합창단, 선불남성합창단 등을 이끌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첫댓글 내가 실력이 있고 내가 공이 있고 내가 잘난 마음을 내세우는 합창단이 아니라, 모든 불자들을 기쁘게 하고 부처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그런 참다운 보리심을 지닌 합창단이 되게 하소서! 라는 발원문이 아름답습니다. 진정 음악을 듣는 이를 기쁘게 하기 위한 마음 하나로 세상을 밝히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정말 處處佛像 事事佛供 이네요.. 고잘미섬공.. 온통 세상은 보현행원이라시더니... 모시고 섬기는 아름다움을 봅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매사에 밝은 마음으로..........나무마하반야바라밀.......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