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권 - 3. 명진대사, 청법대사, 도선사, 성선사, 도희선사, 명법대사
1. 항주 천룡사 중기 명진대사
台州黃巖人也 自玄沙得法迴入浙中 錢武肅王請說法住持 上堂示衆曰 若直擧宗風 獨唱本分事 便同於頑石 若言絶凡聖消息 無大地山河 盡十方世界都是一隻眼 此乃事不獲已恁麽道 所以常說 盲聾瘖啞是僊陀 滿眼時人不奈何 只向目前須體妙身心萬象與森羅
그는 태주 황암 사람이니, 현사에게 법을 얻고는 바로 절중으로 들어갔다. 전무숙왕이 설법을 청하고 주지케 하니,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만일 종풍을 바로 들어 본분의 일을 홀로 외친다면 어리석은 돌과 같을 것이요, 만일 범부나 성인의 소식이 끊어졌다 하면 산하대지가 없이 시방세계가 온통 외짝 눈이 되리니, 이는 어쩔 수 없어서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항상 말하기를 ‘소경, 벙어리 등이 바로 선타바거늘, 눈에 가득한 요새 사람들 어쩌지 못하네. 다만 눈앞의 것으로부터 묘함을 체득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그대로 삼라만상이로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僧問 如何是[王*(虍-七+(一/八/八/目))]璣不動 師曰 靑山數重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구슬이 요동하지 않는 것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청산은 몇 겹으로 겹쳤느니라.”
僧曰 如何是寂爾無根 師曰 白雲一帶
“어떤 것이 고요해서 끝이 없는 것입니까?”
“백운이 한 줄기이니라.”
問如何是歸根得旨 師曰 免角生也
“어떤 것이 근원에 돌아가서 뜻을 아는 것입니까?”
“토끼에게 뿔이 돋았구나.”
僧曰 如何是隨照失宗 師曰 龜毛落也
“어떤 것이 비춤을 따르면 지를 잃는 것입니까?”
“거북의 털이 빠졌구나.”
問蓮華未出水時如何 師曰 誰人不知有
“연꽃이 물에서 나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누가 있는 줄을 모르던가?”
僧曰 出水後如何 師曰 馨香目擊
“물에서 나온 뒤에 어떠합니까?”
“향냄새가 멀리 퍼지는 것이 눈에 띄는구나.”
問朗月輝空時如何 師曰 正是分光景何消指玉樓
“밝은 달이 하늘에서 비출 때에는 어떠합니까?”
“바야흐로 광채를 나누거늘 무엇하러 옥루(산봉우리)를 가리키겠는가?‘
2. 복주 선종원 계부 청법대사
初開堂日有僧問師 登寶座合談何事 師曰 剔開耳孔著
처음으로 개당하는 날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보배 자리에 오르셨으니, 무엇을 말씀하시겠습니까?”
“귓구멍을 활짝 열어라.”
僧曰 古人爲什麽道非耳目之所到 師曰 金櫻樹上不生梨子
“옛사람들은 어째서 귀와 눈이 미치지 못한다 하였습니까?”
“금앵수에 배가 열지는 않는다.”
僧曰 古今不到處請師道 師曰 汝作麽生問
“고금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는 어째서 묻는가?”
問衆手淘金誰是得者 師曰 擧手隔千里休功任意看
“여러 사람이 금을 고르면 누가 얻습니까?”
“손을 들어 천 리를 막고 빛나는 功은 마음대로 보느니라.”
問飛岫巖邊華子秀仙境臺前事若何 師曰 無價大寶光中現 暗客惛惛爭奈何
“나는 듯한 봉우리 곁에 꽃이 수려한데 선경대 앞의 일은 어떠합니까?”
“값진 큰 보배가 광명 속에 나타났건만 눈 어두운 나그네는 캄캄하니 어찌하리오.”
僧曰 優曇華拆人皆睹向上宗乘意若何 師曰 闍梨若問宗乘意 不如靜處薩婆訶
“우담발화는 꺾어 놓으면 사람들이 다 보지만 위로 향하는 종승의 일은 어떠합니까?”
“그대는 종승의 일을 물었지만, 고요한 곳에서 살바하를 외치는 것이 낫겠구나.”
問如何是大閩國中諸佛境界 師日 造化終難測春風徒自輕
“어떤 것이 대민국 안 부처님들의 경계입니까?”
“조화의 공덕은 끝내 헤아릴 수 없는데 봄바람만 제 홀로 건들거린다.”
問如何是道中寶 師曰 雲孫淚亦垂
“어떤 것이 길거리의 보배입니까?”
“운손의 눈물이 역시 흐르는구나.”
問諸聖收光歸源後如何 師曰 三聲猿屢斷萬里客愁聽
“성현들이 광채를 거두고 근원에 돌아간 뒤에는 어떠합니까?”
“세 마디의 원숭이 소리가 자주 끊이는데, 만 리에 나선 나그네가 근심스레 듣는다.”
僧曰 未審今時人如何湊得古人機 師曰 好心向子道切忌未生時
“지금 사람들이 어찌하여야 옛사람의 기틀에 이릅니까?”
“좋은 마음으로 그대에게 이르노니, 나기 이전은 간절히 삼가라.”
3. 무주 금화산 국태원 도선사
上堂曰 不離當處咸是妙明眞心 所以玄沙和尙道 會我最後句出世少人知 爭似國泰有末頭一句 僧問 如何是國泰末頭一句 師曰 闍梨上太遲生
상당하여 말했다. “제자리를 여의지 않고 모두가 오묘하고 밝은 참 마음이니라. 그러므로 현사화상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마지막 구절을 알면, 세상을 뛰어넘건마는 아는 이가 없다’ 하였거니와, 어찌 국태의 마지막 한 구절만 하겠는가?‘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국태의 마지막 구절입니까?”
“그대는 매우 더딘 사람이구나.”
問如何是毘盧師 師曰 專甲與老兄是弟子
“어떤 것이 비로자나의 스승입니까?”
“나나 노형은 모두 제자이다.”
問達磨來唐土卽不問 如何是未來時事 師曰 親遇梁王
“달마가 중국에 온 것은 묻지 않겠으나, 어떤 것이 오기 전의 소식입니까?”
“몸소 양왕을 만났느니라.”
問古鏡未磨時如何 師曰 古鏡
“옛 거울을 갈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옛 거울이니라.”
僧曰 磨後如何 師曰 古鏡
“간 뒤에는 어떠합니까?”
“옛 거울이니라.”
4. 형악 남대 성선사
僧問 玄沙宗旨請師擧揚 師曰 什麽處得此消息
어떤 스님이 물었다. “현사의 종지를 스님께서 드러내 주십시오.”
“이 소식을 얻은들 무엇 하겠는가?”
僧曰 垂接者何 師曰 得人不迷己
“그러면 누가 지도해 줍니까?”
“사람을 얻어야 미하지 않으리라.”
問潭淸月現是何人境界 師曰 不干爾事
“못 속의 맑은 달은 누구의 경계입니까?”
“그대에게 관계치 않는 일이니라.”
僧曰 相借問又何妨 師曰 覓潭月不可得
“사례를 들어서 물은들 무슨 방해가 되겠습니까?”
“못을 뒤져도 달은 건질 수 없다.”
問離地四指爲什麽卻有魚紋 師曰 有聖量在
“땅에서 네 치가 떨어진 부처님의 발밑에 어째서 물고기의 문양이 있습니까?”
“성언량이 있을 뿐이다.”
僧曰此量爲什麽人施 師曰 不爲聖人
“그 성언량은 누구를 위하여 시설했습니까?”
“성인을 위하지는 않았다.”
5. 복주 승산 백룡원 도희선사
福州閩縣人也 師上堂曰 不要擧足是誰威光 還會麽 若道自家去處本自如是 切喜勿交涉
그는 복주 민현 사람이니,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발로 들 필요가 없으니, 이는 누구의 위광인가? 알겠는가? 만일 자기의 갈 곳이 본래부터 이런 것이라 하여, 몹시 기뻐해도 교섭할 길이 없다.”
問如何是西來意 師曰 汝從什麽處來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問如何是佛法大意 師曰 汝早禮三拜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그대는 벌써 세 차례 절을 하지 않았는가?”
問不責 上來請師直道 師曰得
“올라온 일을 꾸짖지 마시고, 스님께서 바로 가르쳐 주십시오.”
“얻었다.”
問如何是正眞道 師曰 騎驢覓驢
“어떤 것이 바르고 곧은 길입니까?”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구나.”
問請師答無賓主話 師曰 昔年曾記得
“스님께서 주인과 손이 없는 이야기를 대답해 주십시오.”
“지난해에 기억한 일이 있다.”
僧曰 卽今如何 師曰 非但耳聾亦兼眼暗
“지금은 어떠합니까?”
“귀만 먹은 것이 아니라 눈까지 멀었구나.”
問情忘體合時如何 師曰 別更夢見箇什麽
“감정이 없어져 본체에 합할 때는 어떠합니까?”
“또 꿈속에 무엇을 보았는가?”
問學人擬申一問請師裁 師曰 不裁
“학인이 한 가지를 묻고자 하오니, 스님께서 재가해 주십시오.”
“재가하지 않겠다.”
僧曰 爲什麽不裁 師曰 須知好手
“어째서 재가하지 않으시렵니까?”
“솜씨가 좋은 줄 알아야 한다.”
問大衆雲集請師擧揚宗敎 師曰 少過聽者
“대중이 운집했으니 스님께서 으뜸가는 교법을 거양해 주십시오.”
“알아듣는 자가 드물구나.”
問不涉脣鋒乞師指示 師曰 不涉脣鋒問將來
“입술을 거치지 않는 말을 스님께서 보여 주십시오.”
“입술을 거치지 않고 물어보라.”
僧曰 恁麽卽群生有賴 師曰 莫閑言語
“그러시면 중생들이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부질없는 말을 말라.”
問請和尙生機答話 師曰 把紙筆來錄將去
“소생하는 힘으로 답하는 말씀을 들려주십시오.”
“지필을 가지고 와서 기록해 가라.”
問如何是思大口 師曰 出來向爾道
“어떤 것이 큰 입을 생각하는 것입니까?”
“나오라.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僧曰 學人卽今見出 師曰 曾賺幾人來
“학인이 지금 나왔습니다.”
“벌써 몇 사람이나 속였는가?”
問承古人有言 髑髏常干世界鼻孔毛觸家風 如何是髑髏常干世界 師曰 近前來向爾道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해골은 항상 세계를 간섭하고, 콧구멍의 털은 가풍을 건드린다’ 했는데, 해골이 항상 세계를 간섭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가까이 오너라.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僧曰 如何是鼻孔毛觸家風 師曰 退後去別時來
“어떤 것이 콧구멍의 털이 가풍을 건드리는 것입니까?”
“물러갔다가 다음날 오너라.
6. 복주 나봉 충오 명법대사
先住白龍 師上堂曰 人人具足人人成見 爭怪得山僧 珍重
먼저 백룡에 살았다. 상당하여 말했다. “사람마다 구족하고 사람마다 현전에 이루었거늘 어찌 노승을 괴이히 여기리오. 진중하라.”
僧問 諸法寂滅相不可以言宣 如何是寂滅相 師曰 問答俱備
어떤 스님이 물었다. “모든 법의 적멸한 형상은 말로써 형용할 수 없다 하니, 어떤 것이 적멸한 형상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문답이 갖추어졌구나.”
僧問 恁麽卽眞如法界無自無他 師曰 特地令人愁
“그러면 진여의 법계에는 나도 남도 없겠습니다.”
“공연히 남을 근심케 하는구나.”
問牛頭未見四祖時如何 師曰 德重鬼神欽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하였습니까?”
“덕이 두터우면 귀신도 흠모한다.”
曰見後如何 師曰 通身聖莫測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온몸이 성인이라도 헤아리지 못하느니라.”
問如何是螺峰一句 師曰苦
“어떤 것이 나봉의 한 구절입니까?”
“괴롭다.”
問如何是本來人 師曰 惆悵松蘿境界危
“어떤 것이 본래의 사람입니까?””처량한 송라가 위태로운 환경에 섰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