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 2015.9.9(수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스님의 꿈
김희원
어릴 적 나는 스님에게도 꿈이 있느냐고 물었다
스님은 말없이 미소만 지으셨다
잠자코 비질만 하셨다
그 뒤로 꿈은 속인에게만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꿈이 많아서 앓아눕던 나는
엄마한테, 내 꿈 좀 버려달라고 했다
늙어 다시 찾은 절에서
비질을 하는 젊은 스님을 본다
꿈이 있었을까
꿈을 버렸을까
마당을 비워내는 비질에서
한쪽으로 쌓이는 나뭇잎이 있다
딱히 쓸지 않아도 좋을 나뭇잎을
스님은 쓸어낸다
애쓰지 않아도 될 것을 애쓰는 몸짓에서
스님도 무언가 매달려 있구나
늙은 손은 염주를 고쳐 잡고
비워지지 않는 빈 마당을 보며
저 은자의 꿈같은 것은 거두어가시라고
어미 마음으로 죽향이나 더 태웠다
◆시 읽기◆
이 꿈은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의 연속인 꿈이 아니라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理想)과 무의식의 힘이며,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는 이상적 세계이다.
꿈이 없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희망이 없으면 삶은 피폐해진다. 꿈이 없는 삶은 삶다운 삶이 될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고, 꿈꾸는 만큼 이루어진다고 믿는 각계각층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찬 미래를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그러나 삶은 늘 가변성이 있기 때문에 지나간 일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다가올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꿈을 꿀 수밖에 없는 지도 모른다.
꿈이 많아서 앓아눕던 시인이 어머니께 꿈 좀 버려달라고 한 것과, 젊음스님이 딱히 쓸지 않아도 좋을 나뭇잎을 쓸어내느라 애를 쓰는 몸짓은 어떤 점이 다른가? 속인에게만 꿈이 있는 것인 줄 알았던 시인을 자주 앓아눕게 만든 많은 꿈은 어떤 것들이며, 세속을 벗어나 절집에 숨어사는 젊은 은자의 꿈은 또 무엇인가? 늙은 손이 염주를 고쳐들고 죽향이나 더 태우는 어미 마음에도 저 은자의 꿈같은 것은 거두어가시라는 꿈이 있는 것이다. 꿈이 많은 것과 오직 한 가지만을 꿈꾸는 것의 결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무엇을 꿈꾸는가,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 행복과 좌절,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 겪게 되는 것이다.
꿈은 희망이다. 희망이 삶을 영위시켜나가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인생에는 답이 없다. 다만 선택만이 있을 뿐이며, 선택으로 인한 책임과 과보가 남을 뿐이다.
한번 뿐인 인생, 무엇을 꿈꿀 것인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문예창작 전담>
첫댓글 꿈꾸는 자에게만 이루어진다는 꿈
내가 선택한 가정에 대해 책임은 어디까지 일까요.
내일은 마눌님 모시고 선운사 꽃무릇 보러 갑니다.
과보를 달게 받고 있는 현재입니다.ㅎㅎㅎ
책임을 다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인 것 같습니다.
낭만적인 여행 잘 다녀 오세요.ㅎㅎㅎ
"이건 꿈이야"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며
얼릉 꿈을 깨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 겹의 꿈을 꾸는지 모를 삶 속에서
꿈 너머 꿈이 요원하기만 하군요.
장자의 호접지몽이 생각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