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역사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으로 이어진 연속체의 다음 단계이다. 인간도 역시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는 물리적 힘, 화학반응, 자연선택 과정에 종속된다. 자연선택의 결과 인간은 다른 어떤 생명체도 누리지 못했던 거대한 운동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도 생물학적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서는 그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다. 인간은 자연선택의 한계를 깨고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인간은 약 1만 년 전에 농업혁명을 통해 가축이나 곡식을 선택교배를 통해 인간이 원하는 품종을 만들어냈다. 40억년 이어온 자연선택의 법칙을 위반하는 중이다. 이제 인간에 의한 지적설계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인간의 지적설계의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생명공학, 사이보그공학(유기물과 무기물의 결합), 비유기물 공학이 그것들이다.
1)생쥐와 인간
생명공학은 유전자 이식처럼 생물학의 수준에서 인간이 계획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거세는 가장 오래된 생명공학 활용법이다. 동물 끼리나 식물끼리 유전자를 이식하는 단계를 넘어 동식물끼리 유전자를 이식하는 단계에 와 있다.
2)네안데르탈인의 귀환
매머드 같은 멸종된 동물도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도 복권할 수 있게 되었다. 인지혁명 대신에 유인원에 지나지 않았던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된 것처럼 인간의 유전자에 약간의 추가적 변화만 있으면 제2차 인지혁명이 불이 붙어 새로운 형태의 의식이 창조되고 인간은 환전히 새로운 무언가로 바뀔 수도 있다. 인간이 초인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막는 그복할 수 없는 기술적 장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된 장애는 윤리적, 정치적 반대로 연구가 늦어지고 있는 주된 이유다. 윤리적 주장이 아무이 세도 결국 오래 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발전이 인간의 수명을 무한히 연장하고, 불치의 병을 정복하며, 우리의 인지적 정서적 능력을 향상사킬 성패가 달려 있다면!
인간이 유전자를 주물럭거린다고 해서 반드시 인류가 멸망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이상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게 될 가능성은 있다.
3)생체공학적 생명체
생명의 법칙을 바꾸는 또 하나의 기술은 사이보그 공학이다. 이는 생물과 무생물을 부분적으로 합친 존재를 말한다. 동물에 먼저 실험을 하고 있지만, 인간에게도 보청기나 인공와우와 같은 것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향후 컴퓨터가 인간 뇌의 신호를 읽어내는 동시에 뇌가 읽을 수 있는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뇌 안에 컴퓨터 칩을 이용한 기억장치를 삽입하는 날이 온다면 이 장치를 통해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계장치들이 집단으로 연결되게 된다면 자아나 성정체성 같은 것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스스로를 알고 자신의 꿈을 좇을까? 이렇게 하여 외부에서 인간을 조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4)또 다른 삶
생명의 법칙을 바꾸는 세 번째 방법은 컴퓨터 전화 자동응답 장치나 바이러스처럼 완전히 무생물적 존재를 제작하는 것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컴퓨터 내에서 수없이 복제하여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간다. 그 복제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면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이 변종이 백신프로그램에서 살아남으면 무한한 진화를 거듭할 수도 있다. 이런 존재가 생겨나면 생명의 정의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이 올 것이다. 만약 당신의 뇌를 내장된 칩을 이용하여 휴대용 하드드라이브에 백업하여 노트북컴퓨터에서 실행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그 존재가 사람일까? 누구일까? 컴퓨터를 이용하여 당신의 마음을 개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컴퓨터 코드로만 구성된 그 마음이 자아의식, 의식, 기억을 갖추고 있다면 이 프로그램은 인격체일까? 인간의 뇌 전부를 컴퓨터 안에서 재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Blue Brain Project'가 2005년에 이미 발족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인간은 유기화합물 속에 40억 년 간 있다가 드디어 비유기물 영역으로 뛰쳐나가는 걸 의미합니다. 이런 형태의 인간의 마음은 현재의 컴퓨터와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 형태를 만들며 발전해갈 것이라 상상하고 있다. 꿈이 아니고 현실이 될 날이 있을 것이다.
(1)특이점
2014년의 세상은 이미 문화가 생물학적 족쇄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중이다. 우리는 외부 세계는 물론 우리의 신체와 마음까지 조작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 능력은 위험한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세상의 잣대가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재검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법률가는 사생활과 정체성 문제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의료 및 평등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에 직면하고 있다. 연기금은 60세가 30세처럼 활동할 수 있는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이런 검토는 생명공학, 사이보그, 비유기적 생명체 등의 난제를 처리해야 한다.
맞춤 의학 시대, 환자의 DNA에 맞춤 치료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곧 당신의 주치의는 당신이 간암에 걸릴 위험은 크지만 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은 낮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당신에게 맞지 않는 약과 효과적인 약을 알아낼 것이다. 거의 완벽한 의료의 시대로 가는 길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의학지식의 진보에 따라 새로운 윤리적 난제가 대두될 것이다. 윤리학자들과 법률가들은 벌써 DNA 프라이버시라는 난제를 만났다. 보험회사는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 DNA소유자에게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을까? 고용주가 DNA가 더 나아 보인다는 이유로 고용해도 될까? 이런 ‘유전적 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새로운 피조물이나 장기를 개발한 경우 그 DNA염기서열을 특허등록을 할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인권선언은 인간 사회는 그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한 의학적 치료를 제공하며 상당한 수준의 건강을 유지하게 해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각국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다. 의료가 주로 질병의 예방과 환자 치료의 문제이던 시절에는 이 규정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의학이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제인 시대가 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모든 인간이 강화된 능력을 부여받을 권리가 있을까? 아니면 초인간 족이 생겨날까?
현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시대다. 하지만 이 자랑스러운 시대에 이제 역사상 유래 없는 불평등을 창조할 만반의 대세를 갖추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상류계급은 그들이 하류계급보다 우수하다는 거짓말인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의학적 도움을 받는다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과학소설이 아니다. 미래의 기술은 인간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욕망까지 말이다. 영원히 젊은 사이보그에 비하면 우주선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 사이보그가 번식도 하지 않고 성별도 없으며, 다른 존재들과 생각을 직접 공유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집중하고 기억하는 능력은 인간의 수천 배에 달하며,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는 대신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감정과 욕망을 갖고 잇을 수도 있다. 고학소설이 이런 미래를 그리는 경우는 드문데, 정의상 정확한 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미래의 주인공과 우리의 차이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차이보다 클 것이다. 우리의 후계자들은 신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빅뱅의 특이점을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자연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지점이다.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빅뱅 이전에 무엇이 존재해다는 건 무의미하다. 우리는 새로운 특이점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했던 모든 개념-나, 너, 남자, 여자, 사랑, 미움-이 완전히 무관해지는 지점 말이다. 그 지점을 넘어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2)프랑켄슈타인의 예언
1818년 메리 셀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우월한 존재를 만들려다가 결국 괴물을 만들었다는 소설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인간의 종말을 예고하였는데 그런 시대가 곧 올 것 같아 인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래에는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우리보다 뛰어난 존재들이 지구를 지배할 것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우주여행을 할 것이라고 일찍부터 예견했었지만 지금처럼 컴퓨터 세상이 올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처럼 향후 예상하지 못 했던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역사의 다음 단계에서는 기술적, 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있을 성싶다. 혹자는 2050년경이면 죽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예상하기도 한다.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의 마지막 세대라면 모든 현안이나 질문에 앞서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고 진지하게 질문해야 한다. 이 질문 이외의 다른 질문은 모두 의미가 없으며 사라질 것이다.
만일 우리의 후손들이 의식을 작동하는 차원이 정말로 우리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차원으로 된다면 현재의 종교분쟁, 남여차별, 이념분쟁은 문제가 안 될 성싶다. 모든 문제는 인간의 불멸을 향한 탐구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체 연구, 뇌연구, 컴퓨터 안에 마음을 창조하려는 연구 등은 병을 고치고 목숨을 연장하기 위함이다. 수명연장을 목표로 하는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한다.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자제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하고 고민하는 대신에,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가 진정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첫댓글 드디어 현생인류는 종말을 고하는군요!
하나 끝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