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남학호 부채그림 및 수묵화 모음
부채,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은…
민속명절인 단오(수릿날·음력 5월5일)도 시대 변화에 따라 점점 잊히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등 박물관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모임 등이 해마다 단옷날이면 ‘창포물에 머리 감기’ 같은 세시풍속 행사들을 마련하는 정도다. 여성들의 그네뛰기, 남성들의 씨름 등과 함께 단오 즈음에 벌어진 중요 풍습 중의 하나는 부채 선물이었다.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를 맞아 더위를 건강하게 잘 이겨내자며 부채를 마련해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 서로 선물로 주고받았다. 선풍기와 에어컨이 일상화되고, 시·서·화를 고루 갖추려는 문예전통이 사라지면서 이제 부채 선물도 없어지고 있다.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실용품이면서 글과 그림·공예가 어우러져 조형미를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바람을 만드는 넓은 면(선면·扇面)과 손잡이로 이뤄져 단순해 보이지만 그 형태와 재료, 장식 기법 등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다양하다. 실용성과 더불어 빼어난 조형성이 어우러지면서 부채는 당당하게 작품으로 대접받는다.
접혀지는 합죽선(접선)과 접혀지지 않는 단선으로 크게 나뉘는 부채의 선면 형태는 일반적인 반원형부터 원형, 나비나 파초·바퀴 등 온갖 모양을 하고 있다.
손잡이는 조형미를 드러내기에 좋다. 나무는 물론 상아·종이 등 재료에 갖가지 상징성을 지닌 동식물과 각종 문양을 정교하게 새겼다. 영롱한 빛의 자개 같은 재료로 장식하기도 했다.
다양한 미감을 느끼게 하는 부채의 선면이 대나무살과 한지가 아니라 자수 작품이거나 새의 깃털인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선면에는 격조 높은 산수화부터 매화·괴석·십장생 등 다양한 소재·주제의 그림을 그리거나 시와 글을 썼다. 수묵·수묵채색화가 많지만 인두화 등의 작품도 있다.
경향신문 도재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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