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용허가제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지 근 일년만인 어제부터 본격 시행되었습니다.
당초 국회에서 고용허가제 입법이 논의될 때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전제되었었지만, 병행실시로 입법되면서 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던 고용허가제가 왜 말이 많은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외국인이주노동자는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연수지를 이탈해 장기체류하면서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신분적 불안정으로 인한 인권유린 사례가 늘 문제가 됐었는데,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고용허가제가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외국인이주노동자들과 관련단체들로부터 그다지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면에서 사업시행 주체가 산업기술연수제도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가, 고용허가제는 노동부가 맡는다는 것 말고는, 내용적인 면에서 작업장 이동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고, 취업기간도 최장 3년으로 연수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많은 지적이 있어 왔던 송출 브로커들에 의한 과다한 송출 비용이, 이권단체인 중기협에서, 정부 부처가 직접 관장함으로 인해 줄어 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불법체류라 불리는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입니다. 정부는 작년말 미등록자에 대한 선별적합법화 조치를 통해, 당시 28만명이던 불법체류자를 12만명으로 줄였었습니다. 그리고, 올 8월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는 시점까지 단속과 강제추방을 통해 4만명까지 줄이겠다고 장담했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이주노동자단체들은 그 부분에 대해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고 일축했었습니다. 우선 정부가 단속을 한다고 해도, 일거에 수용할 수 있는 수용시설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이주노동자들을 일거에 출국시킬시 항공기 좌석 문제, 고용주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적 필요로 인한 자발적 귀국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 등의 이유에서였습니다.
우선 외국인 보호소의 적정수용능력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수용능력을 갖춘 화성외국인보호소의 427명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837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7월 19일부터 30일까지 열흘 남짓한 기간에 단속한 불법체류자는 1,483명이나 됩니다. 다시 말해서 고작 열흘을 단속해도 수용능력에 한계를 보이는 현 시점에서, 강압적인 단속을 통한 강제추방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숙련된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고용주들이 계속적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다는 점과, 재입국 보장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국을 회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입장이 맞아들면서 미등록이주노동자 수는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7월말 현재, 법무부는 17만 2천명의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는 정부의 강력한 합동단속 실시 이후에도 한 달 평균 8천명이 증가했음을 말해 줍니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추방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증가세가 중단되지 않자, 정부는 한 발 물러서서 올해 말까지 미등록자수를 1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한 의지의 표명으로 노동부 홈페이지에는 ‘불법체류외국인 고용주의 말로’라는 동영상까지 띄우면서 고용주를 압박함과 동시에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무리한 단속은 늘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어 왔고, 많은 물의를 일으켜 왔다는 사실은 정부 통계 스스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가령 지난 7월말 합동단속 기간 중에 잡혔던 1,483명 중 190명이 체류허가를 받고 풀려났었습니다. 이 말은 아무 문제도 없는 합법체류자를 무작정 체포 구금했다가 풀어줬다는 사실을 정부가 발표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또한 246명에 대해서는 체류심사 중이라고 밝혀, 어떻게든 추방시키려고 하지만, 단속 과정 중에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묵묵히 일해 왔으며, IMF 때도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장본인이며, 우리말과 문화에 익숙하고, 기술면에서도 상당수는 이미 숙련공이 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장기체류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고용허가제가 껴안을 경우 고용비용 상승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신규인력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3D 업종 고용주들은 추방을 반대해 왔습니다. 이제 정부가 미등록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여 외국인구직자명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고용허가제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좀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이주노동자관련단체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를 비롯한 관련단체들이 ‘산업연수제 철폐,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고용허가제 실시 첫날에 맞춰 현 시국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였습니다.
기자회견 주최단체들은 정부의 강압적 단속과 강제출국 조치가 문제해결의 해법이 되기는커녕, 절대 다수의 이주노동자들로 하여금 불법체류를 선택하게 하고 있다는 한 가지 사실관계만으로도 정부의 강제추방 정책의 부당성은 분명히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고용허가제 실시를 핑계로 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전면 합법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아시아이주노동자연대단체들의 모임인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MFA) 대표단은 연대발언을 통해, 한국은 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 왔던 나라로, 이주노동자들의 권익 또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정부의 무원칙적이고 반인권적인 강제추방 조치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시민사회 단체와 국제적 여론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용허가제의 문제점들을 보완 개정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