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리산종주...
언제나 동경의 대상
겨울 설경중 제일 좋다는 그곳
그 지리산엘 간다
몇번을 망설인 끝에
박사장님과 김상무님, 조상무님을 동무하여
지리산에 든다
토요일 저녁에 남부터미널에 모여
닭칼국수에 간단한<?> 반주 곁들여 식사하고
구례향한 버스에 몸을 실고
구례에선 모텔에 방 하나 잡아
축구도 보며 다음날 새볔의 산행을 위한 휴식을 한다
한국과 이란의 아시안컵 8강전에 앞서
호주와 이라크의 8강전을 연장전까지 치르는 것을 보다보니
잠시도 눈 붙여보지 못하고 밤을 꼬박 세운다
연장 전반에 한골이 터져 간신히 이긴 경기를 보고
잠시 누워 있기는 했지만 잠이 들진 않고 일어난다
그래도 이겨서 다음 한일전...기대된다
새볔 5시에 일어나 간단히 짐만 챙겨 터미널인근의 해장국집으로...
씨래기가 맛있는 뼈다귀해장국으로 한 그릇 뚝닥 해치우고
3만원에 성삼재 올려주는 봉고타고 성삼재에 도착
컴컴한 어둠속에 4명의 남자가 눈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지나간 산님들의 발자국이 선명한 길을 천천히 나아간다
노고단대피소에선 다시 한번 몸을 추스르고 노고단고개로
노고단고개에선 여러장 기념사진 찍고
<두 분 상무님들 사진 찍는데 열심이다...난, 오늘 그냥 산행만 해야겠네>
머나먼 종주길......고고씽이다
서울에서 오셨다는 산악회의 산님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돼지평전, 임걸령, 노루목, 삼도봉 거쳐 화개재까지
그리곤 그 산악회님들은 뱀사골로 가고 우린 계속 종주길이다
화개재에서 토끼봉오르는 길...
박사장님 선두에 스셔서 지치지도 않고 계속 오르막을 오른다
난, 바로 뒤에서 언제나 한번 쉬시나...에이 토끼봉 끝까지 가보자의 마음이 교차하며 뒤따른다
바로 뒤엔 조상무님이 별 힘든 기색없이 조용이 뒤따라 오시고
마지막은 김상무님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마지막 주자는 그냥 가도 힘드는데
두고 출발한 스틱때문에 잠시 화개재 돌아오기도 했고
사진도 연신 찍으시느라 더욱 힘드신 갑다
화개재 다 올라서선....선두 뒤따르던 세명이 다 넘 힘들다 아우성이다
토끼봉이후엔 별 특징없는 밋밋한 오르내리막길을 한참을 걷는다
나올듯 말듯한 지겨울 무렵에 나타난건...연하천 내려가는 목책 계단길
연하천에선 꿀같은 점심을...라면에 누룽지를 섞어 맛있게 먹었는데
식사가 끝날무렵부터 조상무님이 사모님과의 계속되는 통화
장인어른이 뇌출혈로 쓰러지셨단다...걱정이다.
조상무님은 아무래도 하산하셔야겠단다.
그럼 길이 좀더 뚜렷한 벽소령가서 하산하기로....
벽소령가는 길부터는 싸락눈이긴 하지만 눈발이 좀더 날린다
눈발로 시야도 흐려져 전망이 나오질 않는다
조상무님은 연신 통화중...마음 무겁겠다
2시간여만에 형제봉거쳐 벽소령도착
음정내려가는 길이 구제역으로 통제되어 의신으로 조상무님은 하산
잠시 김상무님과 나와 동행하였으나 길이 뚜렷하여 혼자서 하산
혼자 가시게 해서 죄송하합니다...
마음이 상당히 급하셨는지....2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의신까지 내려 가셨다 하네요
그리곤 이리 저리 차편이용해서 천안까지 가셨다구요
고생하셨네요....그리고 맘 고생되시겠구요....
남은 세사람은 마지막 세석을 향하여 내던져진다
벽소령대피소에서 3시되면 통제되니 세석 가실분은 그 시간안에 가시라나...
3시에 5분을 남기고 세석을 향한다
벽소령에서 세석구간 처음엔 길 좋죠
거의 임도나 다름없는 평평한 평지같은 길이 한참이나
이후엔 별 많이 힘든 구간은 아니지만
7-8시간을 넘긴 산행시간때문에 힘든 몸이
오늘의 마지막구간이라는 심정적 어려움이 겹쳐져 힘겨운 2시간
얼어붙은 선비샘도 지나고
첫 지리산 종주때 어둠짙은 새볔에 링반데룽한 곳도 지나고
영신봉오르는 긴 계단길도 지나
간신히 세석에 도착....
세석에 도착전부터 난....노모의 걱정어린 전화를 계속 받는다
집사람이 2박 3일 지리산 갔다고 하니 걱정되서 연신 전화시다
결국 다음날 집에 도착해서야 안심하시는 노모...
오십 먹어도 어머니 앞의 아들은 어린어이인가...
세석에선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오늘은 별 맛이 없다....왜 일까....너무 지친탓....글쎄...술 맛도 크게 안 땡긴다
햇반을 끓는 물에 데웠는데...잘 데워지지는 않는다
허기진데로 그냥 그냥 먹는다
김상무님이나 나는 괜찮았는데 박사장님은 기어이 속을 끓이신다
밤새 눈보라치는 야외화장실을 몇번이나 왔다갔다 하셨단다
다음날 아침은 누룽지만 드시고
점심은 아예 안드시고
넘넘 고생많이 하셨네요
그리고선 종주도 다 못하고 내려오셨으니 섭섭하셨을듯.....
저녁식사무렵부터는 눈발이 제법 더 강해지고
그 눈이 계속해서 아침을 이어 지리산 다 내려갈 무렵까지 계속된다
대피소의 규칙대로 8시에 소등되어 잠에 들어
찜통같은 온기에 잠이 깨어 시간을 보니 11시 30분이라....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달아나 버린 잠이 올리없다
시원하기는 하지만 바닥에서 한기 올라오는 중앙홀로 나와
3시간여 산잡지를 뒤적쥐적..1시간여는 핸드폰 놀이
또 1시간여는 몸을 눕혔다...일어났다를 반복...
결국 초저녁에 자고선 밤을 꼴딱.....카 힘들다
눈보라가 많으니 우린 가능한 짧은 길로 가길 합의한다
그래도 가장 길 멋진 세석에서 장터목구간을 가보려 했는데
세석에서 한방에서 잠을 잔 30여명의 일행들이 거의 다 빠진 마지막으로
우린 사골국물에 칼국수 그리고 햇반까지 넣어 오랜만에 맛난 아침을 먹는다
아침 먹는 그때...하산로를 제외한 구간은 산행을 통제한다는 대피소의 멘트
아쉽지만...거림으로의 하산을 해야겠네
김상무님 카메라 고장으로 이제부턴 내가 후미로 가며 눈꽃 사진을...
아...아쉬어라 이런 눈꽃사진은 능선이 최곤데....쩝쩝....
앞서 20여분 먼저 출발한 대학생 일행이 만든 눈길을 간다
처음의 길은 눈 천지 세상이며 약간의 내리막...별 무리없이 간다
다음에 나타난 길은....계곡의 바위들이 삐죽 삐죽한
그리고 그 위에 눈이 덮히고 가끔은 얼음 얼은 구간도...
앞선 박사장님 속이 안 좋으시다면서도 잘 가신다
뒤 이은 김상무님은 어쩐지 평소의 뒷모습이 아니시다
뭔가 모르게 어색한...조그은 부자연스러운 모습니다
아마 평소에 안하시던 스틱때문...
부자연스런 스틱...조금은 날이 긴 아이젠...평소엔 안 쓰시는 썬글라스
거림을 2.7k내외 남겨둔 바위 울퉁불퉁한 길에서
기어코 김상무님이 아이젠의 날이 바위에 걸려 하늘을 붕 날셨단다
다행스러운 것은 넘어지며 머리가 박사장님의 다리에 다아 다행이구요
다리의 골절상도 걱정했으나 별일 없구요
다만....치아 하나를 반쪽 바위에 내주셨네요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요....
주능선 통제에도 말 안듣고 가는 산님들과는 달리
가장 안전한 곳으로 내려간 우리에게 왜 이러시는거죠
지리산님 오늘은 밉네요....
이후 조금 지나니 울퉁불퉁 계곡길로 조금은 순해지데요
더 화가 납니다
한참을 말도 별로 없이 내려서서 거림에 도착합니다
거림의 버스 정류소에선 택시를 불러 원지로 이동하고
원지에선 서울 남부터미널 가는 버스로 탑승
3시간을 조금 넘으니 남부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치과를 향해 을지로로 향하시는 김부장님과 헤어져 집에 돌아오니 5시전이네요
집사람이 처가에 가서 비워진 집에서
이틀간 변변히 씻지도 못한 몸을 추스리고
배낭속 물건도 정리하고 빨래감은 빨고
저녁을 해 먹으며 이번 산행의 지리산님의 질투를 한 잔 술로 홀로 달래봅니다
저녁후엔 이내 쓰러집니다
다음날 아침까진 그냥 그렇게 쓰러져 일어납니다
같이 하신 님들 고생하셨습니다........
첫댓글 요번엔 사진대신 긴긴 말로 산행기를 대신합니다....기억에 오래동안 남을꺼 같아 기록으로 잊혀지게 하고 싶네요
저도 이번에 찍은 사진은 열러보지도 못했어요. 정리해 올릴게요
얼른 찍은 사진 주셔요..ㅎㅎㅎ...요즘 몸도 마음도 바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