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때를 맞아 고깃배로 가득한 인천 소래포구. /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조개구이집은 소래포구 입구 주차장 부근부터 시장 어귀와 반대편 식당가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격은 어디나 같다. 3만원짜리 소(小)는 둘, 4만원 중(中)은 서넛, 5만원대(大)는 대여섯 명이 먹을 만하다.
'쌍둥이조개구이' 정규녀(61)씨는 "어떻게 놓건, 조개가 익으면 살이 위 껍데기에 붙어 있으니 신기하다"고 했다. "너무 익으면 질기니 살짝만 익혀 드세요." 정규녀씨가 말하는 '조개 완벽하게 익은 타이밍 포착 요령'. "조개 입이 벌어지고 조갯살 색깔이 변했을 때예요. 손님들한테 맡겨두면 너무 익혀. 그러니 질기고 짜지."
● 가는 길_ 월곶IC에서 나와 소래대교를 타거나, 경인고속도로 서운JC-장수IC-남동구청-소래포구 또는 남동IC-남동소방서4거리-도림초교-소래포구
● 문의_ 소래포구 어촌계 (032)442-6887
오이도
회사 일 끝내고 지하철 타고 가서, 회식하는 직장인들도 많은 섬, 경기도 시흥에 있는 오이도(烏耳島)다. 탁 트인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갯벌에 눈이 시원하다. 오이도란 이름은 섬 모양이 까마귀(烏)의 귀(耳)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었다. 일제시대 염전을 만들기 위해 제방을 쌓으면서 육지가 됐다. 그런데 까마귀 귀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전(前) 오이도 어촌계장 이상기씨는 "저도 까마귀 귀를 실제로 본 적은 없고, 다만 어르신들에게 섬 모양과 닮았단 얘기만 전해 들었다"고 했다.
섬 언저리를 따라 크고 작은 조개구이전문점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곳 조개구이집들의 콘셉트는 '무한리필'이다. 가게마다 '조개구이 무한리필' '허벌나게 드립니다'란 플래카드를 걸었다.
한 조개구이집 종업원에게 "진짜 무한리필이 되느냐"고 물었다. "당연하죠. 손님들이 바구니 들고 나와서 원하는 조개를 원하는 만큼 가져다 구워 드세요. 키조개만 빼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못 먹어요." "그럼 10명이 와서 3만원짜리 시키고 무한리필해도 되나요?" "그건 안 되죠. 1인당 1만원씩 주고 먹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조개구이는 3만·4만·5만·7만원, 전어구이·무침 3만·4만·5만원, 해물칼국수 1만원, 바지락칼국수 6000원이다.
부두에서는 어부의 부인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조개며 생선 따위를 판다. 소래포구와 마찬가지로 회 한 접시 앞에 두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소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조개는 보통 1㎏ 5000원, 광어 1㎏ 3만원. 자연산이라 크고 힘도 좋다. 유난히 힘 좋은 광어 한 놈이 가만있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한다. 아낙은 "우리 아저씨가 워낙 힘이 좋아서, 잡아오는 물고기들도 힘이 좋네"라며 피식 웃는다.
조개나 생선을 사고 싶으면 조개구이집·횟집 뒤 '오이도 수산물직판장'으로 간다. '하나네 패류'에서는 모둠조개 1㎏에 7000원, 굵고 비싼 조개를 섞으면 8000원 받는다.
● 가는 길_ 영동고속도로-월곶IC-시화공단 방향-옥구고가도로-오이도. 지하철 4호선 종착역인 오이도역에 내려 30-2번 버스를 타도 된다.
● 문의_ 오이도 어촌계 (031)498-5671, http://oido.invil.org ,
시흥시청 문화교육과 (031)310-3473
연안부두 어시장나들이와 식도락이 아닌, 싱싱한 조개를 사오는 것이 목표라면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이 나을 듯하다. 덜 붐비고 가격도 좋다. 조개는 8번과 9번 출입구 쪽에 많다. '칠성네' 주인은 "1㎏에 7000원, 3㎏ 2만원"이라며 대합, 꼬막, 바지락, 동죽, 참조개, 웅피, 소라 등 다양한 조개를 스티로폼 상자에 가득 담아준다. 역시 꽃게 사러 나온 손님들이 많다. '항도상회'에서 연평도 꽃게가 암컷 2만5000·2만8000원, 수컷 1만5000원이다.
● 가는 길_ 경인고속도로 종점-인천항 사거리에서 좌회전(월미도 반대 방향)-개항100주년기념탑 사거리 우회전-연안부두 어시장
● 문의_
인천시청 관광진흥과 (032)440-4040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장 쉽게 봄 조개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인천 소래포구와 연안부두 어시장,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요즘 이곳 시장에는 광어, 밴댕이, 병어 따위 생선과 알이 통통하게 들어찬 꽃게와 주꾸미를 사고파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손님 중에는 조개 맛 때문에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적잖다. 옛 어른들은 "봄 조개, 가을 전어"라고 했다. 아무렴, 옛 어른들이 허튼소리 하셨겠는가. 소래포구에서 맛본 조개구이, 기가 막힌다.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고 석쇠에 굽기만 했을 뿐이건만, 조개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마치 버터구이라도 한 것처럼 달고 고소하다. 조갯살은 부드러우면서 탱탱한, 모순적인 미각을 선물한다.
조개를 이렇게 늦게 먹어도 위험하지는 않을까? 경기도 시흥 오이도 수산물직판장 '하나네 패류' 이종란씨는 "조개는 지금부터 가을까지 먹는다"고 했다. "굴하고 홍합만 안 먹으면 돼요."
- ▲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에서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조개는 20여 가지나 된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이름으로 구분 표기했다.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연구센터 김용민 박사는“공식적으로 왕꼬막과 새꼬막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는다”며“'삐죽'의 정식 이름은 떡조개, ‘웅피’는 북방대합, ‘맛조개’는 가리맛, ‘돌조개’는 개량조개류”라고 했다.
인천 연안부두 '칠성네' 주인은 "구워 먹거나 쪄 먹으면 맛있다"며 웅피, 가리비, 칼조개, 왕꼬막, 피조개, 홍합, 바지락, 맛, 골뱅이, 대합, 소라, 동죽 등 열 가지가 넘는 조개를 골라줬다. "조개는 구워 먹는 게 제일 좋죠. 없으면 찜통에다가 물 조금 넣고 삶아 먹어도 맛있고요. 초고추장만 찍어 드시면 훌륭하죠."
칠성네 주인은 촘촘하게 골이 파인 큼직한 조개를 집어들었다. "웅피란 조개인데, 새조개 맛이 나요. 새조개는 겨울 석 달밖에 안 나오니까 새조개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찾죠. 구이도 좋지만 특히 샤부샤부로 좋죠. 삐죽은 아린 맛이 나서 날로는 못 먹어요. 근데 국 끓이면 되게 맛있어요."
홍합은 해초가 덕지덕지 붙은 것과 매끈하고 깨끗한 두 종류가 있다. "해초가 붙은 게 자연산이에요. 자연산은 육질이 질겨서 알맹이만 먹기는 좋지 않지만 국물이 좋아요."
인천 소래포구 '쌍둥이조개구이' 정규녀씨는 "가리비는 내장은 따서 버리라"고 알려줬다. "가리비가 바다 속에서 수은을 먹고 자라거든요. 그게 내장에 축적돼 있으니 내장만 제거하면 돼요. 거무스름 푸르스름한 색 나는 부분 있죠? 그게 내장이에요. 소라는 쓸개를 먹지 마세요. 독성 때문에 머리 아프니까. 뒤로 튀어나온 새파란 부분이 쓸개니까 잘라내세요."
백합은 인천 쪽에서는 '상합',
북한에서는 '대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회, 구이, 찜, 탕, 볶음, 죽 어떻게 먹어도 훌륭하다. 맛조개는 껍데기째 탕을 끓이면 시원하고, 된장찌개에 넣으면 달다. 국산은 까맣고, 노라면 중국산일 확률이 높다. 소라는 꼬들꼬들 차진 육질을 씹을수록 진한 감칠맛이 배 나온다.
모시조개는 조개 중 국물이 최고다.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호박산이 다른 조개의 10배인데다, 단맛을 내는 글리신도 듬뿍 들었다. 조갯살과 껍데기 발 사이에 있는 체액에 농축돼 있으니 껍데기째 끓인다. 바지락도 모시조개 못잖게 달고 뽀얀 국물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