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성명서
경북 문명고등학교 재단의 야만적 교사 징계를 규탄한다
“역사교육은 애국심을 강화하고 민족적인 동일성을 강화, 공적인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젊은 세대 육성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폭 넓게 교과서가 채택되어 교사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과서 선택은 특정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필요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
“역사 교과서 내용의 선택은 역사학자에게 맡겨야 하며, 특히 정치가 등 다른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피해야 한다.”
2013년 열린 제68회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유엔 역사교육지침> 전문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일본 정부의 해석만을 반영한 역사교과서를 검정, 채택하도록 하였으며,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바꾸는 방식으로 사실상 교과서 내용에 개입하였다. 이와 같은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 채택 과정은 유엔의 교육지침에 위배된다.”
2015년 7월 발표한 <일본 교과서 검정, 채택 국제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이다.
바로 같은 해인 2015년 10월 박근혜 정권이 초중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아베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을 추진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교사, 역사학자들의 선택권을 남겨 두었으나, 박근혜 정권은 아예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여 교사, 역사학자들의 선택권마저 부정하려 한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나 채택하는 낙후된 교과서 제도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이미 1992년에 교과서 제도에 대해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가,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가 헌법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연하게도 전국의 역사학자들과 교사들의 ‘한국사 교과서 반대 선언’에 이어 전국 수백 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국민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이 격화되었다. 전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은 2016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발행하였다. 그러나, 국정 역사교과서에 역사 왜곡과 사실 오류 등 무수히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교육부는 결국, 2017년 3월부터 기존의 검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적용하려던 방침을 포기하고, 2017년까지는 기존의 검정 역사교과서를 유지하면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연구학교 희망 학교에 한하여 적용할 것이며, 국정교과서의 오류를 보완하여 2018년부터 국정과 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도록 학교에 선택권을 주겠다고 후퇴하였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으로 후퇴했음에도 전국의 연구학교 지정 신청 대상 1500여 개 학교들은 모두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일찌감치 거부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학부모들의 반대 의사를 조작하면서까지 국정 역사교과서 지정 신청을 고집한 문명고등학교다.
결국, 2017년 3월 17일 대구지방법원이 문명고등학교 학부모들이 낸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처분의 효력 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학생의 학습권 및 학부모의 자녀 교육권이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이며, ‘문명고의 국정교과서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패소한 경북교육청이 마침내 2017년 5월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여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적용은 한 학교도 적용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끝내 촛불 혁명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문명고는 부끄럽게도 2017년 2월, 맨 마지막까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 교과서의 채택을 추진했던 학교이다. 문명고에 반성과 징계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역사학계의 상식과 국민들의 여론을 외면하고 독재 정치 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공교육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으려 했던 문명고 이사장과 그 추종자들이다. 문명고가 반문명적인 국정 역사 교과서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앞장서서 싸웠던 교사들은 문명고의 위기를 모면하게 해 준 영웅들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고는 후안무치하게 지난 4월 2일에 이어 엊그제 4월 14일 연거푸 3년 전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했던 교사들 5명에 대해 보복적으로 징계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문명고의 무도한 징계 시도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다. 징계 절차를 멈추라. 멈추지 않는다면 문명고는 스스로 문명고 존폐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1. 문명고 재단은 이제라도 반문명적인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을 반성하고 사죄하라.
1. 문명고 재단은 문명고를 위기에서 구출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
2020년 4월 17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