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시인, 한세연 순천본부장>
골프 메이저 퀸 이정은6! 순천홍보대사 이정은6! 그녀는 효녀다. 그녀가 흘린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 아픔의 눈물이다. 메이저대회 우승에 대한 감격의 눈물도 흘렸겠지만 아버지의 아픔과 그리움이 더 커, 하염없는 눈물을 흘렀으리라 믿는다.
그녀나이 네 살 때다, 아버지가 뜻하지 않는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마비의 장애를 입어야 했다. 불굴의 투지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는 하나뿐인 딸아이(정은)를 위한 그 무엇도 불사했다. 휠체어를 타면서도 오로지 정은이 생각뿐, 하나부터 열까지 정은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고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어린 정은이가 장애를 입은 아버지에 대한 열등의식으로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길 때는 자신도 모르는 눈물을 흘러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운명이고 숙명인 것을 어찌하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함께 새로운 삶을 설계하면서 정상인보다도 더욱 굳건하게 살아 갈 것을 다짐했다.
특히 자신이 좋아했던 탁구를 치면서 구기종목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어쩌면 탁구공보다는 크고 야구공보다는 작은 골프공에 큰 관심을 갖고 정은이의 앞날을 설계했는지도 모른다.
정은이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자신은 탁구선수이면서 탁구보다는 골프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골프에 대한 상식과 그에 따른 준비를 서둘렀다. 역시, 정은이는 아빠가 바라는 대로 골프를 잘 소화시켰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 셋을 알았고 골프에 대한 취미와 관심은 남달랐다.
그녀는 고등학교시절과 국내 투어를 할 때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장애인차를 탔으며, 골프장에서는 아버지가 탄 휠체어를 밀어주기도 했다. 아마도 그녀의 행동은 조금이라도 하반신마비로 고생하는 아버지의 심신을 위로해주고 달래주기 위한 효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 이정은6 선수는 자신의 아버지가 어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마비가 됐고, 그로 인한 가정환경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런 역경을 이겨내면서 골프를 한다는 것은 결코 싶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골프를 빨리 배워 골프강사가 되려는 마음이 앞섰다. 왜냐하면 자신의 강사료로 어려운 가정생활을 꾸려나가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퀄리파잉 스쿨을 1위로 통과하고도 아버지 생각에 미국 무대 진출을 망설였던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번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로 장식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은 절절했으리라 믿는다.
잠시, 이정은 선수의 이름은 부모의 이름 한자씩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녀의 아버지(이정호 56세)와 같이 장애인탁구협회 순천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오영종(56세)씨는 “아버지 이정호 이름에서 정자를 따고, 어머니 주은진 이름에서 은자를 따서 ‘정은’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오씨는 “정은이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섬기고 사랑하는 것은 남 달랐다.”며 “오늘에 영광도 그녀의 효심에서 비롯된 결과다.”고 울먹거렸다.
이제 그녀에게는 세계정복의 길이 활짝 열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고권위의 US오픈, 올해 74회 우승자 이정은6! 9개 대회 출전 만에 우승을 일궜다.
이번 대회에서는 두 타 차 6위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그녀는 10번 홀까지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최종합계 6언더파, 불안한 한 타 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2위를 달리던 프랑스의 셀린 부티에가 마지막 18번 홀에서 더블보기로 무너지면서, 우승이 확정됐다.
아무튼 그녀는 효녀다. 순천이 낳은 골프 메이저 퀸으로 홍보대사다. 박세리가 '맨발 투혼'으로 처음 정상에 오른 뒤, 이정은6가 열 번째 우승자로 대한민국으로써는 더더욱 의미가 깊다. 축하와 함께 건강과 안녕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