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합검진 결과에 “중성지방 수치 상승”이란 결과가 나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이란 단어도 낯선데 중성지방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수치를 낮출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죠.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은 우리 몸속 피하조직에 쌓여있는 지방으로 뼈대인 ‘글리세롤’에 3개의 ‘지방산’이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그림 1).
당질의 쪼개진 형태인 ‘포도당’과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내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작용합니다. 몸에서 지방산을 필요로 하면 지방세포에 있던 중성지방이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돼 글리세롤은 간으로 들어가 포도당을 만드는 재료로 이용되고 지방산은 근육을 비롯한 조직에서 연료로 사용됩니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섭취한 식이지방은 위와 소장에서 분비되는 리파제라는 효소에 의해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가수분해된 다음 흡수됩니다.
혈중 지방산은 혈당 및 인슐린과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당질 섭취로 혈당과 인슐린이 올라가면 혈중 지방산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지방산이 감소하는 것은 인슐린이 지방조직에서 지방산을 방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리파제의 일종으로 HSL이라고 합니다)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대사과정은 당질보다 조금 복잡합니다.
토스트에 계란후라이와 베이컨을 곁들여 아침식사를 했다고 가정해보죠. 혈당 상승과 함께 인슐린 분비가 증가합니다. HSL라고 하는 효소는 인슐린 증가와 함께 작용이 억제돼 지방세포에서 지방산 방출이 거의 사라집니다. HSL은 인슐린 농도가 조금만 상승해도 큰 폭으로 억제되기 때문이죠. 혈당과 인슐린 농도가 상승하면 지방조직에서 중성지방 합성이 더욱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식이지방은 포도당과 달리 인슐린 시스템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식이지방은 거의 대부분 중성지방의 형태로 들어옵니다. 이것이 소장에서 흡수되어 장세포에서 카일로미크론을 형성해서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흡수되어 바로 간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는 포도당이나 아미노산과 달리 중성지방은 식사하고 3~5시간이 지나야 혈액 내에서 최고 농도에 도달합니다.
중성지방의 체내흡수 과정에서 당질 및 단백질과 다른 점은 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혈액으로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중성지방은 간을 거치지 않고 카일로미크론 형태로 운반되어 체내 여러 조직에 전달됩니다. 지방조직에는 모세혈관에 LPL(lipolrotein lipase)이라는 리파제가 있어서 중성지방을 가수분해하여 지방세포로 끌어들입니다. LPL은 인슐린에 의해 활성화되는데 인슐린 자극을 받고나서 3~4시간 지나야 최고 농도에 도달하게 됩니다. LPL 활성이 최고에 도달하는 시간이 카일로미크론이 본격적으로 혈액으로 유입되는 시간과 일치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인슐린이 당질이 아닌 다른 에너지원의 대사까지 조절하는 것을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LPL에 의해 가수분해되어 지방세포로 들어간 지방산은 새롭게 중성지방으로 합성되어 저장됩니다. 이과정은 식후 HSL 활성이 억제되어있는 상황에서 더 촉진됩니다.
설명이 조금 어려웠는데요..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체지방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인슐린을 자극하는 탄수화물과 지방을 함께 섭취할 때 체지방이 더 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중성지방을 낮추는 방법
중성지방은 특히 복부비만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체중을 5~10%만 줄여도 중성지방 수치는 20%나 떨어지니까요. 체중과 뱃살을 빼면 중성지방은 자연히 줄어듭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비만의 식사요법과 다를 바가 없네요.
여기서는 체중감량을 위한 일반적인 식사요법과의 차이점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전체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라.
중성지방과 관련된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갑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섭취한 칼로리 수치가 같아도 탄수화물을 1%만 포화, 불포화 관계없이 지방으로 바꾸면 중성지방 수치가 1~2% 떨어집니다.
미국 심장학회의 보고서 중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아주 높으면 좋은(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고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한다. 탄수화물 섭취량은 총섭취에너지의 60%를 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중성지방 수치가 높거나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대사증후군 환자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총섭취에너지의 50%로 줄여야 한다.“ (ATP III 보고서)
우리나라 영양학자들은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황금비율을 ‘65:15:20’ 이라고 합니다. 농사짓고 육체노동이 많았던 시절이라면 이 비율이 맞을 수 있지만 신체활동량이 적은 현대인들은 탄수화물을 60% 이하로 줄여야 하고 체중감량이 필요한 사람의 경우라면 50% 정도로 더 줄여야 합니다.
두 번째, 설탕과 액상과당 섭취를 줄여라.
당연한 얘기지만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설탕과 액상과당의 섭취를 가급적 제한해야 합니다.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설탕 섭취를 하루 총 섭취에너지의 5% 미만으로 하도록 권장합니다.
여성은 하루 100칼로리(약 6 찻술), 남성은 150칼로리(약 9찻술) 정도입니다. 커피믹스 2~3잔만 마셔도 훌쩍 넘길 수 있는 수치입니다.
설탕 대용으로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있는 액상과당은 간에서 중성지방 합성을 증가시킵니다. 음료를 고를 때는 반드시 영양성분 표기에서 당류(단순당)가 몇 g 들어있는지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세 번째, 트랜스지방산 섭취를 줄여라.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트랜스지방산은 ‘나쁜(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질환 발병위험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유해지방입니다. 이는 중성지방 수치도 높입니다. 쇼트닝이나 마가린으로 만든 식품 속 트랜스지방산을 1%만 불포화지방산으로 바꾸면 중성지방 수치가 1% 줄어듭니다.
네 번째, 수치가 좋아질 때 까지 술을 끊어라.
알코올 섭취량이 많을수록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합니다. 알코올을 하루 30g (맥주 3잔 혹은 소주 3잔 정도) 마시는 사람들의 중성지방 수치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5~10% 높습니다. 특히 술을 마실 때 동물성지방을 곁들이면 중성지방 수치는 더 올라갑니다. 삼겹살에 소주가 바람직한 궁합이 아니란 얘깁니다. 따라서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은 수치가 좋아질 때까지 철저히 금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 번째, 오메가-3지방산을 섭취해라.
미국 심장학회에서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게 오메가-3지방산을 하루 2~4g 섭취하도록 권고합니다. 매일 오메가-3지방산 4g을 꾸준히 섭취하면 중성지방 수치가 25~30% 감소합니다. 제 개인적 견해로는 하루 2~4g을 음식으로만 얻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1~2g 정도는 영양제의 형태로 보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중성지방 수치도 콜레스테롤 수치 못지않게 철저히 관리해야 혈관을 젊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