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후기쓰기 귀찮은데, 저도 남들 후기를 보고 얻는 감흥이나 정보가 쏠쏠해 기록을 남겨 봅니다..^_^
1회캠핑 후 이번 3회캠핑까지 4주간의 기다림은, 음~ 많이 지루하더군요.(다른 중독자 분들에게는 죽음이었을까? 궁금...)
대천캠핑에 가고 싶었지만 아이의 기말고사 준비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읍니다.
1회때 사정으로 참가못한 아내를 꼬드겨(사실, 반강제) 이번 캠핑에 같이 가기로 확정.
아내는 회사 창립행사로 금요일 온양 행사 후, 토요일 오전에 합류키로 결정.(혼자 청량리에서 버스타고 오느라 고생했지요.)
그런데 금요일 저녁 아들과 단 둘이 출발하려하니 심심할 것 같고, 술 상대도 필요하고... 해서 형에게 캠핑가자고 꼬십니다.(형 막내가 우리 아들과 동갑이라 둘은 마치 친형제처럼 잘 붙어 놉니다.)
"형, 애들 시험도 끝났는데 캠핑이나 함 가지? 수동의 축령산 별밤수목원이라는 곳인데 .... 서울서 멀지도 않고..."
이름에 반했느지(이름이 끝내줘요!) 오랜만에 제의하는 동생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지 흔쾌히 허락합니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아내가 냉장고 안에 가져가라고 스티커 붙여둔 놈들을 빠짐없이 챙겨 담고,
장비 싣고, 형 집에 들러 수동으로 출발...!
1회때 고지한 대로 강동대교 건너 금곡 안내판 나올때까지 직진.
하리라 했건만 퇴계원 표시만 두번 나오고 고속도로가 이어지며 별내IC에서 또 돈내라네, 이런~.
서울외곽고속도로의 일산-의정부 구간 개통으로 푯말이 바뀐걸 모르고...
이후 수차례 헤멘 끝에, 10시 넘어 목적지 도착. 대방동 출발 기준 2시간 넘게 걸렸네!
물가 사이트 적당한 위치에 자리 잡고 집을 짓는다.
옆에 먼저오신 분이 텐트치고 자리잡는데 도움을 주려 하는데, 우리 인원도 많기에 조금 봐주시고 가신다.
이런게 캠핑 동네사람들 인심인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관심가져 줘서 고마움을 느낀다.
(나중에 오가피주 작은거 한병 드렸더니, 그 담날에 만두오징어볶음으로 보복(!)하셨다. 맛이 예술이었다. 캠핑장 음식은 원래 다 맛있는가?)
두번째 캠핑이라 별 어려움없이 타프, 텐트를 설치하고 준비한 고기를 숯불에 올린다.
기껏해야 도시에서 일반 숯불에 구운 고기 맛만 알던 형이 차콜 직화구이 맛에 반한 듯하다.
"정말 맛있네! 이거 돼지 목살 맞아?"
아이들도 여럿이 있어 그런지 잘 먹는다.
좋아하는 소세지 구이까지 해주니 아이들은 더 좋아한다.
웨버 애니웨어란 놈, 써보니 정말 괜찮다.
수납성 좋고, 법랑질이라 깨끗하고, 고기맛 좋고...
6개월 묵힌 오가피주에 오랜만에 형제의 정을 마음껏 나눴다.
묵묵히... 마시고 또 마시며...
꽤 시간이 흐른듯 한데...
예약한 방의 화장실에 들르려다가 주인아저씨와 친구분(아마도...)이 권하는 맥주, 거절못하고 또 한잔...
보통 자연에 나와 마시는 술은 잘 취하지 않는데,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취한 듯 하다.
이렇게 하룻밤을 흘려 보냈다.
토요일 아침,
일어나니 약간 숙취기미가 있었으나, 미리 짠 식단표대로 토스트에 딸기잼바르고, 어제 구운 소세지와 감자로 식사를 마쳤다.
맑은 공기가 이래서 좋은건가, 야전침대에서 한 시간 눈 붙이니 숙취가 사라졌다. 몸이 가뿐하다.
비금리 종점으로 차를 몰고 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아내를 찾고, 점심거리로 김치찌개용 돼지고기를 사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덤으로.
아이들은 벌써 아침먹고 물가에 나가 고기를 잡네, 축구를 하네 난리를 치느라 눈에 보이지 않는다.
피곤한 아내는 도착하자 마자 한 잠 때린다.
시간이 됐으니 밥은 먹어야 하는데...
밥은 어찌어찌 했는데, 김치찌개한다고 하던 아내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다. 아이를 보내 아내를 깨워 김치찌개를 시킨다.
아내가 김치찌개 하는 모양을 유심히 살펴 요령을 머리 속에 담아둔다.
밖에 나가면 내가 다 해준다고 했는데, 내가 할 줄 모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음식 한가지씩 배우다 보면 언젠가 아내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될 때가 오겠지.
이렇게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설거지하고, 물에 나가 놀고.
저녁 먹고, 아이들은 둘이 놀다가 피곤한지 방으로 들어가 잔다.
참 쓸 말이 별로 없다.
왜, 너무 단순하니까. 너무 한가하니까. 너무 평화로우니까.
먹구, 놀구, 자고, 쉬고... 가고, 오고...
이게 캠핑의 전부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캠핑의 실체이자, 묘미인 것 같다.
나는 회사에서 집에서, 컴퓨터 신문 TV 등을 지친 머리와 불안정한 마음을 자연 속의 캠핑에서 달래본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그리고 컴퓨터 게임. 아이는 아이들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있을거다.
캠핑은 이런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해 건강한 마음을 갖도록 해 줄 것이다.
더 내공이 쌓이면 단순하지도, 한가하지도 않은 캠핑이 될 수도 있으리라 추측해 본다. 맞을른지 모르지만... 끝.
이 아니고 사족으로...
처음 단체캠핑에 참여해 본 아내에게 첫 캠핑의 소감을 물어보니, 씻는 거, 배설하는 거, 벌레... 이런 것들 때문에 마음이 땡기지 않는다 하네요.
이번에는 5명이 함께 생활하는 관계로 타프 아래 스크린을 치면 오히려 불편할 것 같아 스크린은 안 쳤는데 이것이 한 원인일 수 있지만, 이는 다음에 스크린을 설치해서 해결되다면 어려운게 아니고.
문제는 씻는 거, 배설하는 건데 남자들에겐 작은 불편이, 여자에게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앞으로 단체캠핑에 참여하는 여성분들의 마음을 헤아려 운영진 분들이 꼭 염두에 두고 배려해야 할 문제인것 같습니다.
근데 처음 온 형도 비슷한 얘길 합니다.
"캠핑은 가끔오면 좋겠다. 자주 오면 불편하고."
"뭐가 불편해?"
"아무래도, 씻는 문제가 가장 크지."
캠핑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작은 불편이, 익숙치 못한 사람들에게는 꽤 큰 문제인가 봅니다.
운영의 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캠핑장소 선정시 시설의 쾌적성, 자연환경 등 사이트 특성을 파악해 캠퍼들에게 자세히 홍보한다면
각자 성향에 맞추어 참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캠핑 이미지 개선에 다소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음지에서 수고한 운영진 여러분, 정말 수고 많았고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갈수록 좋아지는 캠핑을 기대해 봅니다. 즐~캠~
첫댓글 실제 캠핑을 즐기는 오래한 매니아들은 지금도 수도,전기,화장실에 신경쓰지않고 경관이장소에서 캠핑을 한답니다...다음에는 더 좋은장소에서 할수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저도 시설은 부족하더라도 자연환경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데, 와이프는 그렇지 않더군요. 살기 편한 곳을 찾지요. 캠핑하자고 홀아비 생활하기는 싫고...^^
아하 오가피주 주신분이 약우님 이셨군요 ^^ 일요일에 일이있어서 토요일 저냑에 철수 하느라 정신이 좀 없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에니웨어 사용법좀 배워야겠습니다..
저희 가족은 배설문제 때문에 몽골문화촌 으로 ㅎㅎㅎ...
멀티+님, 오징어볶음 정말 맛있었읍니다. 만두도 좋았구요. 담에 또 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