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된 페미니즘 영화 중에 '바그다드카페'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굳이 페미니즘 영화라고 분류하는 이유는 당시에 동서양이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남성중심의 여성희생 가정문화에의 잔잔한 반격이 가능했던 내용과 분위기때문일 것입니다. 그다지 크게 히트한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주제곡이 워낙 유명해서 주제곡을 듣는다면 아 이 영화였구나 싶을 것입니다.
https://youtu.be/oCLpLWcX2cg
이 영화처럼 황량하고 뭔가 무기력한 일상의 삶이 다반사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당차고 자기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여기 영흥도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영흥도에 이주하고나서 모든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다 만나보지 않아도 거의 대부분 여자들의 삶의 모습은 가정일 외에 뭔가 바깥일을 하고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식당과 펜션, 농삿일이 주이긴 하지만 영흥도 여자들의 삶은 참으로 억척스럽고 분주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들 중에는 저에게 와서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바그다드카페 영화가 생각납니다. 젊은 여성들보다는 저의 또래 혹은 그 이상의 중년여성들의 삶의 이야기이고 개선되기 어려운 인간관계 속의 고난들에 관한 이야기이니 공감도 백배, 위로도 백배가 됩니다. 물론 저는 상담해주려는 태도를 벗어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가끔 정보가 필요한 경우 필요한 정보나 주거나 하면서 이제껏 제가 몰랐던 변방 시골의 중년여성들의 모습을 진하게 보게 됩니다.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긍정적이고 활달한 아줌마 외에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들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지만 그저 같은 연배의 대한민국 변방에서의 억세고 거친 삶을 헤쳐나가는 같은 부류의 여성들인 것입니다. 오랜 도시생활 속에서 옆집에 누가 살고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차갑고도 사무적인 지난 날의 일상사에 비하면 참으로 푸근하고 정감이 넘치는 건 맞습니다.
최신에 친분이 생긴 그녀는 얼굴볼 때마다 뭔가를 바리바리 싸주곤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전 글에서 쓴 것처럼 그녀가 준 파김치는 최고의 맛이었고, 새우젓은 올해 김장김치의 좋은 밑간이 되었고, 어제 싸준 꾸덕꾸덕 말린 조기는 태균이 한두끼를 행복하게 해줄 것입니다. 언제 손님이 올 지 알 수 없어 늘 식당을 지켜야하기에 그녀와의 대화는 급하고 짧게 마무리되어야 하지만 짧게짧게 듣게되는 그녀의 스토리는 한 편의 소설감입니다. 그녀 뿐 아니라 수 많은 억척 여성들의 삶의 모습은 모두 소설을 능가하는 속내들입니다.
제가 진작에 글쓰기로 좀더 사회적 영향력이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싶은 대목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도 늦지않았고 그 준비를 위해 영흥도살이까지 감행했지만 어제도 오늘도 생업을 위해 바쁘디바쁜 일상 속에서 원하는 것을 하기위한 압박들이 가슴에 밀어닥치기도 합니다. 그 어떤 것도 버리고싶지 않은 시간들, 일상은 그런 것이라면 힘듦을 탓하지 않고 오늘도 성실하고 바지런히 살아가는 그녀들을 존경합니다...
첫댓글 가끔은 가족보다 더 우리를 챙겨주는 남에게 고마울때가 많아요. 슈퍼 부부님, 미용사님, 치과선생님 등등 나의 아이에게 친절하신 분들께 또 배웁니다.
대표님도 시골살이에서 그분들께 새로운것을 많이 배우고 계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