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
청포도 익는 마을 백리에 친정 두고
진달래 피는 황옥 산골로 시집왔지
재너머 자갈 논 받고 신접나신 새색시
낮에는 호미 들고 논밭에서 땀을 쏟고
밤에는 화투쟁이 지아비 기다림에
호롱불 끼고 앉아서 고개 숙인 눈물 삶
칠석날 아슴아슴 낭군님 품에 안겨
은비녀 뽑던 찰라 순사가 방해하여
수삼 년 청상과부로 가장노릇 했었지
태양이 항복한 밤 낭군님 돌아오니
옷고름 풀어헤쳐 지새운 부부사랑
금낭화 일곱 송이를 금지옥엽 길렀어라
해맑은 젖동생이 학교에 입학하자
지병이 도진 낭군 홀연히 떠나갔네
어이타 귀밑 흰 마흔 해 사모곡이 되었는가.
만찬
불고기 석식이라 포만감 가득하니
행복이 뱃속 가득 세상사 즐겁구나
삼복에 지친 육신이 불끈불끈 힘이 솟네
형광등 불빛 아래 자식놈 밝은 미소
잔잔히 윤기 흘러 아비마음 흐뭇하고
석쇠에 가는 손길아 부지런히 먹으려마
된장국 상추쌈에 풋고추 쌈장 없이
흰쌀밥 총각김치 부자가 먹는 저녁
허허허 오붓한 사랑노래 웃음으로 즐기자.
짝 잃은 철새
젊음이 둘이모여 하얀 꿈 이뤘건만
긴 터널 달려가도 햇살은 도망가네
빈 가슴 메마른 꽃대 피지 않은 꽃이여
둥지에 찬바람은 문풍지 울리는데
여명에 밀려오는 아픔만 꽃이 피고
나 홀로 등불 밝히며 외로움을 달래내
해풍에 홀로앉아 만경창파 바라보니
저 멀리 수평선은 이 몸을 부르는데
머물던 한 젊음을 저 바다에 적셔본다.
아들아
대학을 가지마라 단호히 말했다만
잠 못 든 무능력이 무거운 짐이 되어
가슴을 마구 옥죄니 아비마음 망연타
졸업 후 직장 다녀 착실히 부(富)를 쌓아
집안을 바로 세울 가장을 바랬는데
앙다문 입술 의지가 굳건하니 어쩌랴
다행히 네 어미가 이 소식 전해 듣고
등록금 보내줘서 무사히 입학하니
열심히 학문 연마해 자수성가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