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인문학>, 이지성 작가
꿈을 실천할 수 있게 동기부여하고(<꿈꾸는 다락방>), 인문고전을 읽으라고 설파하던(<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작가가 이번에는 ‘생각하라’는 말로 돌아왔다. 신간 <생각하는 인문학>은 말하자면 전작의 속편이자 인문학 심화편이다.
이번에는 ‘생각하는’ 인문학“어젠가 보니까 전국 종합순위 9위더라. 한동안 종합 1위도 했는데 정점을 찍고 지금은 9, 10위에서 왔다 갔다 한다. 사실 제목부터 ‘취침모드’라 출판사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웃음) 어쨌든 이 제목으로 1위를 찍어서 감사하다.” 오랜만에 독자 곁으로 찾아온 이지성 작가의 신간 제목은 ‘생각하는 인문학’이다. 2010년 국내에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리딩으로 리드하라>에 이어 이번에도 인문학이 키워드다. 차이라면 이번에는 ‘생각’에 방점을 찍었다.“우리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생각한다’는 건 쉽게 말해 두 가지 개념이다. 하나는 잔머리를 굴린다는 개념, 또 하나는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떠올리듯이 두뇌를 쓴다는 개념이다. 근데 ‘생각’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용어다. 서양에서 ‘싱크(think·생각하다)’의 개념은 진리의 세계를 인식한다는 것이고,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행위 또는 이미 창조된 문명을 새롭게 개선하는 행위라는 말도 있다.한편 동양에서 ‘싱크’의 개념은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실천하는 것이다. 머리로 깨닫고 가슴으로 뜨거워지면 몸이 실천하게 돼 있지 않나. 근데 실천이 아닌 것은 생각이 아니고 공상인 거다. 한편 동서양에서 말하는 생각의 어원은 이렇게 다양한데, 우리는 생각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정도의 개념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한 번도 ‘생각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 없을 요즘 사람들에게 그는 제대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생각,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생각, 어떻게 더불어 살지에 대한 생각 말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0.1%의 인문고전 독서법’이라는 부제와 함께 출간된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후, 그는 꽤 바쁜 삶을 살았다. 책이 나온 이듬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인문고전 독서교육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틈틈이 에세이와 몇 권의 자기계발서,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교육서적을 냈다.(그는 여태까지 서른 권 넘게 다작했다.) 이번 신간을 위해서는 약 3년을 할애했다.“산속에 들어가서 책을 쓰다 2014년 3월에 나왔다. 그리고 집 뒤에 바로 큰 산이 있는 용인의 타운하우스로 들어갔다. 산을 좋아한다.” 그러던 중 그가 자연스레 아내 차유람의 이야기를 꺼냈다. 알려졌다시피 이지성 작가는 지난 6월 20일, 14세 연하의 당구선수 차유람과 결혼식을 올렸다. 아내는 신간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쓰는 중에 와이프를 만났고 사랑하면서 책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처절한 게 많았다. 처절하게 노력하고 처절하게 꿈꾸자, 라는. 대표작 <꿈꾸는 다락방>도 꿈을 이야기하지만 되게 처절하게 이야기한다. 이번 책도 그렇긴 한데, 그래도 독자들이 많이 따뜻해졌다고 하더라. ‘왜 그런가 했더니 그분 때문이었군요?’ 하면서.(웃음) 와이프가 읽고서 너무 센 것 같다고 해서 좀 완화시켰다.”(웃음)좀처럼 풀리지 않는 원고 속도에 채찍질을 가한 것도 아내다. 데드라인을 정해주고 조건을 걸었다고. “이 책을 너무 힘들게 써서 마무리를 못 짓고 있었다. 하도 진도를 못 나가니까 ‘2014년 12월 28일 12시’로 데드라인을 정해주더라. 운동선수라 그런지 좀 무서운 면이 있다.(웃음) 책 마치면 와이프랑 인도 여행 가는 게 꿈이었는데, 그때까지 못 마치면 평생 자기랑 인도 갈 생각 말라고 하더라. 그때부터 미친 듯이 써서 정확히 12월 27일 11시 반에 끝냈다. 그리고 28일 10시 반 비행기를 타고 인도로 떠났다.”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 부부는 인도 델리의 빈민촌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다시 신간 얘기로 돌아와, 이번 책 앞부분에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담겨 있다. 그는 작가로 데뷔하기 전, 분당의 한 초등학교에서 7년 가까이 교사로 근무했다.“출판사에서는 책 앞부분에 교육 얘기가 나오는걸 반대했다. 근데 내가 워낙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넣게 됐다. 모르시는 부모님이 많은데, 사실 우리나라 교육은 ‘쓰레기 교육’이다. 19세기에 미국에서 공장노동자와 직업군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바보를 만드는 교육 시스템이 현재 우리나라에 적용되고 있다. 아이들을 살해하는 교육이다. 하루에 1명 이상 공부 때문에 자살을 하니까. 최근 메르스 때문에 국가적 의료 재난 사태가 벌어졌는데,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하는 아이들이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의 두 배다.”교육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언성이 자연스레 높아졌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 자살 충동을 느끼는 많은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학원과 학부모,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으로 먹고사는 어른들이 공교육, 사교육 합해서 등록된 사람만 최소 1백만 명이 넘는다. 과연 그 1백만 명이 넘는 어른 중 아이들을 밥벌이 수준 이상으로 생각하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또,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열이 세계 2위라고 하는데, 정말 아이들을 생각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엄마들의 교육열이라는 게 엄마들의 욕망 또는 자아충족은 아닌지 이제는 생각해볼 때가 됐다는 거다. 1년에 3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공부 때문에 자살하는 세상인데, 이런 교육이 과연 교육이냐는 말이다. 이런 교육의 대안으로 내가 인문학 교육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 시절의 상처 “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어른들이 바뀌면 된다”
서른 권이 넘는 그의 저서 중 <피노키오 상담실>이라는 에세이가 있다. 교사 시절, 교내에 ‘피노키오 상담실’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학업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치료하면서 느낀 바를 써내려간 책이다. 당시 그는 ‘제페토 할아버지’ 역할을 자처했지만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일부 아이들까지 막진 못했다.“교사 시절에 아이들의 힘든 모습을 워낙 많이 봤다.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학교와도 (교육문제로) 투쟁하고 학부모들과도 면담했다. 근데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반대하는 사람이 학교장과 학부모다. 학교는 ‘왜 시키지 않은 걸 하느냐. 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무 처리나 잘해라’라고 한다. 2000년도에 인문학 교육을 처음 교실에서 실시했다. 그때 가장 격렬하게 반대한 사람들이 우리 반 학부모다. 나는 할 테니 마음대로 하시라, 그랬더니 교장실 가서 항의하고 난리가 났다. 옆 반은 쪽지시험 보는데 우리 아이는 플라톤이니 논어니 하는 것들을 왜 가르치느냐는 거다.”인성부터 자기주도학습에 이르기까지, 가장 근본이 되는 교육이 인문학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그에게 학부모의 격렬한 반대는 넘지 못할 장벽이었다. 결국 그는 교육현장을 뛰쳐나와 교육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제는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8월에 ‘대치포럼’이라는 큰 포럼에 초청받아 특강을 하러 간다. 그쪽에선 나에게 아이들 공부 더 잘 시키는 법을 알려달라고 초청했겠지만, 나는 그런 강의를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당신들이 진짜 교육이란 걸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아이를 죽이는 교육이 대치동에서 시작했고 대치동 학부모들의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니 이제는 당신들이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방지고 나쁘다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그가 인문학 강사로 이름을 알린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우리 아이에게 인문학을 잘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다. 그의 답은 간단하다. “여러분(부모)이 인문학을 하면 된다. 아이한테 인문학 시키려고 하지 마라. 내가 기본적으로 권하는 플라톤과 논어를 읽고, 읽다 지치면 다른 책으로 동기부여를 받으면서 꾸준히 인문고전을 필사하고 사색하고 나눠라.만날 내 자식과 나만 생각하지 말고 저소득층 공부방에 가서 책도 읽어주고 먹을 것도 나눠주고 빈민촌의 아이들도 만나보라. 그런 식으로 부모가 바뀌면 아이들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 교육이라는 건 집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생활 태도다. 이렇게 바뀌어야 교육에 희망이 있지, 지금처럼 학원에 보내고 점수 높이는 걸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엔 희망이 없고 다 함께 공멸한다고 본다.”
트위터로 만난 아내, 14세 연하 당구선수 차유람
1993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서른 권이 훌쩍 넘는 책을 집필해온 그는 일상이 독서인, 독서광이다. 2007년 <꿈꾸는 다락방>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책을 쓸 수 있었던 건 그러한 인풋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리딩으로 리드하라>나 <꿈꾸는 다락방>은 쓰는 데 13~14년이 걸렸다. 20대 때부터 방 안 천장에 닿을 정도로 자료를 모아서 쓴 게 <꿈꾸는 다락방>이었으니까. 정해놓고 읽는 건 아닌데 그냥 삶이 독서다.(웃음) 이번 책을 쓰면서는 세어보진 않았지만 대충 1천5백만원 정도 책값에 할애한 것 같다.” 그는 “열심히 쓰는 작가님들은 다 그 정도일 것”이라며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손사래친다.
연평균 책값만 1천만원 이상이니, 그 책을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다. 대부분 주변에 나눠주거나 팔거나 기증한다. “집이 2층짜리로 큰 편인데도 다 못 둔다. 와이프가 살림을 합치러 와서 되게 황당해했다. 어떻게 이렇게 심할 정도로 책을 보관했느냐고. 설마했는데 좀 너무하다고.(웃음) 부엌 찬장을 열었는데 다 책이었다. 보통 거기에 식초나 참기름 같은 게 있지 않나. 장롱에도 다 책이다. 현재는 7천~8천 권 있는데 1년에 버리는 책도 5백~6백 권 된다.”
인문학 강사로 유명한 그지만 그렇다고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만 끼고 읽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문학 책을 많이 읽는데,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만화책을 되게 좋아한다. 최근엔 <나루토>(일본 작가 기시모토 마사시의 닌자 액션만화. 전 세계 누계 발행부수 2억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최근 15년 연재의 마침표를 찍는 완결편이 나왔다.)를 읽었는데 이제 완결이라 슬프다.(웃음) 만화책도 한 달에 열대여섯 권은 꾸준히 사서 본다.”
지난해 그는 ‘차이에듀케이션’이라는 인문학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지난 5년 동안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전국의 저소득층 공부방을 대상으로 무료 인문학 교육을 실시했지만 이런저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는 작은 일이지만 그게 (인문학 교육을 알리는)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한창 잘될 땐 자원봉사 교사가 2백50명까지 있었다. 근데 이분들이 대개 1년 이상을 못 견딘다. 너무 힘들기도 하고,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러 온 대학생 교사들에게) 봉사점수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한테는 자격증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 떠나는 거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직업을 주고 책임을 갖고 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더라. 그래서 차이에듀케이션을 만들게 됐다.” 현재 서울·대전·대구에 지사를 두고 있는 차이에듀케이션은 이지성 작가를 포함한 소속 인문교사들이 전국에 인문학 교육 봉사를 하러 다닌다. 소위 돈벌이가 되는 일은 아니다. 아내는 이런 남편과 언제나 뜻을 같이하며 힘이 되어준다.
“유람이는 오히려 ‘당신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교육뉴스펀딩을 하고 있는데, 1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거 한다고 신혼여행도 못 갔다. 너무 미안해서 (아내에게) 내년에 프랑스에 가서 웨딩사진도 찍자고 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는 이지성의 ‘인문학 독서모임’에 차유람이 참여하면서 둘이 만나게 됐다고 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감동받았는지 내 트위터를 팔로했더라. 이런 말 하기 민망하지만 당시 소녀시대 3집 앨범에 ‘땡스 투 이지성 작가님’이 써 있을 정도로 유명 연예인들이 팬이라고 밝힌 경우가 많았다. 마침 차유람 선수도 팔로를 했는데 최고의 당구선수니까 궁금했다. 그래서 만나보고 싶다고 했고, 인연이 됐다.”
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반 농담으로 “실은 그 사람이 먼저 날 좋아했다”며 웃는다. “자기한테 대시하는 남자도 많았고, 나보다 조건 좋고 잘생기고 젊은 사람들 많았는데, 한 번도 먼저 맘에 든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때 내가 정말 거지처럼 하고 갔다. 지금은 유람이가 옷도 사주고 해서 많이 바뀌었지만, 그전에는 거의 ‘패션테러리스트’였으니까.(웃음)
어쨌든 그날 집에 가면서 처음으로 자기가 먼저 상대방(이지성)이 되게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내가 먼저 좋아서 이렇게 된 게 아니다.(웃음) 물론 그 뒤로는 내가 더 사랑하고 적극적이 됐지만 처음에는 본인이 그런 거다. 먼저 팔로하고 먼저 카톡으로 ‘작가님 뭐해요?’, ‘저 중국 가요’ 메시지 보내고.”(웃음)
이지성만큼 책을 많이 읽는다는 아내와의 대화 주제는 주로 책을 읽다 생긴 궁금증들이다. 물론 자녀계획이나 미래계획도 있다. “지금 용인 산속의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는데, 유람이가 주로 강남이나 여의도에서 활동하다 보니 어디로 옮길지, 작업실을 만들어서 살지, 그런 현실적인 얘기를 많이 한다. 2세를 낳으면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일치한다. 내 교육철학은 ‘아이 인생에 절대 관여하지 말자’다. 설령 아이가 아빠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길을 갈지라도 그걸 존중해주는 것, 그게 인문학 교육이라고 본다. 그런 마음의 힘을 갖기 위해서, 여유를 갖기 위해서 인문학을 하는 것이다.”
나이대는 물론 걸어온 인생까지 확연히 다른 둘이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이지성 작가의 신간에도 아내의 영향을 받아 밝은 기운이 담겼다니, 앞으로 나올 두 사람의 시너지가 더욱 기대된다. 나눔의 미덕, 인문학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이지성 작가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첫댓글 여유를 갖기 위해서 인문학을 하는 것이다
마음의 힘을 갖기 위해서
동양에서의 생각의 개념은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실천하는 것이다. 머리로 깨닫고 가슴으로 뜨거워지면 몸이 실천하게 되어있다.
근데 실천이 아닌것은 생각이 아니고 공상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