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 제3주일 강론 : 성전 정화(요한 2,13-25) >(3.3.일)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장사꾼들과 환전상 때문에 더럽혀져 있던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예수님이 바라시는 대로, 우리 성당을 기도하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애쓰겠다고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우리는 여러 사건사고 속에서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을 겪으며 우리 자신을 가다듬어 나갑니다. 사건사고를 직접 겪으며 정화되기도 하지만, 주위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화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정화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아주 감동적으로 봤던 영화를 소개해봅니다.
2014년 12월 17일에 개봉한 영화 < 국제시장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윤제균 감독에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가 주연이었던, 관객 수 1,400만 명을 넘긴 초대박 영화입니다.
국제시장은 1945년 광복 후, 전쟁 물자를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던 상인들이 지금의 국제시장 자리를 장터로 삼으면서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장사하며 활기를 띄었고, 부산항으로 밀수입된 상품들이 이곳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되었기 때문에, 국제시장은 “사람 빼고는 다 외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때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윤 감독은 영화 제작이유에 대해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를 바라보며 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국제시장 >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말해보겠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을 겪으며 부산으로 피란을 왔던 덕수(황정민 분)는 전쟁 중에 헤어진 아버지 대신에 식구 5명을 챙기기 위해서, 고모가 운영하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 나갑니다.
온 국민이 어려웠던 시절, 공부 잘하는 남동생이 서울대에 가서 등록금을 보태주기 위해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결혼 후, 생활 터전이 되었던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기 위해서 ‘선장’의 꿈을 접어야 했고, 또 베트남 전쟁 때 기술 근로자로 일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불구자로 살아간다는 눈물 나는 내용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다가 손수건이 다 젖을 정도로 울었는데, 영화 마지막에 덕수가 아버지 영혼과 만나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영화 스토리를 생생히 기억하기 위해 두 번이나 봤습니다. 영화의 여운이 오래 남아, < 꽃분이네 가게 >에 가서 물건도 사고, 국제시장 곳곳을 둘러봤습니다.
2. < 국제시장 > 영화의 맨 처음 장면은 흥남부두에서 피난민 철수작전 장면이었는데, 아주 긴장되고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1950년 12월, 흥남항에서 7,600t급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에 14,000명의 피난민을 태워 그들의 목숨을 구한 사람은 래너드 라루 선장이었습니다. 항해 후 선장을 그만두고, 미국 뉴저지에 있는 성베네딕도회 뉴튼 수도원에 입회해서 ‘마리너스’라는 수도명을 받았습니다. 2001년 10월 14일 87세로 죽을 때까지 47년간 한 번도 수도원 밖으로 나가지 않고 수도생활했던 그는 흥남 철수작전 때의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난 쌍안경으로 비참한 광경을 봤습니다. 피난민들은 머리에 이거나 지거나 끌 수 있는 모든 것을 갖고 항구로 몰려들었고, 그들 옆에는 병아리처럼 겁에 질린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항해에 대해 종종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배가 어떻게 그토록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한 명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해 성탄절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는 하느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사실이 제게 와 있었습니다.”
16시간에 걸쳐 14,000명이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에 탔고, 12월 23일 흥남을 출발한 배는 동해의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3일간 목숨을 건 항해를 시작하여 12월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희생자가 단 한 명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배에 타고 있던 임산부들에게서 아기 5명이 태어나 총 14,005명의 피난민이 배에서 내렸는데, 그 배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과 누나도 타고 있었습니다. 정말 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피난민 철수작전에 대해 생각해보면, 배에 실린 무기와 군용물자들을 버리고 피난민들을 싣기로 결정했던 래너드 라루 선장에게 참 고맙고, 또한 “하느님만이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때 이후 세월과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 삶이 험난하고 각박하기는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는 다 힘들었기 때문에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았지만, 이제 물자가 아주 풍족해지니까 서로 돕고 나누기는커녕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하느님만이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갖고 살아야 신심을 굳게 할 수 있고, 또 이 세상도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겁니다.
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이 성전을 더럽히는 모습을 보시며, 양과 소, 염소와 비둘기를 쫓아내시고, 환전상들의 상을 둘러엎으며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꾸짖으셨습니다.
유다인들은 봉헌물과 희생제물을 성전에 바쳤는데, 그것들을 관리하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돈벌이였습니다. 성전은 ‘기도하는 공간’이라야 하는데도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이 성전을 장사소굴로 만들었기 때문에 쫓아내셨던 겁니다. 예수님에 대해 가뜩이나 못마땅해 있던 기존 세력들은 이 사건 때문에 앙심을 품고, 그분을 죽일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그때의 장사꾼들, 환전상들과 달리, 우리 성당을 하느님 뜻에 맞게 기쁘게 살아가는 공동체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