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는 친구들에게
제 별명이 돌멩이의 멩이라는 걸 알고 있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저는 돌멩이를 좋아합니다.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떠나는 친구들을 생각하니 예쁘고 맨질맨질 한 돌멩이를 만지는 것 같아 웃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이따금 꺼끌꺼끌 뾰족뾰족한 곳도 있지만 어디 그렇지 않은 사람 있습니까?
처음 3학년 담임이 되었을 때 조마조마 했습니다. 서로 참지 못하고 일곱 개의 돌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보니 어느 새 서로 둥글둥글 어우러지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장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이토록 위대한 일이라는 걸 다시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일곱 개의 소중한 돌들 속에 보석을 발견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허풍선이 상남자 윤성이는 따뜻함과 의리는 물론 깊은 문제의식과 사유력을 갖춰 공부에 재능이 있고,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예술에도 풍부한 재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부엔 관심이 없는 듯하면서 유뷰트 등을 찾아 혼자 공부해 제과제빵을 마스터해버린 채빈 박사는 십자수와 뜨개질도 열심히 하며 삶을 가꾸고 선물할 줄 하는 채빈베이커리 사장이기도 합니다. 싫어요 안 해요 하지만, 기쁠 때 진짜 기뻐하고 웃을 때 진짜 웃을 줄 알고, 심미안과 다정함을 갖춘 유민이는 어떤가요? 역시 보물입니다. 인천에서 강진까지 3년을 하루 같은 성실함으로 학교를 다니며 영감님 같이 조용하고 속 깊은 병헌이는 물만 만나면 첨벙첨벙 뛰어들며 야생마가 되지요. 몸으로 배우는 친구입니다. 트림과 거친 입담과 참을 수 없는 개그본능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웃음보따리 해진이는 책과 영화의 높은 비평안과 깊은 사유력을 갖춘 학자입니다. 겉으로는 빙그레 웃지만 속으로 아픔을 쌓곤 하는 희진이의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이미 제 머리 위에 있습니다. 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꼼꼼함과 책임감은 어느 곳에서든 빛이 날 겁니다. 우리 반 사오정 자인이는 항상 무엇엔가 집중해 수업장소나 일행을 놓칠 때가 많았지요. 요즘은 그 누구보다 많이 웃고 개그와 장난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림에 대한 집중과 성실, 그리고 스스로 찾아 읽고 통합해가는 공부의 대가입니다.
이렇게 일곱 명 모두 우리 학교에서 여러분들이 가진 보석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우리는 모두 돌멩이이고 보석입니다.
여러분은 보석 중 보석이라는 다이아몬드를 아실 겁니다.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운 빛을 살리기 위해 8면체의 기본에서 출발해 58면체 102면체까지 깎고 닦습니다. 그런 절차탁마의 과정으로 원석이 보석이 되고 천하의 보물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돌이고, 보석을 품은 원석입니다. 그것을 갈고 닦는 것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직접 배우는 것입니다. 부디 스스로 공부를 멈추지 말기 바랍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간직한 빛을 드러내기 바랍니다.
세상 모든 돌은 깊은 밤의 짱짱한 슬픔과 단단한 아픔과 쓰린 견딤과 침묵을 지녔지요. 우리가 어떻게 세상 모든 돌들의 이유를, 또 돌들이 품은 보석을 알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여러분에게서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믿습니다. 우리가 가진 내면의 빛을.
여러분 스스로 빛나는 보석이 되어줘서 고맙습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학부모님들께도 인사드립니다. 소중한 선물로 자녀들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다시 학교가 받았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친구들이 간직한 보물들은 우리가 함께 지키고 믿어줘야 드러납니다. 청춘이 겪어야 할 시련들을 묵묵히 품어주시고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청춘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저마다 빛나는 보석들이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