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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 스크랩 2010 광주일보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이슬, 정영희
나는 나 추천 0 조회 13 11.01.21 16: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0 광주일보 시 당선작]

 

 

오르골

 

이 슬

 

 

나무의 뿌리들이 태엽을 감고 있는 시간

누군가 상자뚜껑을 열듯 소리를 쏟아내는 나무들의 춤

소리가 멎을 때까지 흔들리는 일에 한창이다

울긋불긋 어지러운 현기증을 다 털어낸 자리

나뭇가지를 뛰어 다니며 놀던 수액들은 모두 바람이 된다

앞뒤를 보여주며

숨기는 것 없다는 듯 보여주는 엽록의 투명한 연주가 길다

잎의 사이사이마다 음계가 반짝 거린다

 

새들이 앉았다 간 나무 밑 마다

불안한 노래가 가득 떨어져 있다

뿌리가 감고 있는 것은 깊은 어둠이다

칸칸의 어둠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들

가끔 잎을 털어내는 환한 시간이면 날아오르는 새들이 있다

 

가장 밝았던 한 때

꽃잎의 치어들을 다 허공에 날려 보내고

나무는 지금 푸르게 비어 있다

꽃의 그늘이 진 자리에 초록의 소리가 가득 하다

 

바람의 흔적이 가득한 나무 속

나이테를 돌아 풀어지는 태엽

평생 춤출 곡이 빙빙 돌아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푸른 치마를 입고 거꾸로 서서 흔들리는 듯

바람이 상자를 닫는 시간

음계들이 떨어진 나무 밑에는 그늘도 다 졌다

나선형의 나이테 그 길이만큼 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심사평]

비범하고 감각적인 사유 … 신예 출현 기대
 
예심에서 올라온 작품들을 유심히 읽었다. 시적인 대상을 나름의 감각과 사유로 형상화하는 능력이 돋보였으나 아쉬움이 아주 없진 않았다. 단정하고 힘 있는 문장이 드물었고, 대개는 장황했다. 한 편의 시는 생략을 통해 되비추는 것이 있어야 한다.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 불가피했다면 그것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임요희씨가 투고한 ‘포장’외 3편의 작품 가운데 ‘포장’을 주목해서 읽었다. “흰 천으로 싼다”는 이 ‘포장’의 의미는 꽤 중의적으로 읽혔다. 존재의 흔적을 없애는 행위, 혹은 철거라는 의미에 상당할 이 상징은 신선했다. 다만 다른 작품들의 수준이 이 작품에 비해 미흡했다.

이문정씨의 ‘장수풍뎅이 우화기’외 5편은 시적인 대상을 내심(內心)으로 끌고 들어가는 인력(引力)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시한 서정의 내용이 대체로 평이했다.

박은영씨의 ‘검버섯’외 2편은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함께 경합을 벌인 작품들이었다. 무엇보다 박씨의 작품은 가만가만 나아가는 시행의 보폭이 신뢰를 갖게 했다. 솔직했고, 과장이 적었다. 작품의 내용이 가계(家系)에 국한된 것들이어서 다른 작품들을 더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끝까지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슬씨의 ‘모닥불이 달을 굽는다’외 3편은 첫눈에 들었다. 이슬씨의 작품은 부드럽지만 독특한 상상력을 선보여 위력적이었다. 시적인 대상을 둥글게 감싸는 빛 같은 게 느껴졌다. 대상을 그 외곽에서 한 번 더 감싸는 이 비범하고도 감각적인 사유는 대상에 대한 무궁한 사랑과 뛰어난 통시(洞視)에서 비롯된 것임에 분명하다.

시 쓰는 이로서의 미덕을 천생 갖추었다고 하겠다. 이 신예의 출현을 각별히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라는 당부를 드린다. 당선을 축하한다.
 

 

‘新春’ 85년 사상 첫 여고생 당선 17세 천재 소녀시인 문단 강타
 
57년 전통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용인 동백고 이 슬양

 

매년 12월이되면 전국의 문학청년들은 ‘신춘문예 열병’을 앓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예비문인들이 밤을 새워가며 써내려간 원고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 가운데 201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서 만 17세의 여고생이 당선돼 화제다. 최근 국내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자로서는 최연소 기록이다.

주인공은 용인 동백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이슬(사진) 양으로, 201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모닥불이 달을 굽는다’외 3편을 응모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당선작은 ‘오르골’.
 

 `나무의 뿌리들이 태엽을 감고 있는 시간/누군가 상자뚜껑을 열듯 소리를 쏟아내는 나무들의 춤'으로 시작되는 `오르골'은 섬세한 관찰력과 음악을 듣는 듯힌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심사를 맡은 문태준 시인은 “부드럽지만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 위력적인 작품이었다”며 “대상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뛰어난 통시(洞視)에서 비롯된 비범하고도 감각적인 사유가 번득인다”고 평했다.

지금까지 국내 일간지 신춘문예 최연소 당선 기록은 1938년 당시 18세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뽑힌 곽하신(89)옹이다. 입선과 가작을 포함하면 아동문학가 고(故) 윤석중(1911∼2003)씨가 14세의 나이로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가작 입선한 것이 최연소 기록이다. 최근에는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변기’로 당선된 당시 만 19세의 홍지현씨가 있다.

이밖에 고등학교 3학년 때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황석영씨,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 소설가 최인호씨 등이 대표적인 10대 등단 문인(文人)들로 알려져 있다.

이 양이 글 쓰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1학년때 부터. 중학교 때부터 지역문학회 활동에 열심인 엄마 송남순(44)씨를 따라다니며 문학과 친해진 이 양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본격적인 글 쓰기를 시작했다. 이후 시쓰기의 매력에 푹빠진 이 양은 각종 백일장과 예술제 등에서 입상하며 문재(文才)를 인정받았다.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사색을 즐긴다는 이 양은 “어디든 시선이 머무는 곳을 관찰해 소재거리를 찾는다”면서 “남들과 다른 독특한 시선으로 사물을 대하려고 노력하는 게 내 시 쓰기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지금도 이 양은 지역 문학회에서 운영하는 시 창작교실에서 배우고 익히기를 반복하고 있다.

배용제 시인과 김종일 시인의 시를 즐겨 읽고 시 선생님이기도 한 박해람 시인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이 양은 “평범한 사물에서 다양한 빛깔의 감흥을 찾아내고 이를 나만의 화법으로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 양은 이번 당선이 ‘등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학업에 열중해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당선소감]

 

당선의 무게 큰 성장통 될 것

 

각각의 사람과 사물에게는 그 고유한 시간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저에게는 그 고유한 시간의 부피가 부족합니다.

또한 모든 관계에 사이가 있듯, 저는 저와의 시차를 확인하려 스스로 사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너무 어려서 저 다운 것들과 멀리했던 그 사이를 오늘은 끌어당겨 다정하게 팔짱을 기고 싶은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응모 결과가 또 다른 시차를 제게 던져 주는군요. 시차 부적응시에 두통과 초조함을 유발하듯 당선이라는 무게는 저에게 부담과 불안함을 유발했습니다. 이것이 성장통의 한 종류라면 꽤 괜찮기도 하고 꽤 잔인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미팅을 주선하듯 시와 만나게 해 주시고 아직 어린 자질을 칭찬해주신, 그러나 여전히 무서운 박해람 선생님! 이제는 제 두려움도 다독거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늘 말씀하신 명분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 특히 엄마! 엄마와 함께 시를 공부하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멀리 백일장에 갈 때 운전기사를 자처해주신 아빠! 자만하지 말라시던 그 말씀까지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동생들, 함께 공부하는 경운서당 학동님들.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은 용인문학 회원님들.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제가 읽었던 모든 시들과 부족한 시를 선택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마음 숙여 감사드립니다.

또 한 광주일보사의 선택에 누가 되지 않는 시를 쓰겠습니다. 잊지 못 할 새해가 될 것 같습니다

 

 

 

 

 

 

 

[201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새의 낙관(落款)

 

 

정영희

 

 

새들에게 있어서

낙관이라는 습관은 오래된 풍습이었다

문신을 새긴 암벽마다 둥지가 되었고

뜨뜻한 아랫목이 되었으므로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부리를 비벼 족적을 남기는 일은

축제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족적이란 새들의 풍향계였다가도 천적에게는

눈물일 수 있는 것

바닷가의 익룡 발자국 또한 그러했으리라

 

묵화 한 점 쳐 놓고 낙관을 해야 할 여백을 놓쳤다

자작나무 숲 물안개 사이로 새들이 까맣게 앉아 있었다

그루터기마다 태점(苔點)을 찍어놓은 듯 했다

부리는 날카로웠지만 발톱은 무뎠으니

새벽이 되도록 새들은 칠흑의 어둠을 방황해야 했다

 

돌아갈 곳 없는 묵화 속의 새들

강물에 먹물로나 풀어져 쪽배마냥 흘러가길 기다렸다

딱딱거리는 딱따구리는 한 칸짜리 초가집이 전부였으니

헛간이라도 한 곳 덧댔으면 좋으련만

이미 붓을 말끔히 빨아버린 뒤였다

 

한 무리의 새들이 화선지 밖으로 벗어나려는 찰나였다

잠시 흐름을 멈춘 강물 위에 낙관을 찍었다

 

푸드덕, 새들이 도처에서 솟구쳐 올랐다

 

  

 

 

[당선소감] 

새들이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풍경이 숨 쉬는 창을 활짝 열어 놓아야겠다

 

 

 

   소호 앞바다 바람개비가 어지럽게 돌고 있다. 바다에 코를 박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바람 따윈 적수가 되지 못한다. 바람개비를 돌리는 힘은 파고에 비례한다고 했으나 속력의 계수를 재는 일은 내 몫이다. 그러나 숫자가 아닌 언어의 놀음만으로 바람개비의 회전수를 가늠한다는 것은 내겐 아무래도 무리수다.

    바다에 부표로 구획 지어진 빈 칸들이 늘 아우성이다. 가끔 새들의 발장난마저 없다면 그대로 화석이 될 뻔 하다. 난 바다 풍경이 숨 쉬는 높이의 창에 살면서도 부표의 의미를 해독하지 못한다. 그냥 삶의 물음표 정도로 단정 짓는다. 잊어야겠다며 중얼거릴 때마다 부표를 따라 바람은 일어서고 새는 밤새 베란다 창을 두드린다. 창문을 닫아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새들을 달래는 일은 쉽지 않다. 온종일 눈이 답답하다. 근시에 노안의 징조까지 겹쳤다고 하니 시력(詩力)과 시력(視力)과의 상관계수는 유의미한 일일까 궁금하다.

 

   풍경은 멀리서 볼수록 뚜렷해진다. 겨울밤, 추위에 꽁꽁 언 손을 녹여줄 수 있는 입김 같은 시를 쓰고 싶다. 따뜻할수록 혀끝의 미각이 오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해 주신 명지대 정끝별 교수님, 시안을 맑게 해 주신 전남대 평생교육원 신교수님, 화요문우님들, 추운 날에는 매생이 국 같은 속 풀이용 시가 제격이라는 아내, 뮤지컬 작가를 꿈꾸는 혜수, 생태도시의 밑그림을 그려 보이겠다는 환수, 많은 격려와 박수를 보내줄 내 따뜻한 선후배, 동료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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