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곽노순 목사가 모 잡지에 기고한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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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일체가 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일만 가지 사태는 근원적으로 내 마음 하나가 지어내는 것이요,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양태를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러니 가까운 예로, 몸에 병을 일으키는 것도 내 마음일 테고, 병을 고치거나 생기지 않게 하는 것 또한 내 마음일 것이다.
이 말은 얼마나 사실적인가?
이제 한 예리한 관찰자의 조언에 따라 몇 가지 사례를 우리들 스스로 확인해 볼만하다.
이미 일어난 일이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숨 몇 번 크게 쉬고 그 사태를 기꺼이 수용하는 사람은 복부경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개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혔다가도, 담배 몇 대 핀 다음 ’그러라지. 나야 시종일관 담담하게 내 길을 갈 뿐인데’ 하는 사람은 안면경련에 걸리지 않는다.
재정적인 문제로 내일을 어떻게 살아갈까고 걱정스러웠다가도 몸을 주시, 대주재자에게 기도하거나 몸을 생기게 한 불가사의한 우연성을 묵상한 후에 대범해지는 사람은 좌골신경통에 걸리는 일이 없다.
무슨 일이나 자기중심적으로 고집하지 않고 대화의 채널을 열어놓는 사람은 신경쇠약에 걸리는 일이 없다.
다래끼가 난 사람은 요 며칠 사이에 울화가 치민 상태로 내 인생을 바라보지 않았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이명으로 시달리는 사람은 누군가의 말을 속으로 완강히 거부하거나 자기 내면에서 거듭거듭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말을 더듬는 사람은 어린 시절에 우는 것을 부모가 말렸는가를 돌이켜보고, ’참 내가 많이도 울었지. 주위사람들이 얼마나 싫어했을까’ 또는 ’이제 보니 우리 부모님의 처지가 그래서 아이를 다그쳤군.
나도 부모도 모두 가련했군’ 하고 지난 일을 씻어버릴 필요가 있다.
곱사등은 주위사람들로부터 안전감과 사랑과 같은 정서적인 영양이 공급되지 않을 때 일어나고, 새우등은 희망이 없고 미래에 대해 무력하여 사는 것을 짐으로 느낄 때 일어난다.
발진은 주위사람의 시선을 끌려는 소아적 방식이거나 일이 지연되는 데 대한 안절부절의 결과이고, 탈장은 결렬된 인간관계의 표상이다.
불투명한 사태가 너무 길어지면 위염이 생기고,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여 저항하면 간장염이 생긴다.
일을 성사시키지 못한 실패에 대해 실망하고 과민하게 반응하면 신장염이 발생하고, 살아가는 동안 더러더러 달콤한 경험을 경험하지 못할 때 췌장염이 발생한다.
사는 데 지치고 절박감에 몰리면 폐염에 걸리고, 자기 몫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깊이 믿으면 편도선염에 걸린다. 그리고 상대방 이성에 대해 진저리를 느끼면 요도염이 일어난다.
담석은 남을 저주하는 게 깊거나 생각이 아주 굳어버렸을 때 결과하는 것이고, 결핵은 잔인한 생각, 복수심 또한 강한 이기심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결과이다.
종양은 상처받은 일과 충격을 오랫동안 품고 키울 때 일어나고, 궤양은 스스로 세운 기준에 자신이 미치지 못한다고 강하게 믿을 때 일어나며, 특히 위궤양은 가족이나 주위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다는 신념이 자아내는 것이다.
골다공증은 내 삶을 지탱해줄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에서 연유하며, 백혈병은 ’무슨 소용이 있담?’ 하며 잔인하게 죽이고 싶은 영상이 어른거릴 때 들어선다. 그리고 자살은 삶을 흑백논리로만 보는 강박증의 결과다.
인간의 정신은 한 개체 내에서만 작동하는게 아니라, 어떤 장(場)을 매개로 주위 환경과도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예로, 손목이나 발목이 삐는 것은 어느 특정 방향으로 생을 움직여 가기를 원치 않을 때 발생하고, 광견병에 걸리는 것은 폭력만이 해결책이라고 뇌일 때 일어난다. 그리고 기생충에 걸리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타자에게 넘겼을 때 일어난다고 한다.
아마도 해당되는 병으로 지금 고통받는 이가 하루나 이틀쯤 걸려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집히는 데가 있을지 모른다.
이는 병으로 하여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이요, 나아가 일체유심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님으로서 스스로 앞으로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글: 정도(펌) 길벗들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