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에 나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마트폰 충전기부터 챙긴다. 연휴 내내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게임을 한다.' 올 추석에도 집집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교황은 말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헛된 일(디지털 기기 사용)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난해 방통위 설문조사에서는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의 77.4%는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추석 연휴에 '디지털 디톡스(Detox)'를 해 보자. 어떻게? 가장 좋은 대안은 '아날로그'다. '부산의 박물관 여행'을 쓴 김대갑(blog.naver.com/kkim40) 여행작가에게 그 방법을 물었다.
■아빠·엄마 모교 한번 가 볼까"스마트폰을 쓰지 말라"고 하지 말고 "우리 자전거 타러 갈까"라고 해야 한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을 전담하는 KT IT서포터즈 배영균 팀장은 막연히 스마트폰을 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라면 잠시 짬을 내어 아이들을 데리고 어릴 적 다닌 학교에 한번 가 보는 것은 어떨까.
김대갑 작가는 "고향 모교는 부모들에게는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자 추억이 깃든 곳"이라며 "모교를 방문해서 철봉도 해 보고, 그네도 한번 타 보면 힐링이 된다"고 말한다. 주의할 점은 아이들은 감상에 빠진 부모와 달리 지루해할 수 있다는 것. 지나치게 나만의 추억에 젖어 아이들에게 재미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라고 김 작가는 말한다.
한때 북적인 학교였지만 지금은 재학생이 줄어 폐교가 되었다면, 내가 다닌 교실을 찾아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거나,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 한편에서 가을바람과 볕에 몸을 맡기고 잠시 상념에 잠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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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근대역사관. |
■어, 이런 박물관도 있었네박물관이 있는 도시는 영화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부산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박물관과 그 수준의 시설이 모두 70군데나 있단다.
물론 가장 잘 알려지고 대표적인 것은 부산시립박물관(남구). 추석 연휴 내내 개관한다. 선사인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 전시관부터 삼국실과 통일신라실 등이 있다. 고려실에는 눈에 번쩍 띄는 유물 하나가 있는데 만덕사지에서 발굴된, 거대한 치미(기와 건물의 지붕에 설치한 장식용 기와)다. 시립박물관의 아우 격인 복천박물관(동래구)에서는 고대 가야의 유물을 볼 수 있다.
부산세관박물관(중구)에 가면 황당한 밀수꾼 이야기가 있다.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금정구)은 천주교 성지. 당시 천주교인들이 목숨을 잃으면서도 신앙을 지키려고 한 숭고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국립해양박물관(영도구)과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동래구),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과학관(기장군), 장영실과학동산(동래구) 등이 있다. 경남 김해에는 국립김해박물관이 있다. 아쉽게도 국보 '동궐도'(대궐을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를 소장한 동아대박물관(서구)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문을 닫는다. 다만 야외의 실물 전차는 볼 수 있다. 부산포민속박물관(부산진구)은 토요일만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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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과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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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과학동산. |
■둘레길 걸으며 '디톡스'
제주 '올레길'의 성공을 계기로 전국의 지자체에는 둘레길 열풍이 불었다. 각 지자체는 지역 특성을 살린 둘레길을 이미 만들어 놓았다. 다행히 제주도가 고향인 사람들은 '오리지널'을 다녀올 수 있겠지만, 걱정 마시라. 짜한 둘레길은 내 고향에도 있다.
부산 갈맷길은 주로 해안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9개 코스로 총연장이 263.8㎞나 된다. 마음에 드는 코스를 고르면 된다.
각 지역의 둘레길은 지리적 또는 역사적 특성 등을 반영하고 있다. 밀양에는 밀양아리랑길을 만들어 놓았고, 통영에는 토영이야길이 있다. 남해는 남해 바래길이 있으며 김해시의 허왕후 신행길과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둘레길은 물론 산청과 함양, 하동 등을 두루 잇는 지리산 둘레길도 유명하다.
진주의 둘레길과 창녕 개비리길·우포 둘레길은 물론 함안 둑방 둘레길, 창원 무학산 오솔길 등 부산과 경남은 물론 인접 대구와 경북 전남과 전북 등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둘레길을 조성해 놓았다.
이제 물병 하나 달랑 들고 걷기만 하면 된다. 휴대폰은 꺼둔 채. 이렇듯 둘레길을 걷는 트레킹은 디지털 디톡스는 물론 신체적 독소도 제거해 주는 유용한 방법이다.
김대갑 작가는 "걷는다는 것은 여행의 가장 기본"이라며 이번 추석 연휴에는 땀 좀 흘린다는 각오로 둘레길이든 박물관이든 찾아 부지런히 다니는 것이 훌륭한 '디톡스'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 중독 치유를 위해 디지털 분야에 적용하는 디톡스 요법. 디톡스는 '해독'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디지털 단식'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중독이 사회 문제화되어 '디지털 디톡스'라는 신조어는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돼 있다.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법은 기기 사용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하는 것. 스마트 기기 대신 독서나 여행, 운동, 명상 등을 하며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을 말한다. 코드를 뽑고 강제적으로 기기 사용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독소가 제거돼 정신적 회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앱이나 항균 액세서리 등도 나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입구에 들어서면 모든 디지털 기기의 전파가 차단되는 펜션 시설 등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