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로 80세가 되었습니다. 젊었을 때 더러 사주팔자를 보기도 했는데 당시 유명하다는 점집 두 곳에서 모두 수명이 51세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인생이 이리 몹시 고되고 힘이 드는데 오래 살지도 못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팔자가 펴질 기미가 안 보이니 차라리 일찍 죽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부모 덕도 없고 배운것도 없고 배우자 복도 없는데 인생에는 갖은 풍파가 시시때때로 불어닥쳤습니다. 정해진 운명은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으니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뻔히 안 좋아질 게 눈 앞에 보이면서도 사방팔방으로 막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옴짝 달싹 못하는 상태가 반복되었습니다. 사는 게 왜 이리도 힘이 드는지 답답한 마음에 이 절 저 절 전전하다가 우연히 지금 다니는 절의 큰 스님께 머리에 벼락을 맞은 것 같은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방법이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그 방법은 선뜻 믿기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아미타불 정근을 일상에서도 끊이지 않게 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 반 혹시 하는 마음 반으로 큰 스님께서 일러 주신 대로 아미타불 정근을 시작했습니다. 아미타불 정근을 일상에서도 끊이지 않게 해 나가는 동안 어느 덧 제 마음도 보리심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십년염불! 지금 이 순간 내가 죽는다고 생각한다면 아미타불 정근을 어떤 마음으로 하게 될까. 내 마음이 삼보에 귀의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죽는 순간에 아미타불 염불을 할 수 있을까. 죽음이 눈 앞에 닥쳐 왔을 때 십년염불을 할 수 있으려면 미리 미리 극락왕생의 원을 세우고 생활 속에서 아미타불을 놓지 말아야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아미타불 정근이 지속되면서 저는 제 수명이 51세라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에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국영기업에 특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격무에 시달리고 배움이 짧아 부족한 실력은 매일 공부를 하면서 메꿔 나갔습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생활이었지만 남몰래 하는 아미타불 정근은 계속 되었습니다. 수타니파타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처럼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번개에도 놀라지 않는 굳건한 불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1991년! 드디어 제 나이가 51세가 되는 해가 왔습니다. 그 해에 저는 평소처럼 운동을 했는데 크게 다녀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을 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또한 치질로 인해 출혈이 잦았고 그 중 몇 번은 수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치료받으러 병원에 갈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 해 4월 3일 저녁을 저는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날 저녁 잠이 들 무렵 평소 습관대로 합장하고 마음 속으로 "나무아미타불" 열 번을 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심장박동이 엄청나게 빨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였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거하고 있던 회사 기숙사의 전등은 몹시 밝았는데 빛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만이 내렸습니다. 저 자신조차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순간 제 앞으로 1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귀신의 그림자가 오락가락 하는 걸 보았습니다. 눈으로 봤다기 보다 그냥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 나쁜 검은 덩어리들이 칠흑 속에서 뭉글뭉글 움직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쩐지 조금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저의 어디에 그런 담대함이 숨어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알 수 없지만 그 당시 저는 아미타불 정근에 몰두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미타불 정근을 불과 2, 3분정도 계속한 것 같습니다. 눈 앞에 금빛 찬란한 모습이 나타났는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장엄한 모습었습니다!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부터 뭉글뭉글 제 주위로 모여들고 있었던 시커먼 귀신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계속 아미타불 정근을 외면서도 고개를 들어 보니 제 오른 쪽 위에서 아미타 부처님께서 오른 손을 내리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삼배의 예를 올리는 것도 잊고 여전히 합장한 채로 아미타불 정근만을 계속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염불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미타불 정근에 맞춰 심장 박동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기숙사의 전등은 여전히 너무 밝았고 합장한 채 입으로는 계속 염불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것보다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치질로 인해 계속 출혈이 있던 부위가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고 약도 쓰지 않았는데 다음 날 출혈이 멈췄습니다. 분당 100회를 웃돌던 심박수도 분당 80회 내외로 안정을 찾았습니다. 부처님 가피로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미타불 정근을 하면서 이 염불은 단지 극랑왕생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온 세상에 부처님의 대자대비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음을 말입니다. 일심으로 간절하게 아미타불 정근을 하면 큰 재난이나 병고를 만나더라도 아미타 부처님께서 그 목소리에 감응하시어 가피를 내려 주실 겁니다. 모든 액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실 것입니다.
평소 아미타불 정근을 하는데도 이러하니 필시 임종에 이르러 일심으로 염불하면 당연히 아미타 부처님의 영접을 받아 극락왕생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1세가 주어진 수명이라고 했으나 부처님의 가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지금 제 나이 80세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저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아미타불 정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