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천이라는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밤에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며 솜뭉치를 뭉쳐 만든 횃대와 석유 한 통을 준비했다.
횃불을 밝히고 마을을 휘감고 흐르는 박대천 물가에 나도 따라 나섰다.
개울로 조심스레 접근한 아버지는 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뜰채로 그냥 물고기를 건져올리는 것이었다.
한 밤중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겼던 생선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사이에
아얏소리 한번 못하고 팔딱거리며 양동이에 던져졌다.
한 번은 물가에 무성한 이름모를 풀을 돌로 찧어서 물에 푸는 것이었다.
저만치 하류로 내려 갔을 때 물고기들이 허연 배를 뒤집었다제꼈다
엎치락뒤치락 하며 힘없이 떠내려 오는 것을 맨손으로 건져올리기도 했다.
그 이름모를 풀이 생선을 고달프게 만드는 독초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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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찍거나 창으로 찌르거나 혹은 맨손으로 잡던 것이나 고기잡이어선을 동원해 잡는 방식 말고
바닷가의 고기잡이 모습은 새우미끼낚시, 갯지렁이미끼낚시 등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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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치기(떡밥을 뿌리고 몰려드는 물고기를 향해 미끼도 없는 삼봉낚시로 낚아채는 방식이다.),
투망(역시 떡밥을 뿌리고 몰려드는 물고기를 보면서 투망을 던지면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잡혀 올라온다.),
뜰채(같은 방식으로 모여든 물고기를 뜰채로 그냥 건져 올리는 것이다.)
축항 주변에 맴도는 학꽁치들은 거져주는 떡밥에 자신이 죽을 것도 모르고 신나게 헤엄치며 놀고 있다.
이 모든 고기잡이엔 떡밥을 미리 넉넉하게 뿌려주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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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차 내려와 있는 큰아들 내외가 낚시를 한다며 아침 만조시간에 맞춰 미조항으로 갔다.
얼마 후 큰애기가 미조항에서 전화를 했다.
"아버님 고기가 잘 잡혀요. 고기 잡으러 오세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미조항엘 가보니 어선들이 드나드는 미조항 둘레의 선착장 주변엔 낚시꾼들이 만원이었다.
안사람과 나는 아들 내외와 함께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웠고
학꽁치라는 녀석들이 아주 쉽게쉽게 잡혀 올라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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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잡아올린 학꽁치가 백마흔 일곱 마리에 어제 잡은 놈들까지 합치니 백오십두마리 ...
모나미볼펜의 153에는 딱 한마리가 모자라구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atidlee
-댓글-
'사람을 낚는 어부'에게는 실적이 좋지 않고 고기는 잘 잡히니 어찌된 일입니까?
요즈음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미끼를 던져도 몰려들지 않으니 말입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던지는 미끼에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미끼는 사랑인데,
사람의 생리는 모르고 물질로, 쾌락으로,
멋지고 큰 예배당 건물로,
재미있는 개그로 미끼를 던지니...
오호 통제라...
교회 안에 들어온 사람마저 사랑이 없어 다시 세상 바다로 들어가고 있어
교인 숫자는 줄어들고 있으니,
오~ 그리운 예수 사랑이여... 구장회 목사
-답글-
'만민 중에 나가서 예수 사랑 전하세.
'그 사랑 받은 자로서 당연히 그 사랑 나눠야 하건만...
구속의 은혜 받은 초심을 평생토록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atidlee

"봐라, 나도 잡았당!"
옆에서 낚시하던 사람들이 드려다 보며 한마디씩 한다.
"할 말이 없네, 할 말이 없어!"
한 아낙네가 남편에게 "우리도 투망 사가지고 옵시다."
남편 왈 "투망만 있으면 되나? 던질 줄을 알아야지..."
바닷물로 정리했다.
싱싱하고 이쁘다.
-관-